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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예방접종 막는 '안아키'…의료계 왜 경악하나?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 (FM 103.5 MHz 6:20-8:00)
■ 진행 : SBS 박진호 기자
■ 방송일시 : 2017년 5월 5일 (금)
■ 대담 : SBS 보도국 정책사회부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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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생제 완전 거부? 병이 더 심해질 수도
- 교과서적인 치료법, 치료확률도 가장 높아
- 예방접종 회피? 타인에게 피해 줄 수도
- 美 홍역 백신 논란, 조작된 논문 때문
 
▷ 박진호/사회자:
 
약을 안 쓰고 아이를 키운다,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고 자연 면역력을 높여서 키우자, 이른바 ‘안아키’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주장입니다. 어떻게 보면 좀 극단적인 자연주의 치료법을 강조하는 이 커뮤니티가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폐쇄가 됐는데요. 이 논란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건의료 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SBS 보도국 정책사회부 남주현 기자와 알아봅니다.
 
▶ SBS 남주현 기자:
 
네. 안녕하세요.
 
▷ 박진호/사회자:
 
먼저 ‘안아키’ 라는 커뮤니티가 어떤 곳입니까?
 
▶ SBS 남주현 기자:
 
<약 안 쓰고 우리아이 키우기>의 줄임말입니다. 한의사가 운영을 했던, 회원이 6만 명이나 되는 굉장히 규모가 큰 커뮤니티인데요. 자연주의 치료법을 소개해온 인터넷 카페다, 이 정도로 소개를 해드릴 수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사실 자연주의 치료법이라는 게 일각에서 많이 나왔던 그런 주장들이기도 하고, 실제로 시행하는 분들도 많고 그런데 어떤 치료 방법인가요?
 
▶ SBS 남주현 기자:
 
‘안아키’에서 주장해 온 건 약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몸이 가진 자연적인 치유력, 면역을 키워서 병을 낫게 하자는 건데,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남용하지 말자 이런 정도는 수긍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외에 아동 학대라고까지 할 법한 내용들이 많은데요. 아이가 아토피를 앓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특히 호응을 많이 얻었다는데, 보습제 같은 걸 완전히 끊어라, 햇빛 쬐면 낫는다 이런 황당한 내용도 있고요. 또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에게 해열제 먹이지 말고 소금물로 관장을 해라, 뜨거운 김을 쐬게 해줘라, 화상 입은 부위를 뜨거운 물에 담가라, 자연적으로 생기는 평생 면역을 키우려면 홍역이나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말아라, 이런 식으로 굉장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우리가 갖고 있는 의학적 지식 근거한 치료법을 부정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제시해서 문제가 됐는데요. 한 시민단체는 아이가 아픈데도 방치했다는 증거를 모아서 일부 회원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저도 아이를 키웠던 입장에서 보면 지금 말씀하신 내용들이 좀 충격적인데요. 안아키에서 하라는 대로 해서 아기 아토피가 나았다, 이런 경험담이 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것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SBS 남주현 기자:
 
그런 경험담이 있으니까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는 부모님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텐데 우연히 하다 보니까 굉장히 많은 아이들 중에 일부는 치료법이 맞았을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나을 때가 돼서 나았을 수도 있고요. 약을 끊은 것이 효과를 봤을 수도 있는데요. 그렇지만 인터넷상에서 사진 보신 분들 많을 거예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보기만해도 끔찍할 정도로, 안타까울 정도로 심하게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 카페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요. 아기들의 아토피 같은 경우는 적당히 관리를 잘 해주면, 면역력이 강해지는 만 2살 무렵에는 저절로 낫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하거든요. 어른들 같은 경우에도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연고 같은 걸 피부질환 초기에 적절한 양을 사용하면 치료할 수 있는데, 그런 걸 완전히 거부하다보면 오히려 병이 더 심각해지거나 아예 나을 방법을 못 찾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의사들이 말하는 교과서적인 치료법이라는 게 치료될 확률이 가장 높은, 현존하는 가장 안전한 치료법이거든요.
 
▷ 박진호/사회자
 
남 기자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 SBS 남주현 기자:
 
저도 사실, 저희 가족 중에 어머니께서 스테로이드 때문에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스테로이드 연고라면 너무 싫은데도 저도 질환이 생기면 조금은 발라요. 초기에 잡지 않으면 어떻게 잡을 방법이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 박진호/사회자:
 
제가 특히 충격을 받은 부분은 예방접종을 하지 말아라,는 건데. 이것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인 것 같은데요?
 
▶ SBS 남주현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예방접종을 정석대로 다 해온 부모님들이 카페에 더 크게 반발을 하신 건데요. 집단면역이란 개념이 있잖아요. 인구집단 중에 특정 감염병, 예를 들면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을 때 그 병에 대한 전체 우리 사회의 저항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쉽게 말씀 드리자면, 내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다고 해도 주위에 예방주사 맞지 않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으면 독감에 걸릴 위험이 당연히 커지는 거고요. 내가 예방접종하지 않았어도 내 주위 모든 사람이 접종했다면 독감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겁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예방주사를 잘 맞았기 때문에 홍역 같은 경우는 97%가 넘거든요. 집단 면역이 형성되니까, 백신 접종 안한 아이들은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많아지면 예방주사 맞은 우리 아이들까지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는 거 아니냐, 이런 반발이 나오는거고요. 그래서 일부 부모님들은 ‘안아키족’에 대한두려움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들이 예방접종 제대로 했는지 확인 서류를 보여 달라, 이런 과정에서 실랑이도 있고 그런 상황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는 있어요. 백신을 거부한다, 이런 사례도 있었는데 이탈리아와 미국에선 홍역 백신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실제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면서요?
 
▶ SBS 남주현 기자:
 
요즘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홍역은 굉장히 전염성이 강한 질환이거든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홍역 백신 접종률 목표를 90% 이상으로 잡고 있을 정도인데요. 이탈리아 올 들어 넉 달만에 1920명이 홍역을 앓았고요.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까 10명 중 9명이 홍역 백신을 맞지 않았다, 이탈리아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홍역백신 접종률을 85% 수준입니다. 그리고 미국도 1960년대 백신이 도입된 뒤에 홍역 발병이 급격히 줄어서요. 홍역 발생 곡선을 보면 그 시기에 정말 수직에 가깝게 엄청난 기울기로 뚝 떨어져요. 그리고나서 미국 내 발생은 더 이상 없는데 최근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갔다가 감염돼서 돌아가고, 이런 해외 유입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홍역백신을 거부하는 문제, 사실 미국에서도 백악관 차원에서 정치적 논란이 됐었어요. 왜 거부하는 거죠?
 
▶ SBS 남주현 기자:
 
홍역 백신을 맞으면 어린이들에게 자폐증을 불러온다, 이런 얘기들이 끊임없이 재생산이 되고 있는데요. 올해 초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백신 안전성 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굉장히 큰 논란이 됐습니다. 이게 사실 홍역 백신과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는 1998년으로 거슬러 가는 이야긴데요. 덴마크 의사가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 이런 논문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10년 동안 홍역 접종률이 20% 떨어지고 홍역 환자가 20배 넘게 늘어나는 일이 발생했거든요. 그런데 2011년에 영국 의학회가 조사를 해봤더니 이 논문이 조작됐다는 걸 확인하면서, 이미 6년 전에 논란이 끝난 건데, 여전히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고요. 사실 박진호 앵커도 모르셨잖아요. 그러다보니까 확대 재생산이 되는 거예요. 그밖에도 백신에는 각종 면역 증강제나 각종 첨가제 이런 게 안 들어갈 수 없는데, 이런 성분들에 대한 두려움도 워낙 크기 때문에 계속 의혹을 일으키는 거고요. 이런 것들이 ‘안아키’ 같은 커뮤니티에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다시 짚어보면 실제로 예방주사 덕분에 완전히 사라진 감염병도 많다면서요?
 
▶ SBS 남주현 기자:
 
네 있습니다. 전 지구 상에서 박멸된, 완전히 없어진 천연두고 알려져 있는 두창이라는 전염병이 있죠. 치사율이 3,40%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1980년에 전세계에서 박멸됐다고 선언 했고요. 이 또한 백신 덕분입니다. 물론 백신을 맞으면 열이 나거나 알레르기 같은 과민반응,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거든요. 국내에서도 매년 300건 가량 정도 이상 반응 신고가 있다고해요. 대부분은 미열, 이런 경미한 반응이고요. 치매나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근거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맞았을 때의 감염병 예방 효과, 효능이 워낙 크다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겠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안아키’ 카페가 결국 폐쇄 됐다면서요?
▶ SBS 남주현 기자:
 
한의사가 운영하면서 커뮤니티에서 이렇게 극단적이고 비윤리적인 치료법을 권장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기사화가 되면서 대한한의사협회가 직접 나서서 카페 폐쇄를 요청했고요. 논란이 커지자 커뮤니티 운영진이 먼저 문을 닫았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 카페에서 제시한 것들이 일부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일부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인이 제대로 진찰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아이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아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이를 침해당했을 소지가 있다는 거죠. 그리고 한의사가 운영한다는 이유로 의학적 근거가 있을 거라고 맹신하지 말라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보건복지부에서도 조사하고 있다면서요?
 
▶ SBS 남주현 기자:
 
복지부 같은 경우에는 신고를 받은 건 아니고요. ‘안아키’ 관련된 내용이 계속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상황을 인지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건 없는데 ‘안아키’ 카페 운영자, 한의사가 의료행위를 했는지 한의사 면허를 받은 범위 내에서만 해야 하는데 이 범위를 지켰는지 그런 것들을 사안 별로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모든 아이들은 아플 때는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으로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갖고 있잖아요.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은 부모가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부모라고 해서 아이들의 권리를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마지막 말씀이 와닿네요. SBS 보도국 정책사회부 남주현 기자와 얘기를 나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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