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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콘크리트 암매장'에 징역 3년…검찰이 유감을 표하는 이유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7.06.13 16:32 수정 2017.06.13 16:46 조회 재생수1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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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콘크리트 암매장에 징역 3년…검찰이 유감을 표하는 이유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한 뒤 범행을 은폐하려고 콘크리트로 암매장한 3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39살 이 모 씨에게 폭행치사와 사체은닉죄를 합쳐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일,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2년을 감형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암매장한 범인에게 3년형이 선고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족은 왜 처벌을 원치 않았던 걸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콘크리트 암매장 살인 사건'의 경과와 논란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헤어지자"는 말에 콘크리트 암매장한 범인

지난 2012년 9월,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원룸에서 이 씨와 2달 동안 동거한 동거녀 A씨 사이에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헤어지자는 A씨의 말에 격분한 이 씨의 폭행이 시작됐고, 결국 A씨는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후 이 씨는 A씨의 시신을 몰래 암매장했고, 사건은 그렇게 묻힐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4년 뒤, '한 여성이 동거남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18일, 경찰은 A씨의 유골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A씨와 동거했던 이 씨를 찾아 추궁했고, 범행을 부인하던 이 씨는 유골이 발견되자 뒤늦게 자백했습니다.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의 전말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이 씨는 사흘 동안 숨진 A씨의 시신을 원룸에 방치하다가 친동생과 함께 지인 소유의 밭으로 A씨의 시신을 옮겨, 웅덩이를 파고 시신을 넣은 뒤, 미리 준비해간 시멘트를 개어 부었던 것이었습니다. 자수를 권했던 동생도 결국엔 범행을 도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이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동거하던 A씨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행방을 묻고 다니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 폭행치사 적용된 범인…감형까지 된 이유는?

범인인 이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죄가 아닌 폭행치사와 사체은닉죄였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미 백골화된 시신 때문에 사망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씨의 진술에 따라 우발적 범행으로 본 겁니다. 폭행치사는 사람을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살인과 다릅니다.

살인죄의 경우,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 사형과 무기징역까지도 선고가 가능합니다. 반면 폭행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어 살인죄의 처벌 강도와 차이가 있습니다. 1심 판결에서는 5년형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된 겁니다. 판결 이후 3년형이라는 처벌은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주장이 쏟아졌습니다.
실종 신고도 하지 않은 아버지가 합의항소심 재판부는 감형 이유에 대해 "범인이 살해 후 사체까지 숨겼지만 유족이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씨와 합의한 A씨의 아버지가 딸과 20년간 남남처럼 지내왔다는 이야기가 알려지자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A씨의 아버지는 딸과 지난 4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딸을 살해한 범인이 잡히자 A씨의 아버지는 합의금을 받고 이 씨 측과 합의한 뒤, 법원에 이 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기계적 판결인가

감형이 결정되자 일각에서는 사실상 남남과도 같은 유족과의 합의가 감형 사유인 것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또한, 양형 기준표에 따른 기계적 판단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판결 이후 검찰 측은 "생전 피해자와 절연 관계에 있던 아버지의 합의로 감형돼 유감스럽다"며 "이런 경우를 유대 관계에 있는 유족의 일반적인 합의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제혁 변호사는 'SBS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서 검찰의 이 같은 지적이 공판 과정에서 고려됐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임제혁 변호사]
"검찰이 상고를 안 하면서 이 부분을 얘기했어요. 이 사람과 합의한 것을 이렇게 크게 감형 요소로 봐야 되는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사실은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문제로 삼았어야 되는 부분입니다."
양형 기준표 다시 살펴봐야하는 시점이 아닐까임 변호사는 또,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형벌의 정도를 결정하는 '양형'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제혁 변호사]
"법관들과 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참여해 양형 기준표라는 것을 만드는데, 이 기준표가 국민의 법 감정과는 괴리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양형 메커니즘이 우리 사회의 인식, 법 감정 시선에 맞게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지, 이 메커니즘이 구조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될 시점이라는 거죠."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