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요구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에 주목합니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규직화는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단축과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사정이 고통을 분담하며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답변했습니다. 노조도 욕심을 버리고 속도 조절에 협조해 달라는 분명한 메시지였습니다.
문재인 대선캠프는 4년 전 서울시 지하철 환경미화 자회사였던 '메트로환경' 모델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3천 명을 정규직화한 사례입니다. 대신 임금은 시장임금을 적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습니다. '직무에 따른 시장 임금' 원칙을 살려 고용주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노동자는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대타협의 결과입니다. 문 대통령은 바로 이런 식의 고통분담 대타협이 전제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전기값입니다. 필요한 전기 양은 매년 늘어나는데,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면 부족한 전기는 뭘로 보충하나요? 현황을 살펴볼까요? 우리나라 전력 생산 구성은 석탄(약 40%) 원전(약 30%) LNG(약 20%) 기타 신재생과 석유 등등이 10% 정도입니다.
석탄 화력 발전 중단되거나 줄어들면 전기가 부족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입니다. 노후 석탄발전 6월 한 달 셧다운은 전체 전력 생산의 3% 수준이니 당장 전기료 인상 압박은 아닙니다. 그 정도는 현재 LNG 발전소를 더 돌리면 보충 가능하고 그 비용 6백 억원은 한전이 부담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한전의 한해 영업이이이 12조 원 정도니까, 당장은 국민을 위해 그 정도 감수하라는 계산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감축이 가시적 효과를 내고 국민이 체감하려면 에너지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노후 석탄 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쇄하고 경유 승용차 수요를 억제해야 합니다. 석탄발전소 줄이면 전기값 인상 불가피하고, 경유 승용차 줄이려면 경유값 인상해야 합니다. 인상 폭의 문제이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들의 고통분담은 불가피합니다.
비정규직과 미세먼지. 결코 쉽지 않은 두 가지 큰 과제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해법과 고통분담 두 가지를 모두 밝히는 겁니다. 증세 없는 복지 없고, 공짜 점심 또한 없 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초반 장밋빛 해법만 내놓고 재원 마련을 위한 국민 고통분담은 입 밖에 꺼내지 않았습니다.
공짜 점심을 기대했던 국민이 새 대통령과 정부에 실망하고 환호가 비난으로 바뀌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역대 대통령이 결국 실패로 끝난 근본적 이유는 공짜 점심만 홍보했을 뿐 고통분담 설득을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문 대통령이 어젠다를 설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는데 참고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