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SBS '라이프'는 슬로건 패션의 역사와 최근 경향을 들여다봤습니다.
■ 대통령의 '강치 넥타이' 주목
지난달 돌연 유행한 넥타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공식 석상에서 착용한 주황색 넥타이입니다. 이 넥타이는 지난 2012년 '112주년 독도 주권 선포의 날'을 기념해 한 디자인 업체가 '독도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만든 넥타이입니다. 일본인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된 독도 바다사자 '강치' 떼를 새겨넣은 디자인으로 독도 침탈의 역사를 강조했습니다.
"보통 특별한 날만 독도를 기억하는데 독도가 왜 중요한가를 좀 더 쉽게 일반인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서 (제작하게 됐습니다)"
해당 넥타이에 관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제품은 큰 화제가 되고, 일부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는 품절까지 됐습니다. 이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는 패션 상품을 통해서 관심사와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을 '슬로건 패션'이라고 합니다. 정치, 사회, 문화 어떤 분야이든 개인적인 취향이나 생각을 피력하는 수단으로 패션을 사용하는 겁니다.
■ 하고 싶은 말? 가방으로 티셔츠로 표현한다
슬로건 패션은 1960~1970년대 히피 문화의 일종으로 등장했습니다. 'Make Love'나 'Not War' 등과 같이 반전, 평화, 환경보호 등의 저항 정신을 티셔츠에 담아내는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동참과 공감을 얻기 위해 시작된 것이 이제는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독창적인 패션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 패션업체들은 메시지를 담은 '슬로건 패션' 티셔츠를 잇달아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걱정은 지우개', '하면 되지', '칼퇴근' 등 격려나 다짐 문구를 재치있게 디자인한 티셔츠들도 인기입니다. 특정 사회 문제에 대한 아이템도 많습니다. 트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 과거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지역 이름을 새겨 넣은 가방도 있습니다. 원전 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탈핵'을 주장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겁니다.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충분히 패션으로써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못다 핀 꽃을 함께 피워드리자'는 의미의 'Blooming their hopes with you'가 새겨진 팔찌를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 슬로건 패션, 정치 참여 수단 되기도
슬로건 패션은 정치적 역할도 톡톡히 해냅니다. 지난해 영국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슬로건 패션이 유행했습니다. 외국의 유명인사들이 'I'M IN(EU 잔류 지지)'나 'I'm with her(나는 힐러리와 함께한다)' 등의 티셔츠를 입고 인증샷을 올린 겁니다.
지난 2월 그래미상 시상식에는 '트럼프 지지' 와 '트럼프 탄핵' 주장이 의상으로 맞붙기도 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조지 빌라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쓰인 드레스를 입었는가 하면, 밴드 하일리 서스펙트의 멤버 조니 스티븐스는 '탄핵(IMPEACH)'이라고 쓰인 재킷을 입고 참석했습니다.
'티셔츠의 계절' 여름, 여러분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슬로건 패션'이 혹시 있으신가요?
(취재: 정연 / 기획·구성: 김도균, 장현은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