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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이한 예상·불협화음 단속·부풀린 인원'…새 정부 첫 부동산 합동 단속

이강 기자 leekang@sbs.co.kr

작성 2017.06.15 10:01 수정 2017.06.15 10:57 조회 재생수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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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안이한 예상·불협화음 단속·부풀린 인원…새 정부 첫 부동산 합동 단속
부동산 합동 단속 취재하러 온 취재진들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앞 수십명의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부동산 합동 단속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입니다. 취재진들은 왜 서울 강남의 많고 많은 공인중개업소를 놔두고 저곳에 모여있는 걸까요?

국토교통부는 13일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습니다. “부동산 시장 점검 현장을 실시하니 취재를 원하는 언론사는 오늘 오후 00시까지 서울 강남구 00동으로 모여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주 정부의 부동산 합동 단속은 사실상 지난 주부터 공지되어 왔습니다. 신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열흘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기 때문입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
“부동산 투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요. ‘내주부터는’ 관계부처가 현장 점검도 할 예정에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현장 점검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월요일부터 많은 공인중개업소가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 서울 강남과 강동구의 중개업소 밀집 상가들을 둘러보니 오전에 문을 열었던 곳도 오후 들어 대부분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취재해 12일 8시 뉴스에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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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관련 취재를 전담하는 저로서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예고된 상황이어서 실질적으로 단속하려면 오늘(12일) 오전에 단속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가 의구심이었습니다.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국토부가 공지한 현장으로 갔습니다. 서울 강남구 00 아파트 근처에 도착해보니 100명 가까운 취재진이 모였습니다. 통상 관심이 집중되는 단속 현장은 취재 현장을 여러 곳으로 나누는 게 상식입니다. 방송사 취재진의 경우 1언론사 당 기본 3명이 움직이기 때문에 여러 언론사가 모일 경우 취재진 전체의 숫자는 매우 많아지고, 따라서 여러 곳으로 나눠야 취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찌됐든 ‘단속’이기 때문에, 활동은 가급적 은밀하게 하고 단속한다는 사실을 사방에 알리면서 다니지는 않는 게 기본입니다.

그런데 현장을 책임지는 국토부 공무원의 첫 마디가 황당했습니다. “취재진이 이렇게 많이 올 줄 예상 못했다”는 겁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부산 등의 집값 급등세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고,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급등을 떠올린다면 새 정부가 초반 국민들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반드시 억제해야 하는 현상입니다. 게다가 이번 부동산 합동 단속은 새 정부 들어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국세청 등 여러 부처가 힘을 합쳐 펼치는 최초의 합동 활동이기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언론사가 관심을 가질 사안입니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그러한 사실을 예상 못했다?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하는 국토부가 말입니다.

합동 단속에 대한 제 첫 번째 평가입니다.
1. 현 상황과 관심 정도에 대한 판단을 잘못했습니다. 

단속이 시작되어야 할 시간이 됐지만 단속 공무원들은 여전히 우왕좌왕했습니다. 오전에 돌아보니 대부분의 공인중개업소가 문을 닫았더라는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였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국토부와 단속 공무원들은 근처 20여 곳 공인중개업소 가운데 유일하게 문을 연 한 중개업소로 취재진을 데리고 갔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사진은 그렇게 한꺼번에 몰려가는 취재진, 유일하게 문을 연 중개업소에 모여있는 취재진의 사진입니다. 넓지 않은 중개업소 앞에 취재진 수십명이 몰렸고, 의도치 않게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쳤습니다. 가게 한 곳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여들었으니 주민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했던지, 경찰 신고가 들어가 경찰관들이 와서 취재 현장을 확인할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합동 단속’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이 날 서울 단속 현장 전체에서 제대로 문을 연 곳은 4-5곳에 불과했고 그나마 단속된 곳은 단 1곳도 없었습니다.

두 번째 평가입니다.
2. 상황에 대한 예측이 안이해 단속이 미흡했습니다.

취재진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그 자리를 수습할 수 있는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중심이 되어야 할 국토부의 현장 담당자의 연령이, 지원 나온 강남구청의 단속반원보다 한참 낮았기 때문입니다. 취재진 앞에서 국토부 공무원과 강남구청 공무원이 말싸움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새 정부의 첫 부처 합동 단속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보통 ‘합동 활동’이라고 하면 긴밀한 협력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 날 단속에서는 전혀 ‘합동’스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 평가입니다.
3. 합동 단속이었지만 부처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문을 연 부동산 중개소에서, 단속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억지로 취재한 뒤, 마지막으로 방송사 기자들은 국토부의 현장 담당자와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경제부총리가 예고했고, 이후 발표될 부동산 관련 대책에 앞서 규제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합동 단속이었기 때문에, 국토부는 전국적인 단속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몇 명이 단속반원으로 활동하냐고 물어봤습니다. 발표 자료에는 99개조 231명의 단속반원이 투입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국토부 사무관 : 오늘은 30여명이 지금 투입돼 있습니다.
기자: 231명 아닌가요?
국토부 사무관 : 네 231명은 연 인원을 말씀드린 거고요. 전체 기간 동안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을 말씀드린 거고.
기자: 그럼 오늘 투입된 인원은 몇명입니까?
국토부 사무관 : 예, 30여명이 지금 전국에서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날 취재 현장에서 단속에 투입된 단속반원은 7명이었습니다. 그럼 취재한 곳을 빼고 나머지 전국에서 23명이 단속을 벌였다는 얘깁니다. 국토부의 자료가 거짓말은 아닙니다. 앞으로 무기한에 걸쳐 231명이 99개조라 나누어 단속을 벌이겠다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첫날이니만큼 취재진은 보다 명확하게 이 날 하루 움직인 단속반원의 수를 확인해야 했고, 그 와중에 이 날 하루 활동한 인원이 3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국토부는 왜 단속 자료를 ‘연인원’을 기준으로 발표했을까요? 물론 사실대로 밝힐 수 없었을 겁니다. ‘전국적으로 30명이 부동산 합동 단속을 벌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니까요.

마지막 평가입니다.
4. 대대적인 단속은 아니었습니다.

새 정부의 부동산 합동 단속 첫날 풍경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취재진이 모였던 곳 이외의 곳에서 충실한 단속 활동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언론사 취재진들이 모인 곳에서 ‘최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곳이 당일 언론의 보도이니까요.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지역에서의 단속 활동이 얼마나 충실하게 이뤄졌는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단속 활동에서 엿보이는 현장 공무원들의 자세가, 현 시점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임하는 ‘태도’와 같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1. 현 상황과 국민적 관심 정도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고  
2. 상황 예측이 안이하며  
3. 부처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고
4. 대대적인 단속이 아니라면
지금의 부동산 과열을 절대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 정부가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다음 주입니다. 바꿔 말하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종합 대책 발표를 앞두고 현장의 활동이 이렇게도 미비했던 것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가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높지 않은 평가를 받는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였습니다. 관련 부처 공직자들의 ‘진지한 각성’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