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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 번의 산불, 그 고통은 언제까지? ①

조재근 기자 jkcho@sbs.co.kr

작성 2017.05.19 09:35 수정 2017.05.19 14:53 조회 재생수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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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한 번의 산불, 그 고통은 언제까지? ①
지난 5월 6일 발생한 강원도 강릉 산불은 꼬박 63시간, 삼척 산불은 사흘 밤낮동안 불탄 뒤 꺼졌습니다. 강릉 산불은 특히 6일 밤 한때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진출입로를 긴급히 폐쇄시킬 만큼 도심 근처까지 확산되면서 강릉시민들을 크게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강릉과 삼척 산불 진화를 위해 3만 명이 넘는 연인원과 전국 각지에서 누적 헬기 144대, 소방차 225대가 나흘 동안 동원됐습니다.
 
산불이 지속됐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피해도 컸습니다. 강릉에서는 주택 28채와 폐가 3동, 창고 1동이, 삼척에서도 주택 1채와 폐가 5채가 불탔습니다. 강릉 57헥타르, 삼척 270헥타르 등 아까운 산림 327헥타르가 숯덩이와 잿더미가 됐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인명피해였습니다. 산불 진화에 나섰던 헬기가 불시착하는 과정에서 익산산림항공관리소 소속 고(故) 조병준 검사관이 순직했습니다.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이고 부모의 사랑스런 아들, 수많은 사람들의 좋은 동료이자 벗이었을 텐데 말이죠. 산불 진화 과정에서 몇 사람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강릉과 삼척의 민가 피해로 39세대 8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산불이 완전히 꺼지고 일주일이 지난 뒤 산불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불타버린 집터에서는 주택 잔해를 정리하고 땅을 고르는 작업이 막바지였습니다. 며칠 내로 이곳에는 전기와 수도, 통신 시설을 연결하게 되고, 뒤이어 이재민들의 임시 주거시설인 컨테이너 주택이 놓이게 될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친척집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갔던 이재민들이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산불 당시에 강릉시 성산면 위촌1리 마을이장으로서 마을 어르신들을 대피시키느라 고생했던 심선희 이장님은 정작 자신의 집이 산불에 타버리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소 7마리가 있던 외양간까지 불이 번지는 것은 막았다는 겁니다. 산불이 꺼진 뒤 심이장님은 마을회관에서 지내고 있고, 이장님의 남편은 소를 돌보기 위해 외양간 앞에서 천막을 치고 일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심이장님은 “어서 빨리 컨테이너라도 들어와야 조금이나마 불편함을 덜고 생활이 안정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민들에게 걱정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불타버린 집을 짓기 위해서 막대한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당장 올해 농사도 걱정해야할 판입니다. 산불이 번지고 뜨거운 열기 때문에 이제 막 출하 중에 있던 곤드레 나물의 잎이 새까맣게 타버렸고, 지난해 가을에 심어 거의 다 자란 마늘은 잎이 누렇게 말라버리기도 했습니다. 밭에 내려고 했던 옥수수, 배추 모종도 불길의 열기 속에서 잎이 말라버렸고 창고에 보관 중이던 씨앗도 타버렸습니다. 농약을 치는데 필요한 동력분무기도, 논에 모를 내는 이앙기도 풀을 베는 예초기도 불타버린 집과 창고 속에서 함께 사라져버렸습니다. 올해 농사라도 잘 지어야 새로 집을 짓고 다시 일어서는데 보탬이 될 텐데 지금으로서는 막막한 상황입니다.
 
산불 이재민들에게는 약간의 생활안정지원금이 지원됩니다. 주택이 전파된 이재민 기준으로 주거비 명목으로 세대 당 9백만 원이 지원되고, 구호비가 1인 1일 기준으로 8천 원씩 60일치, 즉 48만원이 지급됩니다. 그리고 약간의 세금 감면 혜택과 임시주거 시설인 컨테이너 주택이 최장 1년까지 지원됩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지원으로 이재민들이 다시 일어서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벌이고 있는 모금입니다. 5월 18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5천 1백여 명의 개인과 단체에서 9억 5천만 원의 성금을 보내주셨습니다. 강릉시청 1층에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재해구호협회의 허윤정 과장은 “성금은 모집 공고 비용과 회계 감사 수수료 등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재민들에게 돌아갑니다. 많은 성금이 걷힐수록 이재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습니다.”라면서 많은 분들의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집이 불타버렸다는 것은 단순히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었다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집이 사라졌다는 것은 피곤하고 지친 몸을 뉘여 쉴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갈 보금자리가 사라졌고, 그래서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아주 많은 불편과 수고스러움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수십 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쌓아왔던 소중한 추억의 공간, 마음의 안식처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 충격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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