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사건은 지난 2006년 10월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간첩단 사건입니다. 공안당국은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로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구속했습니다. 일심회는 당시 이 간첩단 사건의 핵심인 장민호 씨가 만든 비밀조직의 이름이었지요. 장 씨와 최 모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등 5명은 지난 2008년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확정돼 징역 3~7년형을 받았습니다.
간첩단이 적발됐다는 소식보다 더 논란이 됐던 것은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의 사임이었습니다. 김 전 원장은 이들이 체포된 지 3일만인 10월 27일 갑자기 그만뒀는데 이를 두고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른바 '청와대 386 인사'들이 간첩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에 외압을 넣었고 이로 인해 김 전 원장이 사임하게 됐다는 논란이었지요. 홍준표 후보의 주장은 결국 10여년 전 논란을 이번 대선에 끌어 들인 셈인데, 그 발언의 진위를 따져봤습니다.
● "위키리크스에 다 공개돼 있다" – 사실&거짓
먼저 이 문건들에 당시 청와대의 외압 의혹이 담긴 것은 맞습니다. 이 두 문건을 작성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일부는 김승규의 사임을 두고 10월 26일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말한다."고 적었습니다. 손학규 전 지사와의 대화를 적었다는 문건에서도 "손 전 지사는 김승규 전 원장의 독립적인 간첩단 수사가 그의 사임 배경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입니다. 홍준표 후보가 주장한 "6개 그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김 전 원장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든지 "당시 청와대 내 386 인사 등에 의해 사건이 은폐됐다."는 등의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와대는 이런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지요. 이 외교전문이 당시 정치권에 떠도는 의혹들을 정리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물론 확실한 것은 문건 어디에도 홍 후보가 주장하는 '문재인'이란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그때는 청와대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 사실
일각에서는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청와대 압력이 있었다."고 밝힌 언론 인터뷰 등을 근거로 문재인 후보의 개입설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홍준표 후보가 김 전 원장의 인터뷰 기사라며 주장하는 것은 지난 2012년 5월 30일자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참모 대부분이 일심회 수사를 그만두라고 압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폭로 기사에는 또 "혹시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수사를 반대했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김 전 원장의 대답은 "문 전 실장은 아니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