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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병원 표지석에'…떡하니 새겨진 보훈처장 이름

<앵커>

보훈병원 4곳에 지난달 표지석이 세워졌습니다. 이 표지석 모두에는 당시 퇴임을 앞두고 있던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표지석 하나에 1천5백만 원입니다. 이 돈은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써야 할 예산에서 나왔습니다.

안상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전 보훈병원입니다.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새로 세워진 표지석이 보입니다.

대전뿐 아니라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 보훈병원 4곳이 지난 4월 말 표지석을 동시다발적으로 들여놨습니다.

그런데 모든 표지석 아랫돌엔 얼마 전 물러난 박승춘 전 보훈처장 이름이 새겨졌습니다.

[보훈의료공단 관계자 (음성 대역) : 시기적으로 생뚱맞고, 이름 넣는 것도 생뚱맞고… 직원들이 다 안 좋게 생각하는 거죠.]

이 표지석은 한 국가유공자가 광주보훈병원에 기증한 '명예로운 보훈'이라 새긴 표지석을 본 박 전 처장의 제안과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의 결정으로 세워졌습니다.

표지석을 세운 직후 당시 박 처장은 서울 중앙보훈병원을 찾아가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하지만 보훈처장이 교체된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을 당시엔 정면에 보였던 처장의 이름이 사라진 것입니다.

표지석을 살펴보니, 이름이 새겨진 아랫돌을 뒤로 돌리고, 그 앞에 회양목을 심어 가렸습니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 : (나무로 왜 가려놓으신 거예요?) 굳이 이름을 새겨놓고서 가릴 이유는 없죠. 아니, 가릴 걸 뭐하러 새겨 놓겠어요. 차라리 그러면 (이름을) 안 새기지.]

한 개에 1천5백만 원 짜리 이 표지석들은 국가유공자를 위해 쓰여야 할 보훈복지의료공단 예산으로 세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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