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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즌 2승 김지현, "지현이 꿈에 제가 연장전에서 우승하더래요~"

김영성 기자 yskim@sbs.co.kr

작성 2017.06.13 17:17 수정 2017.06.13 18:09 조회 재생수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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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시즌 2승 김지현, "지현이 꿈에 제가 연장전에서 우승하더래요~"
▲ 사진=KLPGA 제공, 연합뉴스

첫 우승까지 8년이 걸렸지만 한 번 우승 물꼬를 트고 나니 두 번째 우승은 불과 6주 만에 터졌습니다. 124전 125기로 감격의 첫 우승을 이뤘을 때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주변 사람들까지 울컥하게 만들더니 두 번째 우승 때는 방실방실 웃으며 여유가 넘쳤습니다. 지난 11일 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에서 5차 연장 접전 끝에 이정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김지현(한화) 선수 이야기입니다.

김지현은 우승 다음 날 골프 전문 채널 SBS 골프의 '골프투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승 뒷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김지현은 자신과 동갑내기 친구인 '동명이인' 김지현2(롯데)의 꿈 이야기부터 했습니다.
[취재파일] 시즌2승 김지현"제가 우승을 확정하고 나서 지현이가 꿈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제가 연장전 가서 이기는 꿈을 꿨다는 거예요. 제가 이정은 선수와 연장전을 치르고 있을 때 18번 홀 그린 주변에 선수들이 모여 있었는데, 지현이가 다른 선수들한테  제가 이길 거라고 확신하면서 얘기를 했대요. 그 얘기 들으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지현이가 '신기'가 있거나 제가 꿈에 나올만큼 평소 저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아무튼 이번 우승은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제 생각보다 훨씬 빨리 2승이 찾아왔어요."

김지현의 연장전 우승 꿈을 꿨다는 또 다른 김지현(롯데)은 이 대회에서 최종라운드 우승 경쟁을 펼치다 2타 차 3위를 기록했습니다. 김지현(롯데)은 바로 前 주(4일)에 끝난 롯데 칸타타여자오픈 우승자입니다. 공교롭게도 2명의 김지현이 제주에서 차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지현이와는 중학교 때부터 친했어요. 지현이가 롯데 칸타타 대회에서 4년 만에 우승하고 막 울더라고요. 제가 바로 옆에서 축하 세리머니 해주면서 왜 우냐고 말하면서도 사실 저도 마음이 짠했어요. 그 동안 마음 고생 한 건 해 본 사람만 알 거든요. 요즘 지현이도 잘 치고 저도 샷 감이 좋으니까 곧 챔피언 조에서 김지현끼리 우승 경쟁 할 날도 올 것 같아요. 그때는 서로 양보 없는 거죠. 승부는 승부니까요. (웃음)"

평소 '새가슴' 이란 말을 아주 싫어하는 그녀는 이정은과 연장전을 치를 때 중계 화면이 비친 모습이 무척 긴장돼 보였다고 하자 바로 정색을 하며 발끈했습니다.

"제가요? 정말 안 떨렸어요. 그냥 승부가 빨리 안 끝나다 보니 피곤하고 지쳐서 그렇게 보인 거겠죠. 4차 연장전에서 이정은 선수가 짧은 버디 퍼트 남겼을 때  승부가 이대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정은 선수가 그 퍼트를 놓치더라고요. 그 때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아, 나에게 기회가 다시 오는구나!  흐름이 제 쪽으로 넘어온 거죠."

이번 대회에서 샷 감이 아주 좋았다는 그녀는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상하체 근력 운동이 안정적인 샷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장거리 퍼트도 요즘 경사가 아주 잘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지현은 첫 우승 후 인터뷰에서 선배 김송희 프로에게 빌린 퍼터를 사용했다고 털어놓았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그 퍼터를 썼냐고 묻자 이제 '빌린 퍼터'라는 표현은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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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퍼터는 이제 제 거예요. 송희 언니가 저에게 준 거니까."

축하 문자 폭탄이 쏟아졌던 첫 우승 때 일일이 답신하느라 손가락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그녀는 이번 우승은 비교적 차분하게 지나갔다며 이제 곧바로 이번 주 열리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준비 모드로 돌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한국여자오픈, KLPGA 선수권, 한화금융클래식이거든요. 첫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은 코스 세팅이 워낙 어려워서 언더파 스코어를 내기 어려운데 이번에 언더파 한 번 쳐 보고 싶어요."

참고로 지난 2년 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우승자는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2015년 박성현이 1오버파, 2016년 안시현은 이븐파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번 대회 코스(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 미국-오스트랄아시아)는 지난해 보다 더 까다롭게 세팅됐다고 하니 언더파를 치면 우승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시즌 2승을 기록한 김지현은 상금 부문 3위(3억3천만 원)로 올라서며 1위 김해림(3억 8천 7백만 원), 2위 이정은(3억 6천 3백만 원)에 바짝 다가서며 다승과 상금왕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습니다. 

올해 '악동'의 이미지를 캐릭터로 사용한 의류 'WAAC'과 계약한 그녀는 브랜드 이름 'Win At All Cost' 의 의미(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기필코 이겨라)를 알고 있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입니다.

"제 성격이 워낙 소심한 편이라 경기할 때 이 옷을 입고 있으면  왠지 덜 소심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승리의 기운을 북돋우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아요. 디자인도 세련되고 젊은 감각이어서 마음에 들고요."

방송 녹화 전 대기실에서 깔깔거리고 털털하게 수다를 떨다가도 스튜디오에 들어와 조명 아래 의자에 앉자마자 금세 얼굴이 굳어진 그녀는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녹화를 마치고 일어서 두 손을 펴 보여주는데 양 손바닥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아, 방송 정말 어렵네요. 골프가 훨씬 쉬워요."

김해림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다승자로 이름을 올린 김지현은 '대기만성형' 스타로, 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