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시는 중국과 북한의 육로무역이 가장 활발한 곳입니다. 매일 수많은 화물트럭이 오갑니다. 또 신의주와 철도도 연결돼 있어서 매일 기차가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화물트럭과 기차가 오가는 다리가 예전 압록강 철교로 불린 중조우의교(中朝友宜橋)인데, 중조우의교 밑으로 흐르는 압록강이 한반도와 중국의 국경인 겁니다.
높은 건물로 올라가서 망원경으로 살펴보면 신의주시에 사는 사람들 움직이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가깝습니다. 단둥에서 유람선이나 보트를 타고 북한 땅 쪽으로 가면 북한 사람들(대체로 군인)과 대화도 몇 마디 나눌 수 있고, 신의주에서 온 북한 유람선들은 단둥 공원 바로 앞까지 와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국경 풍경에 익숙하지 못한 한국 사람들에겐 신기할 수밖에 없는 광경입니다. 이렇게 서로 속속들이 들여다보이는 압록강의 풍경인데, 최근 신의주 쪽 압록강에서 낯선 광경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압록강을 누비고 있는 이 고깃배의 정체가 뭘까요? 정체는 실뱀장어를 잡는 어선들입니다. 압록강을 누비며 뜰채로 실뱀장어를 잡아서 퍼 올리는 어선들인 겁니다. 사실 북한의 실뱀장어 어선은 압록강에서 3월이나 4월쯤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합니다.
근데 올해는 어선이 목격된 시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합니다. 6월이 다 된 시점에도 여전히 실뱀장어 어선들이 종횡무진하는 건 처음 본다는 겁니다. 그냥 보기엔 별 대수롭지 않은 이 풍경이지만, 압록강 반대편 중국 단둥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북한 고깃배가 아예 실뱀장어의 씨를 말리고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사실 단둥에서 압록강 뱀장어는 장어 좀 먹는 사람들에겐 매우 인기가 높은 비싼 먹거리입니다. 그런데 북한 쪽에서 이렇게 실뱀장어 6월이 다 될 때까지 씨를 말릴 정도로 잡아버리면 중국 단둥시 장어 식당들은 장어 물량을 대기가 어려워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지경이라는 겁니다.
북한 어민들은 왜 이렇게까지 실뱀장어를 잡고 있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섭니다. 실뱀장어는 바로 식용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양식을 통해 장어 성체로 키운 다음에 소비할 수 있습니다.
아직 장어의 생식 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뱀장어를 잡아서 양식하는 방법이 장어 성체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 이유로 실뱀장어는 매우 비싼 가격으로 거래가 됩니다. 실뱀장어는 몸체가 매우 작지만, 거래가 될때는 마릿수 단위로 거래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보통 실뱀장어 1kg당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 하니 말 그대로 금값입니다. 북한 어민들 입장에선 이만한 외화벌이 사업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생계를 위한 교역이라고 주장하면 대북제재안에 포함된 교역금지 예외 품목이라고도 주장할 수는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실뱀장어 잡이는 압록강 뿐만 아니라 대동강이나 청천강 등에서도 흔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금어기를 따로 두지 않고 마구잡이로 포획하기 때문에 뱀장어는 북한에선 천연기념물 대접을 받을 정도라고 합니다.
북한 어민들이 강바닥까지 긁어 잡은 실뱀장어가 어떻게 유통되는 걸까요?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북한산 실뱀장어는 중국 상인들에게 넘겨진다고 합니다. 특히 장쑤성(江蘇省) 상인들이 주로 많이 사 간다고 합니다.
장쑤성은 중국내에서도 큰 호수가 많고, 양식기술이 발달된 지역이라 실뱀장어를 장어 성체로 양식하는 기술이 좋은 상인들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국 상인들은 이렇게 실뱀장어를 사서 장어 성체로 키운 다음 중국 내 소비시장에서 팔기도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으로 수출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여느 장어구이 집에서 압록강 뱀장어를 먹는 건 뭐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