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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라진 '김무성계'와 바른정당

유일 '대주주' 유승민의 앞길은?

한상우 기자 cacao@sbs.co.kr

작성 2017.05.18 14:59 수정 2017.05.18 18:48 조회 재생수38,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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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사라진 김무성계와 바른정당
"전국에서 고르게 표가 나왔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네, 고르게 낮게 나왔죠. 하하. 제가 만난 많은 시민들이 저를 두 번째로 좋아하시더라고요, '너 좋은데' 하시면서 찍지는 않으시더라고요. 하하"

대선이 끝난 뒤 마지막 기자 질의응답에서 나온 유승민 후보의 '쿨한' 대답이었습니다.

득표율 6.8%, 4위, 수치만 놓고 보면 "전국에서 고르게 낮게 나왔죠."라는 '자학 개그' 수준의 여유로운 답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후보 책임론과 함께 다시 당이 내분에 휩싸여도 이상할게 없는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긍정적인 면에 집중했습니다. 20대에서 얻은 두자릿수 득표율, 막판 당원 급증과 폭발적인 기부금 증가, 보수의 희망, 개혁 보수의 첫발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주초 열린 바른정당 원내-원외 합동 연찬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캠프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뛰어난 유승민 후보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토론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데 이어 13명의 집단 탈당으로 형성된 동정적 분위기가 작용해 그나마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캠프나 당에서는 후보를 위해 해준 게 하나도 없다는 또 다른 형태의 '자학' 발언이었습니다.

실제로 바른정당은 반쪽짜리 선거를 치렀습니다. 당 후보로 유승민 후보가 확정된 뒤 당의 절반 가까운 의원들은 팔짱 끼고 구경만 하더니, 보궐 선거의 처참한 패배의 책임이 유승민 후보에게 있다며 흔들기에 나섰습니다. 선거 막판까지 후보 단일화 카드로 압박하더니 13명의 의원은 결국 도로 자유한국당을 택했습니다.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었던 김성태 의원과 특위에서 맹활약한 장제원 의원, 국회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법사위원장, 김재경, 홍일표, 여상규, 홍문표, 김학용, 박순자, 이군현, 이진복, 박성중, 이은재 의원까지 모두 다선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바른정당을 떠났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렇게 영향력 있는 의원들이 선거 내내 유승민 후보를 전혀 돕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공교롭게도 김성태, 김학용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김무성계 의원들이 대부분 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연찬회에서도 부산, 경남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김무성과 유승민부산이 지역구인 김무성 의원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연찬회 내내 불편한 표정이었습니다. 말없이 맨 뒷줄에 앉아 있던 김 의원은 첫날 기념촬영조차 하지 않은 채 토론회장을 빠져나가기도 했습니다. 통상적인 기자들과의 만찬 자리에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당의 '대주주'로서 '큰 형님' 역할을 하던 김 의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제 바른정당에는 더이상 '김무성계'가 없습니다. 비록 당의 외형이 반으로 쪼그라 들었지만 유승민 의원이 추구하는 개혁 보수 외길에 딴죽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유승민 의원의 역할과 책임이 커졌습니다. 사실 커진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당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졌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연찬회 내내 '유비어천가'에 가까운 당원들의 찬사와 함께 희망 섞인 기대만 이어졌지만 유승민 의원 앞에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유 의원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판단과 기준에 맞지 않는 정치인, 격이 떨어지는 사람과는 아예 손을 잡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개혁적 보수를 향한 '장인정신'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당의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민심을 돌리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TK 지역의 상징적 정치인이면서도 이 지역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승민 의원이 정치적 '커트라인'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