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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자와 수십년간 사실혼…법원 "유족연금 권리 없어"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고 수십 년 동안 생활했더라도 유족연금 수급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4부는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A 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A 씨는 1960년대 중반쯤 이미 배우자가 있던 B 씨와 동거하면서 두 명의 자녀를 낳고 생활했습니다.

1954년 결혼한 B 씨는 혼인 관계를 정리하려 했으나 법률상 배우자가 반대해 끝내 이혼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전역한 직업 군인이었던 B 씨가 2014년 2월 숨진 뒤 불거졌습니다.

A 씨가 국방부에 유족연금을 신청했으나 연금 수급 권리는 B 씨의 법률상 배우자에게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겁니다.

군인연금법에 따르면 퇴역 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퇴역 군인이 숨지면 유족은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고, 사실혼 관계인 사람도 유족에 포함됩니다.

A 씨는 자신과 B 씨가 가정법원 소송을 통해 사실혼 관계였음이 확인됐단 점을 근거로 들어 국방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에서 A 씨는 "B 씨가 법률상 배우자와 사실상 이혼 사이에 있다"며 "B 씨와의 사실혼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중혼적 사실혼'으로 본 국방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 씨는 또 B 씨가 숨질 때 부양하던 사람은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라 사실혼 관계자인 자신이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와 B 씨의 자녀들이 B 씨와 법률상 배우자의 자녀로 호적에 등록됐던 점 등에 비춰볼 때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사실혼인 사람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군인연금법의 취지는 실체는 있는데도 단지 혼인신고가 없는 경우에 사실상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법률혼 관계와 동시에 존재하는 사실혼을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만약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이혼할 뜻이 있는데도 형식상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법률혼이 남아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실혼 관계자에게 군인연금 수급권이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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