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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잠들지 않는 '호모나이트쿠스'…24시간 사회의 빛과 그림자

[리포트+] 잠들지 않는 '호모나이트쿠스'…24시간 사회의 빛과 그림자
'호모나이트쿠스(homo nightcus)'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밤을 의미하는 night에 인간을 뜻하는 cus를 붙인 신조어로 밤에 활동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올빼미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데, 이미 2002년 국립국어원의 '신조어'로 선정된 단어입니다. 우리나라는 1989년 24시간 편의점이 개점하면서, 호모나이트쿠스가 활동하는 ‘24시간 사회’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1990년대를 거치며 심야 영화, 쇼핑 등 24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문화가 급증했습니다. 호모나이트쿠스가 살기 편한 사회로, 낮에 업무에 시달리던 사람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밤 문화가 조성됐지만, 일각에서는 ‘24시간 휴식 없는 노동’이 반영된 사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24시간 사회'로의 진화

우리나라에서 '24시간 사회'가 본격화한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입니다. 1982년에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됐고 1987년부터는 네온사인 금지가 해제되면서, 잠들지 못하는 사회에 들어섰습니다. 1989년에는 서울시 송파구에 1호 24시간 편의점이 개점했습니다.
24시간 사회로의 진화
1998년에는 심야영업 규제도 폐지되면서, 24시간 사회로의 진입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2000년대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음식점과 술집, 찜질방, 카페 등 각종 상점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24시간 운영하는 헬스장과 미용실, 네일숍, 어린이집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심야 시간에 식음료 판매 위주였던 24시간 운영 상점이 낮에 처리할 수 없었던 일을 마무리하거나, 개인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까지 확대된 겁니다.

■ 다양한 밤 문화 즐기는 호모나이트쿠스

한 카드사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 사이 심야시간(밤 10시~새벽 3시) 카드 이용 830만 건을 분석한 결과, 호모나이트쿠스가 여가 활동을 보내는 장소로 노래방(57%)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PC방 38%, DVD방 21%, 만화방 18%, 오락실 14%, 영화관 11%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심야시간에 즐기는 레저 활동도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레저 활동으로는 스크린 야구가 52%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볼링 42%, 당구 38%, 실내골프는 21%를 차지했습니다. 심야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호모나이트쿠스가 늘면서, 24시간 동안 즐길 거리도 늘고 있는 겁니다.
호모나이트쿠스의 삶
낮 시간 동안 학업과 업무 등에 치여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했던 호모나이트쿠스들은 신체적으로 무리가 없다면 심야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일반적으로 등교와 출근은 오전 8시~9시로 맞춰져 있고 자기계발서 등에서는 '아침형 인간'이 부지런하다고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호모나이트쿠스들은 사람마다 다양한 생체 리듬을 가졌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사회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24시간 카페가 성행하는 우리나라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늦은 시간'이나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호모나이트쿠스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지난해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의 영업 종료 시간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의 평균 영업 종료 시각은 오후 10시 36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스타벅스 평균 영업 종료 시간
영국 런던은 오후 9시 11분, 독일 베를린은 9시 9분, 프랑스 파리는 영업 종료 시각이 오후 8시 52분으로 서울과 최대 1시간 40분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서울은 최근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가 잇달아 발생한 일본의 도쿄보다 평균 30분 늦게 문을 닫았습니다. 중국 베이징도 도심 5개 매장이 주중 평균 오후 9시 29분까지 영업해 우리나라와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24시간 운영하는 매장이 거의 없지만, 다른 카페는 24시간 매장도 많습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카페 탐앤탐스는 서울의 160개 매장 가운데 44%인 71개가 24시간 운영 매장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낮과 밤의 구분 없는 '노동 사회'

호모나이트쿠스는 심야 여가 산업과 밤 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소비가 가능해지면서, 야간에 일 해야 하는 사람도 증가했습니다. 낮과 밤의 구분 없는 24시간 사회가 ‘심야 근로자’라는 노동의 한 가지 형태를 만들어 낸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이외에 24시간 이용 가능한 상점이 즐비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년 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2015년 한국인 1인 연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전체 34개 회원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습니다. OECD의 연평균 근로시간인 1,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긴 수치입니다.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의 커피숍이나 백화점, 마트가 영업시간이 길고 휴일도 거의 없습니다. 유럽은 대부분 일찍 집에 들어가 쉬지만, 한국은 연장근무가 많아 그렇지 못합니다. 주5일제를 적용받는 사람도 65% 남짓밖에 되지 않습니다.”
24시간 사회가 생활의 편리를 증가시킨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늦게 퇴근한 사람이 심야 상점을 이용하고, 심야 상점은 또다시 야간 근무자를 찾게 되는 '노동 환경 악화'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호모나이트쿠스의 24시간 사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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