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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취재파일]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일주일, 국민과 소통하고 국회와 소통하고, 비문 인사로 코드 인사를 비켜가는  대통령의 초반 행보에 안도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출범 초기 국정지지도 여론조사 결과(77%대)가 그 반증입니다. 국민은 거창한 정치개혁 구호가 아니라 비정규직 해결과 미세먼지 대책 같은 생활밀착형 약속에 환호합니다. 일자리 문제, 특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대통령 지시 1호였고, 미세먼지 대책 마련은 3호 지시사항이었으니, 대통령의 관심사와 국민의 반응이 일치하는 건 당연합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만난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습니다. 인천공항 상주 직원은 대략 3만 5천 명에서 4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80개 넘는 업종에 외주업체만 60개가 넘다 보니 정확한 수치가 잡히지 않습니다. 전체 상주직원 가운데 1만 명 정도가 이른바 비정규직으로 분류됩니다.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시대' 약속에 노동자들은 눈물을 흘려가며 환영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말씀만 하고 가시지 말고 인천공항측과 협상테이블 만들어주고 가시라"고 요구했습니다. 내친김에 뭔가 확실한 제도적 틀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그 요구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에 주목합니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규직화는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단축과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사정이 고통을 분담하며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답변했습니다. 노조도 욕심을 버리고 속도 조절에 협조해 달라는 분명한 메시지였습니다.

문재인 대선캠프는 4년 전 서울시 지하철 환경미화 자회사였던 '메트로환경' 모델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3천 명을 정규직화한 사례입니다. 대신 임금은 시장임금을 적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습니다. '직무에 따른 시장 임금' 원칙을 살려 고용주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노동자는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대타협의 결과입니다. 문 대통령은 바로 이런 식의 고통분담 대타협이 전제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세먼지 대책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일단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한시적 가동중단을 지시했습니다. 10기 중 8기를 셧다운한다고 줄어드는 미세먼지는 1~2%밖에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당장 효과보다는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 어젠다로 취급하겠다는 대통령의 상징적 발표라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원전 추가 건설 포기도 약속한 상태입니다. 석탄 발전을 줄이고 원전을 줄여서 미세먼지를 줄이고 원전사고 위험을 낮추자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습니다. 이 역시 대통령의 관심사와 국민의 욕구에 편차가 없습니다.
 
문제는 전기값입니다. 필요한 전기 양은 매년 늘어나는데,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면 부족한 전기는 뭘로 보충하나요? 현황을 살펴볼까요? 우리나라 전력 생산 구성은 석탄(약 40%) 원전(약 30%) LNG(약 20%) 기타 신재생과 석유 등등이 10% 정도입니다.

석탄 화력 발전 중단되거나 줄어들면 전기가 부족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입니다. 노후 석탄발전 6월 한 달 셧다운은 전체 전력 생산의 3% 수준이니 당장 전기료 인상 압박은 아닙니다. 그 정도는 현재 LNG 발전소를 더 돌리면 보충 가능하고 그 비용 6백 억원은 한전이 부담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한전의 한해 영업이이이 12조 원 정도니까, 당장은 국민을 위해 그 정도 감수하라는 계산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감축이 가시적 효과를 내고 국민이 체감하려면 에너지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노후 석탄 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쇄하고 경유 승용차 수요를 억제해야 합니다. 석탄발전소 줄이면 전기값 인상 불가피하고, 경유 승용차 줄이려면 경유값 인상해야 합니다. 인상 폭의 문제이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들의 고통분담은 불가피합니다.
 
비정규직과 미세먼지. 결코 쉽지 않은 두 가지 큰 과제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해법과 고통분담 두 가지를 모두 밝히는 겁니다. 증세 없는 복지 없고, 공짜 점심 또한 없 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초반 장밋빛 해법만 내놓고 재원 마련을 위한 국민 고통분담은 입 밖에 꺼내지 않았습니다.

공짜 점심을 기대했던 국민이 새 대통령과 정부에 실망하고 환호가 비난으로 바뀌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역대 대통령이 결국 실패로 끝난 근본적 이유는 공짜 점심만 홍보했을 뿐 고통분담 설득을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문 대통령이 어젠다를 설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는데 참고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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