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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광화문 대통령' 언제쯤 만날까

[취재파일] '광화문 대통령' 언제쯤 만날까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신선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화두는 소통. 박근혜 정부의 불통에 지친 시민들을 달래려는 듯한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는, 반갑기까지 합니다.

셔츠 차림으로 커피를 든 채 산책을 하는 모습과 직원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은 문재인 정부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 광장으로 옮기겠다는 구상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집무실을 옮기는 건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힘줘 말해온 주요 공약이었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선서식 中)"

"퇴근길에 남대문 시장에 들러서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 함께 소주도 나눌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지난 1월, SBS 8 뉴스 출연 中)


대통령 집무실을 '구중궁궐'에서 빼내려는 시도는 사실 여러 번 있었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던 게 대표적입니다. 참여정부도 청와대 본관 내부구조를 바꿔 참모들을 입주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집무실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이유가 있었겠죠. 가장 큰 문제는 경호였습니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 무장공비는 "박정희 대통령을 죽이라"는 지령을 받고 기습 침투했다가 청와대 코앞에서 사살되거나 생포됐습니다. 이후 청와대는 사실상 요새화됐습니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경호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본관 내부엔 지하 벙커가 마련돼 있습니다. 폭격이나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웬만한 공격엔 끄떡없을 만큼 견고하다고 합니다. 핵전쟁이나 미사일 공격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 광장으로 집무실을 옮기는 건, 경호의 측면에서 본다면 우려스런 부분일 겁니다.
광화문 광장
광화문 광장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순간 시민들의 불편함이 더 커질 거란 주장 역시 마냥 귀를 막긴 어렵습니다. 예를 들죠. 대통령 경호실은 대통령이 머무는 장소마다 휴대전화 등 이동통신 전파를 차단합니다. 전파를 이용한 폭발물 테러 등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전파가 차단되면 해당 지역 내에선 휴대전화가 먹통이 됩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불편함은 더 커질 겁니다. 쉽게 말해, 대통령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감수해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함도 더 커질 수 있단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대통령 공약은 현재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소통이라는 시대적 명분을 꺾기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문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합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광화문 대통령'을 우리는 문 대통령 재임 기간 내 만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최근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을 임명하면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뒷받침할 경호의 적임자"라고 말한 것도 번번이 발목을 잡아온 경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집무실을 옮기면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 등 4백명 안팎의 인력도 함께 이동해야 할 걸로 예상됩니다. 정부서울청사로 보면 2개층 정도를 사용해야 한다고 한 전문가는 계산했습니다. 집무실 이전은 광화문대통령 기획위원회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 외에도 외교부 청사, 국립고궁박물관, 서울 경찰청 청사도 집무실 후보로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청사의 경우 비교적 새 건물이란 장점이 있지만 바로 맞은편에 미국 대사관이 있는 게 부담이고, 서울시경 청사는 경호 환경이 좋다는 게 강점이지만 건물이 매우 낡았다는 점 때문에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걸로 전해졌습니다. 광화문 대통령 기획위원회는 올해 집무실 이전 계획을 세우고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 2019년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입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언급하면서 "외국의 지도자들은 국민과 함께 출퇴근하고 일상을 함께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실제 영국이나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은 국가 지도자의 집무실을 시민 곁으로 옮겨 소통의 문을 열어뒀습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대화를 많이 하고, 소통도 원활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거리를 좁히는 것만으로는 소통이 완성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은 진정성이겠죠.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수시로 생활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대통령을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역행의 시간을, 새 대통령이 보상해주길 많은 시민들은 바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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