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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리 없는 함성…노란 물결의 절규

[취재파일] 소리 없는 함성…노란 물결의 절규
항구도시 목포가 노랗게 물들었다. 신록의 계절이지만 연둣빛 새 생명의 기운보다 더 간절함을 담고 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세월호가 3년 만에 항구로 들어온 한 달 전부터다. 목포대교로 이어지는 큰 길에는 노란 깃발이 빼곡하게 달렸다. 다리를 건너 목포 신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노란 현수막으로 채워졌다.

세월호가 누워있는 항만 부둣가는 노란리본이 뒤덮었다. 부둣가는 보안구역이라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 울타리를 둘러쳐 놨다. 이 철조망에 리본이 가득 달렸다. 바닷바람에 리본이 노란 물결을 이루며 나부낀다.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리본의 몸짓은 기다림과 희망이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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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신항만에는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다. 미수습자 9명이 외롭지 않게 따뜻한 마음들이 전국에서 날아들고 있다. 4월 22일 기준 9만 4천 명이 다녀갔다. 주차장에서 관광버스 셔틀을 타고 온 분들 숫자여서 개인적으로 셔틀을 이용하지 않고 찾아온 추모객까지 더하면 1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철조망에 달려있는 리본 수는 이미 10만 개를 훌쩍 넘었다.

세월호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항만 북문 쪽에는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자원봉사자들이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추모객들은 리본에 소망의 글을 담아 철조망에 묶어두고 마음을 모은다. 리본에 쓴 글씨는 다 달라도 추모객의 마음은 하나다.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게요”, “기억할게요”, “못 다핀 꽃들아 그 곳에선 활짝 피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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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기록을 전시해 놓은 도로에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쪽지에 바람과 각오를 담아 추모 글을 썼다. 사고 전 같은 또래 나이이거나 언니, 오빠들의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솔직한 생각이 묻어있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는 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고 또 기억한다”
“인양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에요. 우리는 뭉칠수록 더 강해집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를 갈아치우고 배들의 안전과 검사수준을 강화해야 한다, 간부들은 양심검사를 실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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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현수막도 간절하게 부르짖는다. “세월호 속에는 아직 아홉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기다랍니다”, “미안해와 잊지 않을게라는 말만 하지 않겠습니다.우린 행동하는 사람들로 살겠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소리 없는 외침 속에는 그 어떤 함성보다도 큰 울림이 있다. 그 울림은 메아리가 되어 세월호를 감싸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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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수색이 지난달 18일 시작됐다. 세월호 4층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 6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3층에는 일반인 승객 3명이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침몰과 3년이란 세월 탓에 배 안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고, 진흙이 가득 쌓여 수색을 더디게 하고 있다.

가족들은 매일 같이 현장을 지키며 소원을 빈다.“어서 빨리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와 집에 가자”고, 3년째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반복하는 소망이다.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미수습자들이 외롭지 않게, 가족들이 힘을 받게, 그리고 다시는 이런 슬픔이 되풀이되지 않게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야한다. 남은 자, 산 자의 최소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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