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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의 朝三暮四식 꼼수, 석탄 → 천연가스(SNG) 전환

[취재파일] 중국의 朝三暮四식 꼼수, 석탄 → 천연가스(SNG) 전환
스모그와 전쟁 중인 중국이 최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있다. 스모그의 주범으로 알려진 석탄을 직접 에너지로 사용하지 않고 대신 석탄을 이용해 천연가스를 만들고 이 천연가스를 석탄 대신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먼지가 풀풀 날리고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뿌연 스모그가 곧 사라질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석탄을 이용해 만드는 천연가스는 유전 등 자연 상태에서 얻는 천연가스와 달리 합성천연가스(SNG; Synthetic Natural Gas) 또는 대체천연가스(SNG; Substitute Natural Gas)라고 부르는데 보통 석탄을 고온 고압 상태로 만들어 가스를 뽑아내고 이 가스를 정제하고 메탄으로 만드는 공정을 거쳐 만든다. 성분은 주로 메탄으로 자연에서 나오는 천연가스와 비슷하다.

중국이 석탄에서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합성천연가스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가스가 석탄에 비해 깨끗할 뿐 아니라 천연가스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한편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스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가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수입 천연가스의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합성천연가스의 경쟁력은 커진다.

당연한 일이지만 석탄 대신 합성천연가스를 사용하면 오염물질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석탄 대신 합성천연가스를 사용하면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등 스모그를 일으키는 주요 오염물질을 크게 줄일 수 있다(Qin et al., 2017). 특히 발전용이나 산업용보다 비효율적으로 마구잡이로 사용되고 있는 가정용 석탄을 합성천연가스로 바꿀 경우 오염물질 배출을 더욱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스모그
연구팀은 가정에서 난방이나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석탄을 합성천연가스로 바꿀 경우 중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도 연평균 3만 2천 명(최소 2만 명 ~ 최대 4만 1천 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공기도 깨끗해지고 조기 사망자도 줄어들고, 여기까지만 보면 석탄을 합성천연가스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더없이 좋아 보인다. 항상 중국발 미세먼지를 뒤집어쓰고 사는 우리로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저 좋다고만 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오염물질 배출은 줄어들지만 에너지 사용량은 크게 늘어난다. 석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석탄으로 합성천연가스를 만드는 과정에 에너지가 추가로 들어갈 뿐 아니라 석탄을 가스로 전환할 경우 석탄이 갖고 있는 에너지 100%가 모두 가스로 전환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가스가 석탄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석탄에서 가스로 전환하는 중간에 사라지는 에너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더욱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최근 가동되고 있는 초초임계압(Ultra supercritical) 석탄화력발전소와 비교할 경우 합성천연가스를 이용해 발전을 하면 석탄을 그대로 사용해 발전을 할 때보다 최고 60%나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석탄을 이용한 합성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잡는 첨단 기술을 다 동원하더라도 합성천연가스는 같은 양의 기존 천연가스를 사용할 때보다도 이산화탄소를 22~40%나 더 배출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하고 있다. 합성천연가스 사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온실가스가 극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석탄을 직접 사용하는 대신 합성천연가스를 만들어 사용하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스모그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를 가속화 시킬 우려는 더욱더 커지는 것이다. 합성천연가스를 만드는 것이 석탄을 깨끗한 에너지로 바꿔 사용하겠다는 뜻이지만 이 방법 역시 환경적으로 전혀 깨끗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리 기후협약에 따라 중국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0~65%까지 줄여야 한다. 중국 자신들이 내놓은 계획이지만 스모그 잡겠다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리는 상황이 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다.

스모그를 잡을 것이냐 아니면 기후변화를 잡을 것이냐, 일부에서는 합성천연가스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모그와 전쟁을 하고는 있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의 30% 정도를 배출하는 중국이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을 그냥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보다는 스모그를 선택했다. 중국의 결정에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스모그가 큰 문제지 날로 심각해지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는 어떻게 되든 그것은 다음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있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국제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기후변화 페널티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중국이 스모그에서 우선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도 중국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려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미세먼지는 줄어들지 몰라도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마구 뿜어낸다면 이 또한 인류 전체에 큰 폐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당장 값이 싸다고 석탄이나 합성천연가스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다 더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미세먼지 대신 기후변화를 받으라는 조삼모사식의 꼼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중국은 언제나 인류에게 재앙만 초래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스모그나 미세먼지 문제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서 풀어야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있다.

<참고문헌>
* Yue Qin, Fabian Wagner, Noah Scovronick, Wei Peng, Junnan Yang, Tong Zhud,, Kirk R. Smith, and Denise L. Mauzerall, 2017: Air quality, health, and climate implications of China's synthetic natural gas development.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10.1073/pnas.170316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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