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화성 12형의 기묘한 발사 방식…"임기응변 돌파구"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5.27 09:45 수정 2017.05.27 17: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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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4일 처음으로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중거리 미사일 화성 12형을 시험발사해 성공하자 발사 방식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북한은 미사일의 경우 이동식 발사 차량 TEL에서 쏘고, 장거리 로켓은 동창리의 대형 발사대에서 발사합니다. 그런데 화성 12형은 소형 지상 발사 장치에서 쏴 올렸습니다.

“북한이 사거리 5,000km 안팎에 달하는 중거리 미사일의 화염과 진동을 견뎌낼 TEL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화성 12형의 실전 운용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등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군도 핵심들이 나서 “화성 12형 발사 장치를 주목하라”는 말을 흘리며 발사 장치를 낮게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구 소련의 미사일 지상 발사 장치하지만, 화성 12형의 발사 방식은 이전 취재파일(▶ 北 '화성 12형' 해석의 심각한 오류들…"발사대·엔진 모두 견고")에서 지적했듯이 역사적 실체가 있는 견고한 방식입니다. 옛 소련이 사용했던 오래된 방법이기는 하지만 나름 장점이 있는 실전용 발사 방식입니다. 대비가 필요합니다.

● 썩 실용적인 화성 12형의 발사장치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탄도 미사일을 TEL에서 발사하면 TEL은 로켓 화염에 손상되기 때문에 전면 보수를 해야 재가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면 보수를 해도 화염에 한번 노출된 TEL의 성능은 떨어지고 수명은 단축되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화성 12형의 TEL은 미사일을 지상 발사 장치에 세우는 데까지만 관여합니다. 미사일을 지상 발사 장치에 세운 뒤 TEL은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고 미사일을 발사하니 TEL은 멀쩡합니다. 지상 발사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장치를 여러 대 만들어 이곳저곳 거점에 미리 설치해두면 번거로울 것도 없습니다. 지상 발사 장치가 고정식이 아니라 이동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TEL을 100~200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겹겹이 금수 조치를 당하고 있는 북한은 TEL을 새로 수입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TEL을 보수하면서 써야하는 입장입니다. 지상 발사 장치는 북한에게 TEL의 수명을 연장하는 썩 괜찮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영관급 장교 출신의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이 지상 발사 장치로 미사일을 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지상 발사 장치가 완성된 실용적인 발사 방식이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이 장치를 외부 세계에 보여주며 은근히 자랑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北 화성 12형● 킬 체인, 수정·발전돼야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북한 미사일을 선제공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과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의 무력화입니다. 북한이 기존 차륜형 TEL 대신 무한궤도형 TEL을 들고 나왔더니 북한이 산과 계곡 깊은 곳으로 TEL을 몰고 가서 미사일을 쏘면 킬 체인이 무력화된다고들 했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화성 12형이 선보인 지상 발사 장치도 킬 체인을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이 일본과 괌의 미군기지를 노리는 무수단과 같은 중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우리나라를 향해 고각발사하면 낙하 속도가 마하 10을 넘어서 KAMD로는 못 막는다는 비판도 등장했습니다.

킬 체인과 KAMD는 현재 구축중입니다. 구축되지 않았으니 무력화될 일도 없습니다. 북한이 새로운 공격 초식을 내놓으면 킬 체인과 KAMD가 쓸모 없게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비판을 할 게 아니라 킬 체인과 KAMD를 수정, 발전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옳습니다.

군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환수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전작권 환수의 핵심 조건이 바로 킬 체인과 KAMD의 완벽한 구축입니다. 전작권을 미국으로부터 돌려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우리 군은 독자적인 대북 작전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대북 작전 능력의 요체가 킬 체인과 KAMD입니다.

현재 계획된 킬 체인과 KAMD로는 북한의 미사일을 선제공격하고 요격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것이 군 안팎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5년 안에 전작권을 환수할 방침이라면 킬 체인과 KAMD의 조속한 수정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24시간 낱낱이 감시하기 위해 정찰위성 5기과 고고도 정찰위성 4기, 그리고 기존의 각종 탐지 자산을 가동해야 하는데 정찰위성은 오지랖 넓은 국가정보원이 함께 사용하기로 하는 등 허점이 큽니다. 킬 체인의 운용 개념도 적어도 북한의 새로운 전술에 맞춰가야 합니다. 사드(THAAD)에 밀려 찬밥 대우를 받았던 국산 장거리 요격 체계 L-SAM과 중거리 요격 체게 M-SAM의 개발과 생산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가속화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킬 체인과 KAMD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 미국은 전작권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또 킬 체인과 KAMD가 허술하면 전작권을 갖고 온들 껍데기뿐이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