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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2분 만에 뚝딱' 중학생도 만든다는 사제폭탄…어떻게 막나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7.06.14 17:01 조회 재생수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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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2분 만에 뚝딱 중학생도 만든다는 사제폭탄…어떻게 막나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 나사 수십 개가 들어 있는 폭탄이 터졌다'

어제(13일) 서울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일어난 이른바 '텀블러 폭탄' 테러의 범인은 이 학교 대학원생 25살 김 모 씨로 드러났습니다. 대낮에 도심 일대에 '테러공포'를 퍼트린 김 씨는 경찰에서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고 진술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일반인이 폭발물을 직접 만들어 누군가를 향해 테러를 저지르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 25살 대학원생은 어떻게 사제폭탄을 만들었나

문제의 사건은 어제 오전 8시 40분경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공학관에서 발생했습니다. 기계공학과 김 모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앞에 놓인 쇼핑백을 발견했고 쇼핑백을 연구실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열어보는 순간 변을 당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폭발에 김 교수는 팔과 목, 얼굴 등에 1~2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범인으로 밝혀진 대학원생 김 모 씨는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며 "평소에 사제 폭발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달 발생한 영국 맨체스터 자폭 테러 등 테러 관련 보도를 보고 폭발물 제작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습니다.폭탄 만드는 대학원생■ 중학생도 만들 수 있다는 사제폭탄

김 씨가 만든 사제폭탄은 텀블러 안에 나사와 못 수십 개를 화약과 함께 채워넣은 구조입니다. 폭발과 함께 나사가 사방으로 튀어나올 수 있게 설계돼 있었습니다.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테러를 위해 자주 사용한 '나사폭탄(nail bomb)'으로 알려진 사제폭탄과 흡사한 형태입니다.

국내에서 발생한 사제폭탄 폭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5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15살 이 모 군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라이터와 휘발유, 폭죽과 부탄가스 등으로 사제폭탄을 제조해 터트려 큰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는 당시 19살 고등학생 오 모 군이 종북 논란에 휩싸였던 신은미·황선의 토크 콘서트장에서 사제폭탄을 터뜨려 2명이 다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폭탄을 만든 이 중고등학생들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사제폭탄 제조법을 배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유튜브 동영상지난해 10월에는 폭탄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보고 사제총기를 만들어 경찰관을 살해한 범죄도 발생했습니다. '오패산 총격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의 피의자 성 모 씨는 인터넷에 유포된 제조법을 보고 만든 사제총기를 경찰관을 향해 난사해 사회적으로 큰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 2분 만에 뚝딱…가장 큰 문제는 '유튜브'

가장 큰 문제는 사제폭탄 제조법이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퍼져 있다는 점입니다. 폭탄 제조법을 검색하면 만드는 법은 물론 제조 과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쓰는 이용자가 올린 폭탄 제작 동영상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돼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병뚜껑이나 음료수 캔을 이용한 연막탄 제작부터 LP 가스통과 같은 폭발성이 강한 재료를 이용한 시험 폭파를 하는 영상까지 버젓이 올라와 있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누구나 사제폭탄이나 사제총기 등의 제조법을 찾을 수 있어,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인 셈입니다.

■ '무방비 노출' 폭탄 제조법…왜 막지 못하나?

현행법상 사제폭탄이나 총기 등 총포·화약류의 제조법을 인터넷에 올리면 처벌을 받습니다. 지난해 1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게 법률이 개정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국내법에 따른 제재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불법 사이트의 경우 영상을 올린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추적도 어려운 상황입니다.관련 사진경찰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비롯해 인터넷 공간에서 돌고 있는 폭탄 제조법을 감시하고 있지만 완벽한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화약이나 화공약품의 유통과 관리를 엄격히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제무기 단속을 위한 정부와 수사기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현은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