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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2의 메시와 제2의 앙리의 '빅뱅'…샛별들이 수놓을 꿈의 무대

어떤 선수라도 '제 2의 아무개'란 별명은 참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래도 언론은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합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다리는 마음을 보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선수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만 잘 찾으면 됩니다.

이럴 때 '원조' 스타가 직접 자신의 후계자를 지목하면 그 별명은 더욱 권위를 갖게 됩니다. '제 2의 메시' 파울로 디발라(24.유벤투스)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 메시를 이긴 제2의 메시, 파울로 디발라

메시는 2015년 이탈리아 스포츠지와 인터뷰에서 "디발라는 미래가 아주 밝은 선수다"면서 "몇 년 안에 많은 사람들이 디발라 얘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기대는 부풀어 올랐습니다.

오르테가, 아이마르, 리켈메, 테베즈…'제2의 마라도나'가 나타나길 한동안 기다려야 했던 아르헨티나 축구팬 입장에선 제 2의 메시를 기다리는 시간만큼은 조금 더 짧길 바라고 있을 테죠.
디발라가 생애 처음으로 A매치에 선발 출전했던 지난해 9월 우루과이와 최종예선. 아르헨티나가 메시의 결승골로 1대 0으로 이겼다.

빠른 발에 뛰어난 축구 지능을 지닌 플레이메이커, 메시와 디발라는 함께 입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공격수 이과인이 "디발라는 메시를 닮았다"며 거들었습니다.

메시의 예언은 1년 만에 어느 정도(?) 현실이 됐습니다. 2016년 9월 1일, 우루과이와 월드컵 남미예선 경기. 디발라에겐 생애 첫 A매치 선발 출전이었고, 나란히 출전한 메시에게도 의미 있는 경기였습니다. 3개월 전 코파아메리카 준우승 후유증으로 대표팀 은퇴를 결정했던 메시가 그 뜻을 번복한 뒤 첫 번째 경기였으니 말이죠. "메시와 2대 1 패스를 주고받는 순간을 꿈꿔왔다"고 말한 디발라가 꿈을 이룬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첫 경험은 짧았고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디발라가 45분 만에 옐로카드 두 장을 받고 퇴장당한 겁니다. 메시가 디발라 퇴장 2분 전 터뜨린 골이 없었다면 더 큰 악몽이 될 뻔 했습니다.
전반 45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디발라 눈물을 흘리는 모습
디발라는 엉엉 울며 경기장을 빠져나왔고, 주장 메시는 디발라를 위로했습니다. 메시 역시 2005년 헝가리와 A매치 데뷔전에서 교체 출전한지 2분 만에 퇴장을 당한 경험이 있었지요.

실점 없이 1:0 승리를 지킨 팀 동료들은 디발라에게 "네가 메시의 길을 그대로 밟고 있다. 슈퍼스타가 되려면 대표팀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야 한다. 이제 넌 슈퍼스타가 될 게 분명하다"며 용기를 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 뒤, 또 다른 드라마가 완성됩니다.

메시와 ‘제2의 메시’ 디발라의 사상 첫 맞대결. 경기를 앞두고 디발라는 "나는 파울로다. 제2의 메시가 아니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관련된 질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가 펼친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디발라는 메시 앞에서 전반에만 2골을 뽑아내며 3-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특유의 글레디에이터 세리머니를 자신의 우상 앞에서 뽐냈죠. 메시는 2차전에서도 침묵했고, 유벤투스는 4강에 올라 21년 만의 우승을 노리게 됐습니다.
메시와 디발라가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사상 첫 맞대결을 펼쳤다. 디발라는 메시가 보는 앞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디발라는 경기 후 반복된 메시와 비교 질문에 "이런 비교 자체에 화가 나는 건 아니지만 마라도나가 그렇듯, 이 세상에 메시는 한 명 뿐이다. 내가 메시를 따라잡으려면 멀었다"고 말했습니다

● 앙리 기록을 넘는 제2의 앙리

앙리를 닮은 음바페 활약도 무척 인상적입니다. 앙리가 프랑스를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던 1998년에 태어난 음바페는 앙리의 기록을 깨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앙리가 세운 각종 최연소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음바페

먼저 AS모나코 최연소 출전 기록입니다. 2015년 12월 2일, 만 16세 347일이 되던 날 모나코 유니폼을 입고 리그 1 데뷔전을 치러 21년 전 앙리가 세운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2016년 2월 20일에는 데뷔 골을 넣으며 앙리가 세운 모나코 사상 최연소 골 기록도 깼습니다. 모나코 감독 시절 앙리 데뷔를 지도했던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은 "엄청난 재능을 지닌 앙리를 닮은 선수다"고 음바페를 치켜세웠습니다. 

올해 챔피언스리그 활약은 더욱 돋보입니다. 16강 1차전부터 4경기 연속골, 18살 소년이 AS모나코 4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이번 시즌 득점은 22골에 이릅니다. 모나코가 4강에 오른 건 13년 만입니다. 자신의 롤모델 앙리보다 3살이나 일찍 4강 무대를 밟게 됐습니다.

앙리는 "나는 선수를 비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음바페는 음바페다"고 했습니다.

파울로 디발라가 한 말과 같지만 뉘앙스는 조금 다른 듯합니다. 디발라가 겸손하게 한 말이라면, 앙리는 후배 기를 살려주려는 속뜻이 엿보입니다. 이미 언론은 음바페가 앙리보다 위대한 선수가 될 거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아스널 레전트 마틴 키언은 "교과서적인 슈팅을 보여줬던 앙리보다 음바페가 더 낫다"면서 논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음바페가 자신의 우상 앙리와 함께한 모습
지난해 19세 이하 유럽선수권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끈 음바페가 다음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 출전한다면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겠지요. 

그에 앞서 꿈의 무대 4강 대진 추첨. 공교롭게도 ‘제2의 메시’ 디발라가 이끄는 유벤투스와 ‘제2의 앙리’ 음바페가 이끄는 AS모나코 맞대결이 성사됐습니다. 샛별들이 수놓을 ‘꿈의 무대’, 축구팬들은 어쩌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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