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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달라는 대로 다 줄 순 없다"…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권리

[취재파일] "달라는 대로 다 줄 순 없다"…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권리
지난해 은행이 얼마나 이자 장사를 잘했는지 보여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가계의 '이자 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자 수지. 가계의 이자 수입에서 이자 지출을 뺀 숫자입니다. 예를 들어 대출은 없고, 예금만 있을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은행에서 '받는 이자'만 있어서 '흑자'일 겁니다. 반대로 예금은 없고, 대출만 있다면 은행에 '내는 이자'만 있어서 '적자'일 겁니다. 이같은 '받는 이자'와 '내는 이자'를 다 더해봤더니 지난해 처음으로 5조7천억 원 적자가 난 겁니다. 가계 기준 적자입니다. 은행 기준으로는 흑자겠죠.

한마디로 은행은 많이 받고, 국민은 많이 냈다는 겁니다. 한국은행이 1975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이자 수지가 적자가 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은행들의 영업실적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쏟아진 바 있습니다. 실제로 온 나라가 경제 불황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엄청난 이자 장사'를 했던 겁니다.

● 은행은 흑자인데 가계는 적자, 그것도 "197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

지난해 가계가 벌어들인 이자 소득은 36조 1천억 원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5.4% 줄어들었습니다. 반면에 가계가 은행에 낸 이자는 41조 원이 넘었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12.6% 증가했습니다. 은행이 예금, 적금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는 높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3월 3.43%를 기록해 2015년 말보다 0.2% 포인트 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예금금리는 1.58%로 2015년 말보다 오히려 0.2% 포인트 내려갔습니다.

은행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금, 적금 금리를 정하는 기준과 대출 금리를 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르다는 기준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알려달라고 물으면 "영업 기밀이다"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최근 그 장부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습니다. 33조 9천 9백 94억 원. 거의 34조 원의 이자 순익을 낸 국내 은행들의 바로 그 '영업 기밀'입니다.
신용등급 상승 금리 인하
● 은행의 '편한 가산금리 올리기', 제동 걸리나 

대출 금리는 종류에 따라 아주 다양하지만, 일반화시켜보면 기준 금리에 가산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대부분 기준금리, 즉 시장금리는 은행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문제를 삼고 있는 건 바로 가산 금리입니다.

계산법은 은행마다 다릅니다. 계산할 때 항목별 비중도 다릅니다. 목표이익률, 위험 프리미엄, 업무 비용 등의 항목을 자체적으로 계산해서 가산금리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다고 치면, 그걸 얼마나, 어떻게 반영할지는 은행 자체적으로 정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미국 금리인상 핑계대고 너무 올리는 것 아님?"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던 겁니다. 물론 은행도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합니다. 영업 기밀도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은행은 공공성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이기도 합니다.
 
결국 금융당국이 움직입니다. '과도한 이자장사'를 막기 위해 가산금리와 연체금리의 불합리한 인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금감원이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고, 금융위원회는 연체 금리 관리 감독에 나섰습니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6월부터 내부 감사위원회를 거쳐서 가산금리를 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록이 남고, 잘못했다가는 금융당국에 걸릴 수 있으니까 쉽게 금리를 올리던 관행은 조금이라도 누그러질 거라는 계산입니다.

● '금리인하요구권' 활용하기

하지만, 금융당국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공언하고 있고, 당장 6월부터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가산금리 잡아봐야 기준금리,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을 피하기 힘들 수도 있는 겁니다. 금융당국이 요즘 부쩍 '금리인하요구권'을 홍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손승욱 취재파일, 대출 금리 관련 CG
금리인하 요구권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뒤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대출 당시보다 크게 개선되면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직장인은 승진했을 경우에,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늘어서 수입이 증가한 경우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승진이나 취업, 대출 증가로 인해 예전에 대출 받을 때에 비해 신용등급이 좋아졌으니 금리를 깎아달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신용등급이 많이 반영된 신용대출이 금리 우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2금융권에서만 연간 886억 원 절약"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2금융권에서도 가능합니다. 2금융권 금리가 평균 20%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더 절실할 수 있겠죠.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사 같은 곳에서 가능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2금융권에서 7만4천명이 금리인하요구를 해서 모두 6만3천명이 금리인하 혜택을 받았습니다. 수용 확률이 85% 수준인 겁니다. 금융감독원은 평균 1.86%p 금리가 내려갔고, 이자는 연간 886억원을 절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손승욱 취재파일, 대출 금리 관련 CG
물론 금융기관에 따라 금리를 내려주는 기준이 다릅니다. 신용등급 2등급이 올라야 금리를 내려주는 곳도 있고, 대출 뒤 6개월은 안바꿔주는 경우도 있고, 1년에 최대 2번만 받아주는 제한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또 햇살론 같은 일부 정책자금 대출은 아예 금리인하 요구가 안됩니다. 또 예금, 적금 담보대출, 보험회사의 보험계약 대출도 금리인하요구가 안됩니다.

애시당초 미리 정해진 금리 기준에 따라 금리가 정해졌을 뿐, 금리를 정할 때 신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 복잡하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금감원에 따르면 그래도 지난해 1년 동안 11만건의 금리 인하요구가 수용됐다고 합니다.
손승욱 취재파일, 대출 금리 관련 CG
당장 시간나는대로 가야겠다는 분들은, 직장인의 경우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를, 자영업자는 소득금액증명원을 들고 창구에 가면 됩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러 왔다"고 하면 신청서를 줍니다. 실제 신청서에 적혀 있는 신청 사유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직장 변동(전문자격증 포함), 연소득 변동, 직위 변동, 신용등급 상승, 자산증가, 부채감소 항목이 적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해당되는 곳에 체크하고 증빙서류 내시면 은행에서 검토해서 5~10일 뒤에 전화나 문자로 알려주는 겁니다. 너무 바빠서 낮에 은행가기 눈치 보이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이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도록 은행을 압박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쯤 가능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규모가 재작년에 비해 줄었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기뻐할 일이 줄어들었던 탓입니다. 경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다보니 승진도 줄고, 취업도 줄고, 수입도 줄고, 장사도 안됐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상황이 안됐던 겁니다.
 
그런데, 이제 새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에 나섰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꿔도 금리인하요구가 가능합니다. 물론 대출 상품이나 은행에 따라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감안해도 신규 대출이 더 좋을 경우도 있으니 은행 창구에서 물어보시는게 좋습니다. 올해는 많은 분들의 경제 상황 좋아지고, 그래서 금리인하 요구하시는 분도 덩달아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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