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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갈량' 김종인…안철수와 손잡은 이유는?

[취재파일] '제갈량' 김종인…안철수와 손잡은 이유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손을 잡았습니다. 추락하는 지지율에 절치부심하던 안철수 후보입장에서는 대선 종반전 마지막 승부수가 될 것 같습니다. 9회 말 투아웃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백전노장의 한방이 대선 판도를 요동치게 할 것인지 캠프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대표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선거왕' 김종인에게 '뭔가 있겠지' 라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걸 보면 김종인 전 대표 특별한 존재감을 갖고 있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 5년간 선거에서 져 본 적이 없습니다. 선거판의 제갈량이라고 불릴 만 합니다. 2012년 총선 새누리당이 당명까지 바꾸며 고전하고 있을 때 과반의석을 넘기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인물이 김종인 전 대표였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원내 1당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김종인 불패' 신화를 이어갔습니다. 함께 일해본 사람들은 김종인 전 대표의 민심의 흐름을 읽는 동물적인 감각을 극찬하기도 합니다.

김 전 대표는 구 여권에도 더불어민주당에도 몸을 담았다는 넓은 스펙트럼도 갖고 있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위기의 국면에서 김 전 대표에게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래서 김 전 대표의 정당 경력에는 늘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명칭이 따라붙습니다. 바꿔 말하면 안철수 캠프가 현재 '비상 상황' 이라는 뜻도 됩니다. 대선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극약처방이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 '김종인 역할론' 온도 차 이유는?

이상한 것은 승리를 상징하는 백전노장의 등장을 국민의당이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쪽에서는 김종인의 역할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반문연대'를 성사시켜 안철수에게 왕관을 씌워줄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시점에 '백약이 무효'라는 비관론자도 있고 김 전 대표의 행보를 권력중독증에 빠진 '노욕'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내 기류가 산만한 이유는 김종인 전 대표의 역할이 불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김종인 전 대표의 직함은 통합정부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 위원장입니다.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집권하면 '협치' 그러니까 정파를 넘어 인재들을 널리 등용하겠다고 천명했고 자유한국당부터 더불어민주당까지 다양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등용해달라는 일종의 내각 '헤드헌터'의 역할입니다. 문제는 지금부텁니다.

당내 주류는 통추위는 선거가 끝난 뒤 집권 이후에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기구인 만큼 김종인 전 대표는 대선국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선거 전략을 이끌어가는 이른바 '주류'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통추위'가 실효적인 역할을 하려면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엄밀히 말해 대통령 보궐선거라 인수위가 구성될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 직후 바로 국정운영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김 전 대표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합내각을 구성하려면 대선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는 당권을 위임받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대선후보에게 통합내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홍준표, 유승민 후보를 만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논립니다.

● '김종인'과 '안철수' 상반된 의견차
안철수 후보와 김종인 전 대표
김종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선후보의 말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김종인 전 대표는 홍준표 후보를 배제하진 않는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홍준표 후보는 국정 파트너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김종인 전 대표는 안철수 후보의 통추위 위원장 제의를 수락하면서 대통령 임기 단축과 개헌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안 후보와의 얘기를 믿는다며 사실상 안 후보가 임기 단축 조건을 수용했다는 뜻을 밝혔지만 안철수 후보는 국회에서 합의하는 대로 따르겠다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의 평소 스타일대로라면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동맹관계에 균열이 갔어도 벌써 갔어야 하지만 이상한 건 김 전 대표 측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은 한술 더 떠서 양측의 입장차는 없다며 조기 진화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마음을 바꿀 일이 없다는 김종인 전 대표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다면 양측의 밀월관계는 모순된 상황을 당분간 유지하거나 외면하며 지낼 것 같습니다. 미스테리입니다.

● 안철수가 진실이라면 통추위는 '허무개그(?)'

애매한 상황을 정리하려면 두 가지 가설을 세워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안철수 후보의 발언이 사실에 부합할 경웁니다. 안 후보는 '자강론' 그러니까 어느 후보와의 단일화도 없이 이번 대선을 완주할 겁니다. 추락하는 지지율은 안철수 캠프 주류의 주장대로라면 표본이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설계돼 안 후보가 밀리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 바닥민심과 이른바 '샤이 안철수' 지지층을 감안하면 오차범위내 박빙 상황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걸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겁니다. 이를 전제로 '통추위'는 실제로 40석 미만의 작은 정당이 집권 이후 '통합내각'을 준비하기 위해 구여권과 더불어민주당을 모두 겪어본 백전노장을 영입한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포석입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를 놓고 본다면 당선 가능성은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은 게 사실입니다. 영입 과정을 살펴보면 안 후보가 김 전 대표를 영입하기 위햇 삼고초려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상황 논리로만 보자면 주도권은 김종인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셈입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을'의 위치에서 삼고초려할 이유는 없습니다. 권력은 달콤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발 통추위가 대선 이후 가동될 확률이 50%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큽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지냈던 김종인 전 대표의 정치적 중량감을 감안할 때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대선 전후로 발품을 팔며 인재를 뽑아 내각진용을 완성한다고 해도 실제 국정운영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합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통추위의 분주함은 '허무개그'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 김종인이 진실이라면 3자 단일화(?)

김종인 전 대표의 말에 무게를 실어보겠습니다. 대통령 임기단축과 개헌은 현시점에서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지향점이었습니다. 개헌을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인물입니다. '옹고집' 김종인 전 대표가 움직였다면 안 후보가 '대통령 임기단축과 개헌' 카드를 수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임기 단축과 개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선 승리가 필요조건이 됩니다. 떨어지는 지지율에도 안철수 후보의 '자강론'만 믿고 있기에는 김 전 대표에겐 역시 정치적 부담감이 큽니다. 지지율 반전을 위해서 뭔가 '극약처방'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버린 겁니다.

대선이 8일 남았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는 '반문'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남아있는 극약처방이라면 다른 '반문' 후보들을 설득해서 출마를 포기하게 만들거나 '반문' 후보를 단일화하는 방법이 예상범위에 있는 합리적인 카드로 보입니다. 김종인이라는 완충지대를 통해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하지 않겠다. 독자완주 하겠다"는 기존 발언에 대해 말바꾸기라는 부담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앞서 안철수 후보는 김종인 전 대표에게 통추위의 전권을 위임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 다시 분주해진 문재인 캠프…'적폐 연대' 맹공
문재인 후보
흥미로운 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의 반응입니다. 안철수 후보측과 홍준표 후보 측을 싸잡아 '적폐 연대'라며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홍준표 후보의 선전 이후 1강 2중 구도로 재편되면서 대선 종반에 들어 '네거티브' 보다는 문 후보의 아들 문준용 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안 후보와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비영남 총리를 거론하며 사실상 내각 구성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던 준비된 대통령 후보 측이 전략을 급수정한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적신호'는 아니지만 '노란불' 정도를 켜놓고 반문 세력의 일거수일투족을 점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사자들은 3자 단일화 안하겠다는데 경쟁상대인 문재인 후보 측은 '3자 단일화'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깁니다.

당사자들이 완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3자 단일화' 논의를 쟁점화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설사 김종인 전 대표가 특명을 받았다고 해도 가능성은 현재 상황으로 미뤄볼 때 희박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87년 이래로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단일화 논의 없이 지나친 적은 없었습니다. 대선 종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는 이유입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김종인의 등장으로 여의도의 셈법은 다시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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