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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폭발물 처리 로봇도 '불법 사용'…대테러 업무 '구멍'

국토부, 공항공사 관리 감독에 허점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7.05.11 08:10 수정 2017.05.11 18:03 조회 재생수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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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단독][취재파일] 폭발물 처리 로봇도 불법 사용…대테러 업무 구멍
한국공항공사가가 10억 원 가까이 들여 구입한 '폭발물 처리 로봇(EOD 로봇)'도 전파 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항공사는 현재 'EOD 로봇'의 운용을 전면 중단해 대테러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 무선 작동 'EOD 로봇' 전파 인증 대상

'EOD 로봇'은 포클레인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무한궤도로 이동하고, 기다란 집게 손으로 폭발물을 수거, 운반합니다. 폭발물 처리(EOD) 요원들이 무선 조종해서 공항 청사, 항공기 내부 등에 투입시키죠. 요원의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순간에 운용하는 중요한 대테러장비입니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초 한 대당 3억 원 정도하는 이 장비를 3대 구입해 김포와 제주, 김해 공항에 각각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구매 계약을 할 당시 전파 인증을 받았는지 점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수년간 공항공사의 각종 대테러장비를 수리해준 김 모(폭발물처리 전문가) 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EOD 로봇'이 전파 인증을 받지 않은 걸 파악하고 지난 2월 7일 감사실에 지적했다"며 "그러나 공항공사는 그 이후 별도로 인증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는 이어 "지난 1월에도 구매가 예정된 다른 대테러장비인 '휴대용 X-레이 시스템'이 전파법 미인증 장비라고 알려줬지만 장비 검사를 통과시킨 뒤 구매를 강행했는데,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언론에) 제보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감사실을 통해 'EOD 로봇'의 운용이 중단됐다는 민원 통보를 받았다"면서 "미인증 장비를 판매한 사람들만 처벌하는 현행법이 바뀌지 않는 한 공항공사처럼 '배짱' 사용하는 기관이나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공항공사가 구매한 'EOD 로봇'과 유사한 장비● "'EOD 로봇' 3억 원 값도 못한다"

전파 미인증도 문제이지만 취재를 진행할수록 공항공사가 들여온 'EOD 로봇'의 문제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이 장비를 실제 사용한 전직 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들여온 'EOD 로봇'이 고유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기준 미달"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첫 번째 문제는 '폭발물 운반 불가'입니다. 'EOD 로봇'은 폭발물을 찾아낸 뒤 그걸 들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게 주요 임무입니다. EOD 요원들은 폭발물로 가정한 10kg 안팎의 여행용 가방을 'EOD'로봇'이 쥐고 청사 내 계단이나 45도 경사로를 이동할 수 있는지 훈련합니다. 그런데 가방을 든 상태에서 앞으로 계단을 내려올 수 없어서 뒤로 내려오는 '코미디'를 벌인다는 겁니다. 이 로봇의 무게가 150kg에 불과해 10kg 정도 물건을 들고 계단을 내려올 경우 무게중심이 흩어져 앞으로 고꾸라지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물건을 들고 뒤돌아서 내려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른 문제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구매한 'EOD 로봇'은 반자동 방식이라 일일이 사람이 세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장비에 부착된 탐색 카메라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폭발물을 찾아야 하는데, 한번 세팅한 카메라 높낮이를 원격 조종할 수 없어서 로봇을 다시 원위치 시키거나 사람이 직접 로봇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입니다. 그는 "2002년에 구입한 'EOD 로봇'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며 "과연 3억 원짜리 장비가 맞는지 화가 났다"고 취재진에게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 대테러 업무 '구멍'…국토부 뭐했나

앞선 취재파일에서 보도한 '휴대용 X-레이 시스템'에 이어 또 다른 대테러장비인 'EOD 로봇'마저 미인증 상태에서 1년 넘게 불법으로 운용해온 공항공사를 보면 과연 공공기관이 맞는지 황당할 뿐입니다. 외부의 지적을 받고서야 장비 운용을 중단했다지만, 그 사이 대테러 업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이쯤 되면 공항공사에 대해 관리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미인증 장비를 왜 구매했는지, 불법 사용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무리 작은 무선기기라도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이 법이 소상공인들에게 납득되지 않을까요?

취재진은 2주 전, 공항공사에 미인증 'EOD 로봇'과 관련된 취재 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