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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강남역 살인 사건' 1년…공중 화장실 이제는 안전할까?

[리포트+] '강남역 살인 사건' 1년…공중 화장실 이제는 안전할까?
서울 강남역 근처 한 주점의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무참히 살해된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오늘(17일) 발생 1주기를 맞았습니다. 당시 큰 충격과 함께 여성 혐오 논란이 일었고 남녀 공용화장실 문제에 대한 각종 치안대책이 잇따르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범인은 징역 3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강남역 살인 사건 발생 이후 1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짚어봤습니다.

■ 징역 30년 선고된 ‘강남역 살인 사건’ 범인

지난해 5월 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당시 23살이던 여대생 A씨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A씨와 일면식 없는 30대 남성 김 모 씨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14일, 범인에게 징역 30년형과 치료감호,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확정됐습니다.
징역 30년 선고된 범인
앞서 1, 2심에서도 범행의 중대성 등을 인정하지만 "김씨가 범행 당시 피해망상 등 정신 질환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이 인정된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김 씨는 1999년 처음 정신 질환 증상을 보인 뒤 2009년 조현병의 일종인 '미분화형 조현병'을 진단받은 후 여러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월 이후 약을 먹지 않아 평소에도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고, 범행 당시에도 조현병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안전한 공중 화장실’을 만들기 위한 목소리들…

당시 범인은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습니다. 김 씨는 사건 발생 직전인 지난해 5월 15일, 식당 근처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다 젊은 여성이 던진 담배꽁초가 신발에 떨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수사 기관은 범인을 조현병 환자로 판단했지만,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했습니다. 여성들 사이에서 ‘나도 언젠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는 공포감이 확산 됐고,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여성 안전대책을 앞다퉈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안전한 공중 화장실을 만들어주세요 캠페인
지난해 7월에는 전국아동여성안전네트워크의 주최로 공중 화장실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안전한 공중 화장실을 만들어주세요' 캠페인도 열렸습니다. 112와 연결된 비상벨 설치, 경찰의 정기적 순찰, 남성·여성용 화장실 분리, CCTV 설치, 공중 화장실 범죄 가중처벌을 위한 관련법 개정 등을 촉구하는 캠페인입니다.

그렇다면, 강남역 살인 사건 발생 이후 공중 화장실의 문제점은 얼마나 개선됐을까요?

■ 사건 이후 1년, 어떤 변화가 있었나

SBS 취재진이 1년 전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공중 화장실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사건 당시에는 남녀 공용화장실이었지만, 현재는 남녀가 분리된 상태였습니다. 입구에는 CCTV가 설치됐고 내부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구청으로부터 여성 안심 화장실 인증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강남역 주변 번화가 골목을 조사한 결과, 화장실 20곳 가운데 6곳은 여전히 남녀 공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건 현장 맞은편 도로에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 역시 외부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고 내부에 비상벨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강남역 주변 20곳 가운데 6곳이 남녀공용화장실
서울의 다른 번화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지만, 민간 건물의 경우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 설치하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수연/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남녀 분리형 화장실은 범죄 의도를 가진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원천적인 방어 기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여전한 논쟁,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국 각지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강남역 살인 사건’이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살인’인지 ‘여성혐오 살인’인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합니다. 여성단체에서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기반을 뒀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SBS 김관진 기자]
"'김 여사', '김치녀', '된장녀'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담은 말들이 SNS에서 여전히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강남역 사건도 결국 범인에게는 여자가 감히 나를 무시했다는 감정이 깔려 있었는데, 이런 성차별적인 인식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 혐오 범죄의 존재를 인정하고, 성차별을 없애는 쪽으로 나아갈 때 제2, 제3의 강남역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김관진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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