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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토'로 돌리고 월 300만 원…달콤한 프랜차이즈의 유혹

"가맹점주는 365일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취재파일] '오토'로 돌리고 월 300만 원…달콤한 프랜차이즈의 유혹
홍대 앞 카스테라 가맹점
지난달 중순 서울 홍익대학교 앞 상가에서 대만 카스테라 집을 운영하는 이 모 씨를 어렵게 만났다. 주자창 옆 차도 겸 보도에 인접해 있는 이 씨의 가게는 2.5평, 이 씨는 가게에서 계란을 으깨고 반죽을 만들어 직접 빵을 굽고 있었다. 한때 직원이 6명이나 됐지만, 이제는 혼자서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까지 모든 일을 한다.

"노른자하고 흰자하고 분리를 저희가 이렇게 해놨거든요? 흰자로 이제 머랭을 해요, 거품을 내는 거죠. 흰자 거품을 내고 노른자를 또 따로 돌리고 한 다음에 밀가루 반죽을 합니다. 밀가루 반죽을 한 다음에 세 가지를 짬뽕을 시켜요. 그래가지고 틀에 붓고 1시간 20분 동안, 50분은 중탕 나머지 30분을 오븐에 돌려서 빵을 꺼냅니다."

매장에 설치된 오븐에서 갓 꺼낸 노란 대왕 카스테라는 크고 푸짐한 데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목을 넘어갈 때도 메임이 없다. 이런 입소문에 하루에 25판, 250개의 카스테라를 만들어도 모자라기도 했다. 지난 3월 초 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5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1개에 6천 원에서 8천 원 하는 카스테라 한 제품을 팔아 올린 믿기지 매출이다.

하지만 이제 대만 카스테라를 찾는 손님들은 거의 없다. 간혹 지나가던 외국인 손님들이 있어 그나마 팔린다고 한다. 하루 매출은 10만 원 정도, 손님은 10여 명에 불과한 것이다. 임대료가 한 달에 1천만 원이나 하는 가게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이 씨는 가게를 내놨다. 지난해 10월 말 개점한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어려움은 지난 3월 초 한 케이블 방송의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이 대만 카스테라 제조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갑자기 시작됐다. 한 대만 카스테라 업체가 많은 양의 식용유와 베이킹파우더를 쓴다고 방송하면서 고객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방송에 나온 카스테라 업체는 원조 격인 단수이 카스테라를 모방해 등장한 20여개의 이른바 '짝퉁' 브랜드 가운데 하나였다. 한 카스테라 업체의 문제가 모든 카스테라 빵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폭풍처럼 확산하던 카스테라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식었다.

지난해 7월 대만에서 카스테라 제조법을 배워 독자적인 브랜드 '단수이 카스테라'를 만들고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엄세웅 대표는 우수죽순처럼 나타난 유사 카스테라 브랜드의 난립도 놀랍지만, 갑자기 식은 사람들의 카스테라 사랑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대형 유통점과 상가에서 줄줄이 폐점하고 있는 대만 카스테라 가맹점의 빈자리로는 이제 핫도그와 오믈렛 등 신생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한 핫도그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벌써 1천 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유행성 외식 프랜차이즈 아이템들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행했던 조개구이나 찜닭 프랜차이즈처럼 1년 이상 지나면 대부분 문을 닫게 된다고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최근 유행하는 프랜차이즈 외식브랜드의 경우 6개월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신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도 가맹점을 모집할 때 이런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초기에 가맹점을 내서 아이템이 한창 유행할 때 가게를 양도해 권리금까지 챙기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유혹한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전매하는 떴다방식 프랜차이즈 영업행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신종 외식 아이템의 유행이 언제 식을지 모른다는 것이고, 유행이 지나면 손실을 보고 가맹점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폐점하면 가맹비와 교육비, 인테리어비, 조리기구 등에 투입한 수천만 원은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된다. 장사가 안되면 상가의 프리미엄도 잃게 된다. 반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측은 가맹점주들이 낸 가맹비와 교육비, 로열티 등을 챙기고 가맹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가맹점을 '오토'로 돌려도 큰 수익이 난다며 생계형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매장운영은 직원을 고용해 '오토'로 돌리고, 가맹점주는 여가를 즐기며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명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조차도 한 달에 3백만 원도 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천에서 10년 동안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다 계약을 해지당한 강성원씨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주인은 사장이 아니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1년 365일 일하고도 한 달에 3백만 원도 벌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말한다.

수익이 날 만하면 본사에서 식자재 가격을 올리고, 홍보비 등 각종 명목의 비용을 청구해도 가맹점주들은 계약을 해지당할까 무서워 마무말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가맹본부 측이 자기구역 안에 제2, 제3의 유사 브랜드 매장을 새로 출점해도 가맹점주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 계약서는 말이 표준 계약서고요. 그것을 따르는 프랜차이즈는 우리나라에 단 한 군데도 없어요. 표준 계약서일 뿐이에요. 이것을 따라라, 그런데 안 따라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거죠. 예를 들어 표준 계약서에서는 광고비 분담을 본사와 가맹점이 5:5로 하라고 명시가 되어 있어요. 그런데 지금 현재의 프랜차이즈, 어떤 프랜차이즈도 본사에서 광고비의 50%를 대는 데가 없고, 안 해도 공정위에서 제재를 못 하고. 뭐 이런 상황이에요."

강성원 씨는 피자 프랜차이즈를 하다 피해를 본 가맹점주 1백 50명과 함께 단체를 만들어 3년째 가맹본부와 싸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피해구제 요청도 했다. 하지만 아직 피해보상과 관련 뾰족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가맹사업법이 있습니다. 가맹법이라는 게 가맹점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법인데, 시행령을 보면 가맹점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가맹 프랜차이즈 본사, 본사를 보호하는 법이에요. 시행령 10가지 중에 9가지는 본사의 그 이득이 되는 부분들이지,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것이 없어요. 가맹점주 단체를 만들어서 협상을 하고 이런 게 법령에 나와 있어요. 그런데 가맹본부가 그 협의를 거부하거나 협상을 거부했을 때 어떤 제재를 가한다, 이런 것도 없어요. 단체는 구성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구조죠."

프랜차이즈가 신종 고수익 사업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말 현재 가맹본부는 4,268개, 이들 가맹본부에 가입한 가맹점 수는 218,997개에 달한다. 지난해 1년 동안 가맹본부 수는 9.2%, 가맹점 수는 5.2%가 증가했다.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 프랜차이즈 사업, 특히 가맹본부는 급속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가맹본부 및 가맹점 추이
지난해 말 현재 4,268개의 가맹본부가 출시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273개로 1개 가맹본부가 여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경우도 많다. 업종별 가맹본부는 외식업이 75.4%로 제일 많고, 서비스업이 18.0%, 도소매업은 6.6%에 그쳤다. 가맹본부의 4분의 3이 외식업에 몰려 있는 것이다.   

고령화로 퇴직 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취업이 쉽지 않음에 따라 퇴직자들은 생계형 창업에 나서고 있다. 별다른 노하우가 없는 사람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뛰어들게 된다. 정부는 창업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금융기관들도 창업 지원 대출을 늘리고 있으니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시작하기는 너무 쉽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를 검색해 꼼꼼히 살펴보고 안정적이고 장사가 될 만한 프랜차이즈를 골라서 가맹하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 옥석을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돈벌이가 된다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오토로 돌려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떴다방식 신종 프랜차이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실정이다.

가맹사업을 관리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경제를 위축시키고 소비자 잉여를 침해할 수 있다."며 규제에 소극적이다. 가맹점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가맹본부에 대한 고발은 단 1건에 그치는 등 강력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가맹점주들은 말한다.

서민교 맥세스컨설팅 대표는 "창업활성화를 명분으로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이 없이도 5개까지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1억 원 이하의 창업비용으로 한 달에 3백만 원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랜차이즈는 없다."고 말한다. "그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있다면 가맹본부가 직영점으로 직접 운영하지 가맹점을 모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민교 대표는 "경제 규모가 한국의 3배가 넘는 일본의 경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1천 4백 개로 우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된다 싶으면 유사브랜드가 난립하고, 같은 가맹본부가 제2, 제3의 브랜드를 출시하는 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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