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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자격심사"…뿔난 고령 택시기사들 '집단 반발'

<앵커>

정부가 65세 이상의 고령 택시기사들에게 정기적인 자격심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사고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인데, 개인택시 기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호건 기자입니다.

<기자>

흰색 택시가 빠른 속도로 후진하다가 중앙선을 넘더니, 차량 4대를 들이받고서야 멈춰 섭니다.

호텔 주차장에서 택시가 주차돼 있던 고급차량 4대를 차례로 들이받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당시 택시기사는 각각 83살과 75살이었습니다. 현재 개인택시 기사 4명 가운데 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령 택시기사의 사고 건수는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1.5배 많습니다.

고령자가 모는 택시 타기가 불안하다는 시민도 늘고 있습니다.

[박서진·김수연/시민 : 걱정되긴 하는데…운전을 잘하실 수 있는 판단이 되게 걱정이 된다고…길을 잘 찾으실 수 있을지?]

실제 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88%가 사업용 차량기사의 적성검사가 일반 기사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국토부는 3년 뒤 2020년이면 전체 개인 택시기사의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기사가 된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이들에 대한 자격시험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65세 이상은 3년에 한 번씩, 70세 이상은 해마다 시험을 봐서, 기준을 넘지 못하면 영업을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생계가 걸린 기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연수/서울 개인택시조합 이사장 :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으로 해가지고 2가지만 떨어져도 생계를 위협하는 살생부입니다. '택시운전을 하지마라' 이게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먹고삽니까.]

개인 택시기사들은 정부의 자격 심사제가 실행될 경우 즉각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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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전과 관련이 높기 때문에 고령자 자격심사를 택시기사들도 무조건 거부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사실 개인택시 기사들도 자격심사를 아예 안 받겠다는 건 아닙니다.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에 대책은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기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책 결정 과정에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자신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합은 심사제는 시행하더라도 검사기기에 익숙해질 수 있는 유예기간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에도 비슷한 자격 심사가 있죠?

<기자>

네,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에선 택시기사 같은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는 5년마다 자격 심사를 하고 있고요, 이웃 나라 일본 같은 경우는 65세 이상은 3년마다, 75세 이상은 매년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런 나라들에서 고령의 기사가 만약에 자격 심사에서 탈락했을 때, 발생하는 생계 문제는 어떤 반응들인가요.

<기자>

네,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나라들은 선진국인 만큼 고령자가 택시영업을 그만두더라도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습니다.

생계 걱정이 덜한 만큼 고령 운전자들이 안전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운전을 피하는 경향이 크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다르죠.

결국, 생계 지원책이 필요한 게 현실입니다.

시력이 나쁘면 야간운전을 제한하거나 체력이 약하면 운행시간을 제한하는 거 같은 맞춤형 처방을 내리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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