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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앙지법 판사회의 무산…법관들, 개혁 의지 있나?

민경호 기자 ho@sbs.co.kr

작성 2017.06.08 08:31 수정 2017.06.08 08:32 조회 재생수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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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중앙지법 판사회의 무산…법관들, 개혁 의지 있나?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달 19일 오전 10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립니다. 법원행정처가 사법개혁을 지지하는 성향의 법원 내 학회를 탄압하고, 일선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을 뒷조사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석 달 만입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리고,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각급 법원 판사들이 잇따라 판사 회의를 소집하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이 받아들여진 결과입니다.

-관련 취재파일
▶ [취재파일] 왜 오늘 우리는 '법관의 독립'을 말하나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앞두고 일선 판사들의 목소리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지점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체판사회의'입니다. 법원 규모가 전국 최대인 데다, 지난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지시하면서 촉발된 5차 사법 파동 당시 자정이 넘도록 회의를 이어갔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체판사회의'가 어제(7일)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습니다. '정족수 미달'이 이유였습니다. 전체판사회의는 소속 판사 가운데 절반 이상의 참여로 개최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법 소속 판사는 325명이고, 이에 따라 163명이 참석해야 했지만, 어제 회의에 참석한 판사는 102명뿐이었습니다. 1/3조차 채우지 못한 것입니다.
법원이번 전체판사회의의 의제 가운데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어느 판사를 서울중앙지법의 대표로 보낼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회의가 무산되면서 대표조차 뽑지 못하게 됐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들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앞두고 판사들의 사법개혁 주장의 동력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관계자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이 됐던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선 판사들은 사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개혁돼야 한다는 점에 상당히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지난 3월 25일 이 학회가 공개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502명의 판사들 가운데 96.6%인 483명이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법행정 분야가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91.6%인 458명은 '소속 법원장들의 권한을 의식하는 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90%가 넘는 판사들이 상관 눈치를 볼 정도로 법관의 독립이 보장되지 않고, 이와 관련해 사법행정 분야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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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인사 불이익 우려' 판사가 88.2%…"새까맣게 타들어간다"

판사들이 문제점만 인식할 뿐 행동할 용기는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사안이 진행되는 동안 판사 개개인의 분노에 비해 집단적인 행동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됐습니다. 집단행동을 하기보다는 몇몇 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의견을 올리고,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회의를 열고 공통된 의견을 말하는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마치 재판을 진행하듯' 멀찍이 날짜를 정하곤 했습니다.
법원하지만 그럴 때마다 법원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기 부담스러워 하는 판사들이 내부망에 글을 올리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지금처럼 글이 올라오는 것은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봐야 한다', '평생 재판하던 사람들이라서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동력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답해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회의가 열리는 시각이 오후 4시였던 점도 회의 무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재판하는 날인 경우 판사들이 오후 5시~6시까지 재판정에 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재판을 하고 있던 판사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 관계자들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오후 4시에 판사회의를 개최해 왔다"면서 "그 전에 열린 오후 4시 회의들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답합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흘가량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일선 판사들의 목소리가 부담스러웠을 대법원 수뇌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회의에 대표로 나갈 판사들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국가 차원에서 개혁 바람이 부는 이 때, 사법부 개혁 논의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취재파일을 쓰기 위해 다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서 새롭게 눈에 띄는 응답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Q. 법원 판사회의가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86.2%

Q.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지 않다면) 적절한 기능 발휘의 장애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복수응답 가능)
A. 소속 법관들의 무관심 또는 지나친 업무량 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