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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이번엔 분신까지…SNS '잔혹 생중계' 막을 방법 없나

[리포트+] 이번엔 분신까지…SNS '잔혹 생중계' 막을 방법 없나
현지 시간으로 지난 13일, 미국에서 한 30대 남성이 분신자살을 기도하는 장면이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윗옷을 벗은 채 몸에 등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장면이 그대로 사람들에게 퍼져 나간 겁니다. 지난달 24일 태국에서 11개월 된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는 장면을 생중계한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발생한 '잔혹한 생중계 사건'입니다.

자살, 살인뿐 아니라 성폭행과 학대 등의 범죄까지. 페이스북이 '범죄 중계'의 통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SBS '리포트+'는 SNS 범죄 생중계의 심각성과 막을 방법은 없는지 등을 알아봤습니다.

■ 끊이지 않는 SNS 범죄 생중계 문제…성폭행, 살인 영상까지

분신 영상이 생중계된 '페이스북 라이브'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 서비스되고 있는데, 서비스 직후부터 범행 생중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해왔습니다. 서비스 두 달만인 지난해 6월에는 프랑스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IS에 충성을 맹세한 20대가 경찰관 부부를 살해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잔혹 범죄 생중계 다수 발생
지난해 말에는 터키 남성과 미국 플로리다주의 14세 소녀 등이 페이스북 라이브로 자살 장면을 생중계하는 ‘자살 중계 논란’도 있었습니다. 구타, 감금, 집단 성폭행 등 올해 들어 이슈가 된 강력 범죄 생중계 사건만 해도 6건 이상에 이릅니다.

■ 잔혹 동영상 생중계 문제, 왜 심각한가

페이스북 라이브 서비스는 해당 앱을 설치한 사람이라면 별도의 장비 없이 누구나 활용이 가능합니다. 실시간 동영상을 시청할 때도 연령 제한 등의 기준은 없습니다. 페이스북이 삭제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청소년이나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도 잔혹 영상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겁니다. 스마트폰 이용 시작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청소년의 모방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1인 방송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도 친구나 팔로잉한 사람이 방송을 시작하면 타임라인에서 방송을 접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치 않아도 이런 생중계 영상을 접할 수도 있습니다. 댓글이나 공유 등에 의해 영상이 확산하는데,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20억 명이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다 보니 영상이 가지는 파급력이 폭발적입니다.
전세계로 유포되는 '잔혹 생중계'
태국에서 벌어진 20대 남성의 영아 살해·자살 생중계 동영상은 태국 정부 요청으로 삭제되기 전까지 24시간 동안이나 노출돼 37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진 12세 소녀의 자살 생중계 영상은 2주 동안이나 인터넷에 떠돌며 공유됐습니다.

동영상 원본을 삭제한다고 해도, 유포된 영상이 다른 웹사이트에 공유되는 것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어 확산 차단이 어려운 겁니다. 또 영상을 삭제해도 이미 불법 복사본 등이 퍼진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족, 지인이 받을 2차 피해 또한 심각합니다.

■ SNS 잔혹 사건 생중계, 막을 방법은 없나

5월 3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감시 인력 3천 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페이스북은 콘텐츠 관리를 위해 수천 명에 이르는 자체 모니터링 인력을 두고 있지만, 이를 보강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모니터링 인력을 아무리 확대한다고 해도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영상을 감시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AI)를 활용해 게시물을 감지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지만, AI가 정말 실효성 있게 활용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기술을 제공하는 페이스북에게만 책임을 맡길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엘리자베스 조 캘리포니아대 법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범죄 희생자들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냐고 묻는다면, 거꾸로 수억 명이 범죄 장면을 그대로 지켜보는 건 괜찮다는 거냐고 묻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시카고에서 있었던 집단 성폭행 중계 영상을 목격한 40여 명 중 아무도 이를 신고하지 않아, 이들에게 방임죄를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기술뿐 아니라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감시인력 3천 명 고용, AI 활용 감지 시스템 운영... 제도적 개선은?
페이스북을 포함한 대부분 인터넷 업체는 정부 규제 없이 자체 검열과 사후 제재에 의존하고 있는데, SNS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만큼 정부가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잔혹 생중계'를 촬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 원천적으로 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현재까지는 외국에서 주로 이런 사건이 발생했지만, 10~20대 페이스북 이용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도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해 콘텐츠를 방치한 인터넷업체에 최대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사업자는 적용되지 않고, 현재 인터넷방송은 방송법상 방송서비스로 분류돼 있지 않아 명확한 규제방법도 없습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내린 유해 콘텐츠의 90%가 해외 사업자를 통해 유통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런 문제를 실질적으로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현은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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