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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리듬체조 유망주의 '상처투성이 발'과 '깨알 훈련일지'

'포스트 손연재'로 주목받는 김채운 선수 인터뷰

최희진 기자 chnovel@sbs.co.kr

작성 2017.06.14 09:41 조회 재생수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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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리듬체조 유망주의 상처투성이 발과 깨알 훈련일지
올해 16살 세종고 2학년 김채운은 손연재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리듬체조 유망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5~6살 늦어도 초등학교 1, 2학년 때 리듬체조를 시작하는 것과 달리 김채운은 초등학교 5학년에 리듬체조에 입문한 '늦깎이'입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생활 리듬체조를 시작했다 코치의 권유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정식 선수 등록을 했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주니어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중학교 2학년부터 국내 대회 주니어 부문을 석권하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빠른 성장세를 보인 김채운은 지난해 8월 러시아로 건너가 훈련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조유정 씨가 러시아에서 함께 생활하며 어린 딸의 훈련을 뒷바라지하고 있습니다. 김채운은 손연재가 훈련했던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에서 손연재를 지도했던 옐레나 니표도바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리듬체조 세계 최강 러시아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배우면서 실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시니어 무대 데뷔전이었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고, 지난 3일 세계선수권 파견 대표 1차 선발전에서도 1위에 오르며 시니어 무대에서도 국내 1인자로 등극했습니다. 김채운은 요즈음 이달 24일부터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준비에 한창입니다. 오전에 학교(세종고)에 가서 수업을 받고, 오후에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굳은 살 투성인 김채운의 발훈련 위해 슈즈 착용하고 있는 김채운 선수아시아 선수권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채운을 인터뷰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김채운의 '상처투성이 발'이었습니다. 김채운의 양발은 온통 굳은살이 박혀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매트 위를 뛰고 구르고 넘어지면서 생긴 상처입니다. 고된 훈련이 두 발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습니다.

10대 소녀의 앳된 얼굴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게다가 김채운의 발은 운동선수에게는 핸디캡인 '평발'입니다. 김채운은 평발이어서 엄지발가락이 휘어진 '무지외반증'으로 통증이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신발에 '무지외반증 맞춤형 깔창'을 착용하고 다니면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습니다.김채운의 훈련일지김채운의 훈련일지김채운의 훈련일지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김채운의 '훈련 일지'였습니다. 노트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훈련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꼼꼼하게 하루도 빠짐없이 작성했습니다. 월간, 주간, 일일 단위로 적었습니다. 어떤 훈련을 했고, 코치로부터 어떤 지적을 받았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고,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적었습니다. 현재 43kg인 몸무게를 유지하기 매일매일 체중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 훈련일지 내용
볼 - 전체적으로 발을 깨끗이 아웃으로 쓰고, 팔 동작할 때 골반도 같이 쓰기
리본 - 멀리 그리기, 어깨 조금 더 넘기기, 던지기 전에 리본 멀리하기,
       오른쪽 어깨 밑으로 처지지 않게
볼 연결 동작할 때도 몸을 더 쓰면서 표현하기, 댄스스텝 표현력 업그레이드 시키기


김채운은 이렇게 훈련일지를 쓰면 다음 날 운동할 때 썼던 게 기억이 나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지희 세종고 코치가 김채운이 매일 훈련 일지를 쓰는 습관을 칭찬했는데 직접 보니 정말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인터뷰 중인 김채운 선수Q) 러시아 전지훈련은 어떤가요? 힘들지 않나요?
- 처음에 러시아 갔을 때는 적응도 안 되고 남의 나라라 눈치도 보이고 해서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도 친해지고 얘기도 하면서 모르는 것도 물어보고 하면서 실력도 더 늘게 되는 것 같아요. 러시아 코치들은 정교하고 세부적으로 잘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아요.

매일 훈련은 8시간 정도 하는데 스스로 체크해가면서 모자란 것도 자기가 알아서 찾아가면서 자율적인 분위기로 해요. 어머니와 같이 생활하고 있지만 나머지 가족들이랑 떨어져서 지내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나오면 가족들이 좋아하니까 그 생각을 하면서 꾹 참고 하고있어요.

김채운의 어머니 조유정 씨는 러시아는 리듬체조 강국답게 훈련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치도 트레이닝, 안무, 기본기, 발레 등 여러 파트로 세분화돼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Q) 러시아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니까 도움이 되나요?
- 아무래도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좀 질투도 나고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스스로 더 좋아지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러시아 코치들은 주로 어떤 점을 강조하나요?
- 표현력 부분에서 표정을 더 강하게 하라고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저 같은 경우에는 다리의 유연성이 부족해서 점프를 할 때 '一자' 모양이 나와야 되는데 그게 좀 부족해서 그 점을 계속 강조하세요. 턴 동작을 할 때도 발을 꼿꼿이 세우고 돌라고 주문합니다.

Q) 후프-볼-곤봉-리본 가운데 어떤 종목이 가장 자신 있나요?
- 작년까지는 주 종목이 곤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프로그램에서는 볼이 가장 자신 있어요. 올 시즌 볼 종목 음악과 프로그램이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김채운의 장점으로 강렬하고 스피디한 연기를 꼽았는데 올 시즌 볼 종목 프로그램이 이런 특성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채운은 왼손잡이여서 두 손을 모두 사용해 수구를 다뤄야 하는 곤봉 종목에 유리하다고 했습니다. 왼손잡이인 데다 기본적으로 오른손도 잘 쓰기 때문입니다.
 
Q) 시니어에 데뷔한 올 시즌 성적에 만족하나요?
- 시니어에 데뷔했는데 이렇게 국내에서도 좋은 성적 내고, 국제 대회는 아직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회를 뛸 때마다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대회를 많이 뛰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월드컵보다 급이 낮은 대회이긴 하지만 김채운은 지난 4월 세르비아에서 열린 '리탐컵' 국제대회에서 개인종합 은메달, 곤봉 금메달, 볼-리본 은메달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Q) 주변의 기대가 부담이 되지 않나요?
- 솔직히 부담은 되는데 그래서 더 긴장하면서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같아요.

Q) 손연재 은퇴식 때 선수 대표로 송사를 낭독했는데 그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 연재 언니가 한국 리듬체조를 발전시킨 대선배였는데 은퇴하니까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어요. 연재 언니가 너무 잘했는데 은퇴 이후 한국 리듬체조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연재 언니의 대를 이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이번 달 말 아시아선수권을 비롯해 올 시즌 국제대회 각오?
- 대회를 나가서 메달을 따면 가장 좋겠지만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올림픽까지 가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대회 때마다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번에 아시아 선수권에서 종목별 메달을 목에 걸고 싶고, 내년에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나가서 메달을 따고 싶어요. 아시아에서부터 시작해 세계 무대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김채운은 이번 달 말 아시아선수권을 시작으로 다음 달 월드게임, 그리고 8월 카잔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기량을 겨룰 계획입니다.

Q) 선수로서 목표는?
-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거에요. 연재 언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서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세종대 리듬체조팀을 지도하고 있는 양성해 체육학과 교수는 김채운의 장점으로 표현력은 기본이고 빠른 기술 습득 능력과 뛰어난 운동 지능 그리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꼽았습니다. 리듬체조 입문 5년 만에 국내 정상에 오른 김채운의 성장 속도를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더 하면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이 크다고 기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