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행렬이 이어졌고, 열악한 근무환경과 안전관리 실태가 속속 드러났습니다.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책, 외주화 방지 법안이 쏟아졌습니다.
참사 1년이 지난 지금, 김 군의 일터는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 누가 19살 청년노동자를 죽게 만들었나
김 군은 사고 당일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혼자 점검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스크린도어 점검은 2인 1조가 원칙으로 혼자 일하는 게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1시간 내 정비가 안 되면 하청 업체가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입니다. 김 군은 그렇게 컵라면 먹을 시간도 없이 홀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 또 다른 김 군들의 일터에 찾아온 변화
김 군의 안타까운 죽음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밀알이 됐습니다. 안전관리 업무만큼은 외주 업체가 아닌 서울메트로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메트로 측은 스크린도어 유지관리업무를 작년 9월부터 직영 전환하면서 김 군과 같은 안전업무직 직원 142명을 채용했습니다. 2인 1조 근무 원칙을 지키고 안전 교육을 강화했으며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보호구 지급 기준도 개선됐습니다. 사고 방지를 위한 기술적인 조치도 마련됐습니다.
스크린도어가 열린 상태에서 전동차가 출발할 수 없도록 하는 무선주파수(RF) 제어 시스템이 지난 4월 1호선에 모두 구축됐고 3호선 34개 역에도 올해 안에 구축됩니다. 지난달 10일에는 메트로 121개 전 역의 스크린도어 운영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관제 시스템이 갖춰졌습니다.
■ '위험의 외주화' 여전…갈 길이 멀다
김 군이 숨졌을 당시와 비교해보면 처우는 많이 개선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한 실정입니다. 김 군 사고 이후 생명·안전 업무는 외주화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법안이 쏟아졌지만, 여론의 관심이 식어가자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에서 안전업무직의 제한적 직영화만 이뤄졌고, 외주화 금지법안이 발의됐을 뿐 통과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19살 앳된 청년노동자가 일깨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입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현은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