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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축구와 군대…입대 위한 K리그 'U턴'까지

하성룡 기자 hahahoho@sbs.co.kr

작성 2017.06.07 19:01 수정 2017.06.07 22:36 조회 재생수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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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빛가람 선수가 K리그 복귀를 앞두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제주를 떠나 중국 슈퍼리그 옌볜으로 이적한 지 1년 6개월 만입니다. 옌볜과 계약 기간이 3년 남았지만, K리그 유턴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병역 때문입니다.

군인 팀인 상주 상무 혹은 경찰축구단인 아산에서 뛰려면 입대 직전 시즌에 K리그에서 뛰어야 한다는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국내 무대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윤빛가람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뛰고 있는 1990년생 선수들도 속속 K리그 복귀를 타진하고 있어 여름 이적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입니다. 최근 스타 플레이어들의 해외 유출에 인기가 시들해진 K리그에도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 선택 기로에 선 27살 선수들
한국영 선수상주 상무와 아산 경찰축구단 선수 선발 나이 제한은 만 27세입니다. 당초 상무가 만 27세, 경찰축구단이 만 29세로 달랐지만, 형평성을 이유로 2016년 경찰축구단이 선수 선발 나이 기준을 2년 줄이면서 두 팀 모두 만 27세로 통일됐습니다.

1990년생으로 올해 27살인 윤빛가람에게는 올해 하반기가 상주나 아산에 입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에 윤빛가람은 6개월 임대로 K리그 복귀를 추진 중이고 복수의 K리그 구단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맹의 선수 추가 등록 기간인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K리그 소속으로 등록을 마친다면 윤빛가람은 후반기에 K리그 무대를 누비게 됩니다. 그리고 9, 10월 중 상무 혹은 경찰축구단에 지원하고, 합격할 경우 시즌이 끝난 12월 입대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윤빛가람뿐만 아니라 1990년, 27살 동갑내기로 최근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과 계약이 끝난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명주와 카타르 알 가라파의 한국영도 시즌 후 입대를 위해 하반기 K리그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입대 위한 K리그 'U턴파' 누가 있나?
축구선수 이근호입대를 위한 K리그 'U턴파'의 대표 인물은 이근호 선수입니다. 일본 J리그에 진출해 주빌로 이와타와 감바 오사카에서 4시즌을 보낸 이근호는 입대를 위해 2012년 울산으로 복귀했고, 그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역이 된 후 이듬해 상무에 입단했습니다.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뒤에는 더욱 펄펄 날았습니다. 2013년 상무에서 K리그 2부 리그 득점왕에 오른 데 이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도 출전해 러시아전 선제골로 존재감을 알렸고, 전역 이후 카타르 리그로 거액의 연봉을 보장받고 이적하기도 했습니다.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신진호는 카타르 리그에서 뛰다 군 복무를 위해 2015년 여름 포항에 복귀했고, 지난해 1월 FC서울로 이적했습니다. 예정보다 조기 입대를 하게 돼 비록 3개월밖에 서울에서 뛰지 못했지만 짧고 굵은 활약으로 서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현재 상무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인 신형민 역시, 2012년부터 아랍에미리트 알 자지라에서 뛰다 2년 뒤 전북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복귀 첫해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전북의 리그 우승을 이끈 뒤 아주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경찰 축구단에 입단해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상무와 경찰축구단 입단을 위해 전략적인 U턴이었지만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윈-윈'이 된 셈입니다.

● 상무-경찰축구단에서 탈락한다면?

상무와 경찰축구단은 매해 가을 정기 선발을 통해 선수를 수급합니다. 선수마다 전역 일정이 달라 필요할 경우 보충 선발을 하기도 하지만, 매해 상무와 경찰축구단에 입단할 수 있는 선수는 많아 봐야 40명 내외입니다. 결국, 서류·실기·면접 전형에서 탈락한 선수가 나오기 마련인데, 매해 수십 명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이 선수들은 병역 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할까요. 가장 간단하지만, 안타까운 사례는 '막군' 입대입니다. 2년간 그라운드를 떠나 '일반' 병사들과 같이 병영 생활을 해야 합니다. 한창때인 20대 선수 생활의 2년을 선수로 뛰지 못한다는 건 상당한 모험이지만, 상무와 경찰축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겠죠.

그래서 '막군'에 다녀온 뒤 프로에서 꽃을 핀 '막군 신화' 김원일(제주) 선수가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김원일은 대학생 시절인 2007년, 해병대에 자원해 '해병대 메시'로 불리며 '군대스리가'를 평정했고, 전역 이후인 2009년 드래프트로 포항에 입단해 2011년부터 팀의 중심으로 우뚝 섰습니다. 김원일은 올 시즌을 앞두고 7년간 뛰었던 포항을 떠나 제주로 이적했습니다.)

워낙 부상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4급 보충역 판정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 다행히 이 경우에는 2007년에 출범해 올 시즌 21개 팀으로 운영되는 K3(프로축구 4부 리그에 해당)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낮에는 공익근무요원, 저녁에는 축구 선수로 '이중 생활'을 하며, 주말에는 리그 경기까지 뛰고 있습니다.

한때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전북 출신의 한교원과 서울의 고광민이 화성 FC에서, 성남의 수문장이었던 박준혁 골키퍼는 포천시민축구단, 2010년 K리그 득점왕 출신인 유병수는 김포시민축구단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