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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 정부 첫날…새로움의 기시감

원일희 기자 ihwon@sbs.co.kr

작성 2017.05.11 11:12 수정 2017.05.11 11:48 조회 재생수28,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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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문재인 정부 첫날…새로움의 기시감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첫날입니다. 모든 게 새롭게 보입니다. 미니 취임식도 새롭고, 대통령이 선루프 위로 몸을 내밀고 길거리 시민과 인사하는 장면도 새롭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 첫 일정이 야당 방문이었다는 사실. 처음이라 신기하고 협치 의지가 엿보여 안도감이 우선했습니다. 대통령이 첫 인선을 직접 발표하는 광경도 처음입니다. 권위와 근엄을 털어내고 겸손하고 작고 일하는 청와대와 내각을 운영하겠다는 방향 제시 역시 새롭고 반갑습니다.

인선 내용은 有의미합니다. 국무총리 이낙연, 국정원장 서훈, 비서실장 임종석, 민정수석 조국, 인사수석 조현옥, 빅3 가운데 2명이 호남이란 점에서 ‘탕평인사 신호탄’ 맞습니다. 더 의미를 부여하면, ‘非文’인사입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손학규계, 임종석 비서실장은 굳이 따지자면 박원순계입니다. 386 전대협 의장 전력에도 불구하고 친노나 친문과 거리를 둔 인물입니다. 조국 민정과 조현옥 인사수석 역시 교수출신이니 비문계가 맞습니다. 페북과 트위터로 현실정치 참여를 해온 이른바 ‘SNS 해비 유저’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총리 내정자비문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입니다. 청와대 인사와 돈을 틀어쥔 자리라 역대 대통령 측근이 맡는 게 당연시돼왔는데, 문 대통령은 예산 전문 공무원을 임명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 학습효과일겁니다.

정리하면, 문 대통령의 첫 인선은 ‘젊은 非文’으로 압축됩니다. 선거 내내 문재인을 끊임없이 괴롭힌 ‘친문 패권주의’를 대통령이 된 뒤 스스로 피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오히려 고생한 친문그룹 인사들이 섭섭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역대 정부를 곰곰히 복기해보면, 이 시도가 꼭 새롭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YS 취임 일성은 ‘상도동계 배제’였고, DJ의 동교동계 가신그룹은 내각이나 청와대 입성 안 한다고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MB계도, 친박계도 취임 초기에는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DJ 청와대 첫 비서실장은 영남 출신 김중권이었고, MB는 교수 출신 류우익을 선택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친노그룹 대신 중진 의원 문희상을 골랐습니다.

유일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나마 그런 시늉조차 안하고 시종 친박인사로 일관했습니다. 허태열 비서실장에 이어 김기춘 비서실장까지. 무엇보다 수족이었던 문고리 3인방을 비서실에 배치해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비극의 씨앗을 키웠습니다.
조국 교수새롭기로 따지면 단연 조국 민정수석이 눈에 띕니다. 서울법대 82학번. 원희룡 나경원 김난도… 유명한 동기가 많은데, SNS에서는 조국 만한 스타가 없습니다. 인물 훤하고 언변도 좋습니다. 조국 민정수석 임명에 검찰은 걱정이 클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따로 설명들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신설을 통한 검찰 견제와 개혁 조치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조국 교수는 ‘대한민국 검찰은 준정당처럼 움직인다’고 비판해온 인물입니다.

조국 민정수석의 등장은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문재인 민정수석-강금실 법무장관 발탁을 떠올립니다. 非검찰 출신이래야 검찰 개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문재인은 민정수석을 맡으면서  ‘그토록 하기 싫었던’ 정치인의 운명을 받아들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법무장관도 非검찰 출신을 선택할 겁니다. 법무장관 하마평 도는 인사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새로운 시도와는 달리 검찰 개혁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새로움과 旣視感은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에게서도 느껴집니다. 정보기관 공채출신으로 “국정원을 국내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하겠다”는 일성에서 참신함과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국정원 2차장 산하 국내 파트를 아예 없애버리지 않는 한 이 다짐은 매번 공염불에 그쳤습니다. 서훈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은 정말 그러고 싶은 의지가 강해 보입니다. 국정원 개혁이 그 방향이라면,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겁니다.

동시에 서훈 후보자는 1,2차 남북 정상회담의 숨은 주역입니다. 이후 북한의 핵개발이 진행돼 남북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지만, 서훈은 ‘북핵 해결 전제 아래’ 3차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DJ-노무현 진보정권의 대북 햇볕정책 부활을 예고합니다.

미국 언론은 문재인 정부 첫날, ‘달빛정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을 어원으로 문재인의 Moon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Moonshine Policy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햇볕만큼 강하진 않아도 달빛 같은 대북 화해정책을 원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강력한 대북압박 정책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돌, 한미간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새로운데, 어디선가 본듯한…문재인 정부는 이런 행보와 발표로 국정을 시작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하늘 아래 새로운 기사는 없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경험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역대 새 대통령은 세상창조 수준의 각오로 국정을 시작하지만 현실 정치는 정치적 수사처럼 쉽지 않습니다. 난마처럼 얽힌 국정을 단칼에 해결하는 마법은 없더란 뜻입니다.

서둘지 말고, 역대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 예외 없이 집권 첫해에는 가신 그룹을 배제하고 국정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신, 측근, 실세들은 슬금슬금 대통령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대통령들은 이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All or Nothing. 모 아니면 도. 직선제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탕평과 협치보다는 독식의 유혹이 수백, 수천 배 큽니다. 그 결과는 모두 비극으로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