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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약 먹기 힘들었던 22살 의경…죽음 선택한 사연

<앵커>

의경으로 복무하던 22살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고 있었는데, 이 약을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던 겁니다.

어떤 사연인지, 남주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2살 박 모 일경은 지난 2월, 부대 배치 직후부터 우울증세로 주기적인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항불안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했는데, 졸음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약을 먹고 불침번을 서다가 잠이 들었고, 그 때문에 사유서까지 써야 했습니다. '불침번 근무 때는 저녁에 약을 먹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울증이 있는 상태에서 약을 거르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나해란/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약을) 빼먹게 되면 증상이 악화하고, 또 잠을 못 자는 것 자체도 악화 요인이 돼서 굉장히 이중적인 악순환이 반복되게 되는 거죠.]

약을 먹으면 졸려서 불침번을 설 수 없고, 약을 먹지 않으면 우울증이 악화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그래서 박 일경의 극단적 선택이 가족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故 박 일경 아버지 : 내가 가슴 아픈 게 약을 끊도록 하겠다는 것, 약 때문에 자기가 늦었다는 거에요.]

하지만 경찰은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또,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야간 근무에서 빼줘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형남/군인권센터 간사 : 치료를 받은 뒤에 완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거죠. 이런 것들을 시스템적으로 규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하고요.]

18세에서 29세까지 남성 100명 가운데 3명은 우울증을 앓는 현실, 건강한 복무가 가능하도록 세심한 치료 지침이 필요해 보입니다.

[故 박 일경 아버지 : (아픈 아이를) 보살피고 토닥거리면서 근무를 시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느 애가 이겨내고,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군대를 보내겠어요.]

(영상취재 : 박대영·김승태, 영상편집 :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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