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수족관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 왜 축복받지 못하나

수족관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 왜 축복받지 못하나
지난 13일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가 축복을 받기는커녕 온갖 근심을 사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습니다.

같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두 마리 새끼가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폐사한 전례 때문에 '이번에도 안타까운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고래생태체험관의 전시용 돌고래인 큰돌고래 '장꽃분'(추정 나이 18세)은 13일 오전 8시 15분쯤 새끼를 출산했습니다.

새끼의 몸길이가 110∼120㎝ 정도라는 점만 확인했을 뿐, 17일 현재까지 성별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새끼와 어미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육사조차 접근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꽃분과 새끼는 전시용 수족관에 있는 3마리와 떨어져 관람객 출입이 제한된 보조풀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 (사진=연합뉴스/울산시 남구 제공)
체험관 측은 어미와 새끼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 일본에서 수의사와 사육사를 초청, 돌고래 관리를 맡긴 상태입니다.

체험관을 운영하는 울산시 남구가 새끼 탄생을 반기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의 생존율이 높지 않은 데다, 앞선 두 번의 실패에서 체득한 학습효과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1년 생존율은 30∼50%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총 6마리 중 4마리가 죽어 생존율이 17%에 그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수족관 돌고래의 출산과 생존 사례를 파악하기 어려워서 통계 신뢰성도 크지 않습니다.

돌고래 보호 운동을 하는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제주에 돌고래 관람시설이 개장한 1986년 이후 국내 전시·체험시설에서 확인된 출산만 20여 차례에 달하고, 현재까지 살아있는 개체는 제주 2마리와 울산에서 이번에 태어난 1마리 등 총 3마리입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한 결과 어미들과 새끼들이 10마리 정도씩 무리를 이뤄 생활했고, 갓 태어난 새끼가 호흡하거나 젖을 먹을 때 다른 어미들이 도와주는 '공동육아'를 하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무엇보다 젖을 먹을 때 10㎞ 이상을 천천히 이동하는 습성이 있었는데 수족관 환경에서는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아 생존이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핫핑크돌핀스와 울산환경운동연합 등은 "전시용 고래의 번식을 금지하는 미국과 프랑스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수족관 번식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구 관계자는 "임신을 막으려면 수족관 4마리 중 수컷 1마리를 격리해야 하는데, 함께 생활하는 돌고래 특성상 어렵다"면서 "다른 동물에 적용하는 중성화 수술 등도 연구된 사례가 없어 묘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돌고래의 출산과 새끼 폐사는 가능성은 여전한 셈입니다.

전국 유일 고래특구로 지정됐고,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고래 관광을 포기할 수 없는 남구로서는 새끼 돌고래가 폐사하지 않고 무사히 성장해 주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사진=연합뉴스/울산시 남구 제공)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