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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카톡 좀 하지 말아주세요"…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리포트+] "카톡 좀 하지 말아주세요"…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퇴근 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이나 문자 알림 메시지. 주말이나 휴일에도 이어지는 상사의 업무 관련 메시지와 메일. 여러분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나요?

'퇴근한 뒤나 휴일에는 직장 상사로부터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대한민국 근로자 10명 중 8명은 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이런 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추가한 새 근로 계약법을 내놓고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생활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반기는 사람이 많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일주일에 스마트 기기로 하는 업무만 11시간

우리나라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추가 근무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카톡 야근' '퇴근하지 못한 영혼들' '24시간 메신저 감옥' 등의 웃지 못할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8명은 퇴근 후 스마트폰 업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제조업·서비스업 근로자 2,4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6%가 퇴근 후 스마트폰 업무를 경험했으며,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일주일 677분(11.3시간)이라고 응답한 겁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 그래프
근로기준법상 1주 12시간까지만 연장 노동이 허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으로 발생한 11시간의 추가적인 업무 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업무 처리로 참여시간이 줄어든 활동으로는 '수면'(44.0%)이 가장 많았습니다. 퇴근 이후에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추가 업무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듯 휴식시간에 쉬지 못하고 스마트 기기로 업무를 해도 그 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는 어렵고 수당도 따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제화해야 한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노동개혁법안에 추가했습니다. 디지털 기기 때문에 초래된 초과근무에 대해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 법 개정이 추진됐고 올해 1월 1일부터는 법안이 발효됐습니다. 프랑스에서 종업원 50명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근무 시간 외 업무 관련 메일 수신을 거부할 법적 권리'를 부여받은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제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대표 발의됐고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 회부 돼 있습니다. 이 법안은 사용자가 법정 근로시간 이외 시간에 전화, 문자, 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 주요 내용
■ '휴식권 보장' 탄력받나?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업무시간 외에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차이가 커서 일괄적인 법 적용은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종과 직종에 따라 상황이 다를 텐데 만약 해당 법률안이 통과돼 일괄적으로 적용된다면 오히려 불법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국가처럼 노사 간 단체교섭을 통해 기업 상황에 맞는 규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독일의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은 업무시간 외 연락을 기술적으로 차단합니다. 업무 종료 30분 후 업무용 스마트폰의 이메일 기능이 중지되고, 다음날 근무 시작 30분 전에야 서버가 살아나는 형식입니다. ‘다임러 벤츠'는 모든 직원의 휴가 기간 도착하는 이메일을 자동으로 삭제하고, 보낸 사람에게 '부재중'이라는 정보와 함께 업무를 대체한 사람의 연락처를 받습니다.
업무 종료 30분 이후에 이메일 기능 자동 중지
국내에서도 기업 상황에 맞게 자체 규제를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LG U+'는 '밤 10시 이후 업무 관련 카카오톡 보내기'를 금기 사항으로 정했습니다. 'CJ그룹'도 구체적인 방침 마련에 나서고 있고 국내 7개 증권 회사는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김기선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일률적으로 (업무 연락을) 금지한다고 하는 것들이 오히려 경직성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각각의 사업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퇴근 후 업무 지시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만큼 근로자의 쉴 권리를 위한 관련 입법 논의와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현은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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