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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손흥민, 20골 새 역사 도전…제물은 첼시?

[EPL] 손흥민, 20골 새 역사 도전…제물은 첼시?
손흥민이 전인미답의 경지에 도전한다. 아시아 선수의 유럽 한 시즌 역대 최다골이다. 상대팀은 첼시다. 그간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진출했던 한국인 선수들은 유독 첼시전과 인연이 깊었다. 박지성이나 기성용 모두 첼시를 상대로 '인생골'을 넣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손흥민 차례다.

오는 23일(일요일) 새벽 1시(이하 우리시간)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첼시와 토트넘이 '2016/17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4월 말 현재 리그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팀들의 맞대결이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빅매치다.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손흥민의 활약이다. 손흥민은 지난 15일 치른 리그 33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이번 시즌 19호골을 성공시켰다. 3월 A매치 일정 이후 팀에 복귀한 뒤 7경기에서 무려 8골 2도움을 몰아치며 골 폭풍을 이어오고 있다. 손흥민이 23일 새벽 첼시전에서도 득점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기록들이 쏟아진다.

가장 먼저 역대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골이다. 지금까지 이 기록은 차범근 현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조직위 부위원장이 가지고 있었다. 레버쿠젠에서 활약하던 1985/86 시즌에 19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30년 넘게 깨지지 않던 이 대기록을 프리미어리그 이적 이후 두 시즌 만에 달성했다. 한 골을 더 넣으면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된다.

또 다른 기록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통산 최다골이다. 2005/06 시즌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이후 2011/12 시즌까지 7년 간 EPL 무대를 누빈 박지성은 통산 27골을 기록했다. 2015/16 시즌부터 토트넘으로 둥지를 옮긴 손흥민은 역시 불과 두 시즌 만에 이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통산 27골을 득점하고 있다. 최전방과 2선을 넘나드는 공격수 포지션의 손흥민과 미드필드 자원인 박지성의 득점 가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록이 다시 쓰여지는 것은 분명하다.

손흥민은 이미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한 시즌 동안 리그에서 기록한 최다골도 훌쩍 뛰어 넘은 상태다. 이 기록은 선배 기성용이 가지고 있었다. 2014/15 시즌 스완지의 승승장구를 이끌었던 기성용은 당시 리그에서만 8골을 몰아치는 대활약을 펼쳤다. 미드필더임에도 막강한 공격 본능을 과시하며 팀의 핵심전력으로 떠올랐고 시즌 종료 뒤에는 스완지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했다. 스완지 역시 2014/15 시즌을 클럽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인 리그 8위로 마감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2016/17 시즌 손흥민은 4월 말까지 리그에서만 12골을 기록해 EPL 득점랭킹 12위에 올라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한 시즌에 10골 이상을 넣는 공격수는 채 10명 안팎일 정도로 많지 않다. 손흥민이 시즌 막판까지 지금의 득점 기세를 몰아갈 경우 아시아 선수 역대 최초로 'EPL 득점랭킹 TOP10' 진입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토트넘은 현재 리그에서 잔여 경기를 5경기나 남겨놓고 있어 기회는 충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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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손흥민이 새 역사에 도전하는 상대팀이 첼시라는 점도 흥미롭다. 첼시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이 강한 모습을 보였던 팀 중 하나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2011/12 UEFA 챔피언스리그' 맨유와 첼시의 8강 2차전 경기에서 박지성이 넣었던 역전 결승골이다. 드로그바의 1-1 동점골로 맨유를 바짝 추격하던 첼시는 박지성이 후반 32분에 터뜨린 역전골에 무너졌고 맨유는 그 시즌 챔스 4강 티켓을 가져왔다.. 박지성은 현역 시절 이 경기 이외에도 유독 첼시를 만나면 공수 전반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 상대팀에게는 '악몽' 같은 선수였다.

첼시를 상대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성용도 마찬가지다. 2012년 런던올림픽 직후 스완지 시티로 이적하며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입성한 기성용은 포지션 특성상 득점이 주임무는 아니였지만 첼시를 상대로 데뷔골을 기록하며 경력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스완지 이적 이후 불안한 팀 내 입지에 시달리던 기성용은 2013년 9월 전격 선덜랜드 임대 이적을 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기성용은 이후 2013년 12월에 치러진 선덜랜드와 첼시의 '2013/14 캐피털원컵' 8강전에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팀의 2-1 승리를 이끄는 극장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기성용이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입성한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득점이었고, 이후 기량이 물에 오른 기성용은 상종가를 이어갔다. 박지성에 이어 기성용도 EPL 빅클럽 중 하나인 첼시를 제물로 역사적인 순간을 장식한 셈이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은 유독 '첼시전'과 인연이 깊었다.

손흥민이 이런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우리 팬들에게 큰 관심사다. 2015/16 시즌부터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이번 시즌 기록상 두 배가 넘는 활약상을 보이고 있지만 유독 첼시전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토트넘은 2016/17 시즌 리그에서 첼시와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는데 1승 1패를 기록했다. 첫번째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11월 말 경기에서는 토트넘이 1-2로 패했고, 당시 손흥민은 선발출전 했지만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한 채 64분을 뛰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와야 했다.

배수진을 친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올해 1월 초, 이번 시즌 박싱데이의 가장 마지막 일정으로 치러진 첼시전에서 2-0 완승을 챙겼다. 스리백 열풍을 몰고 오며 프리미어리그를 제압한 첼시를 상대로 스리백 맞불 작전을 놓은 포체티노 감독과 토트넘은 당시 경기에서 전술상으로도, 경기 내용면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며 리그 다른 팀들에게 '첼시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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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토트넘전 패배 이전까지 리그에서 무려 13연승을 질주하고 있던 첼시는 이 패배를 기점으로 파죽지세의 상승세도 한풀 꺾인 것이 사실이다. 아쉽게도 손흥민은 이 경기 역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의 2-0 승리가 확정적이던 후반 추가시간 교체투입돼 약 3분 가량 그라운드를 밟은 것이 전부였다. 이번에도 관건은 포체티노 감독이 첼시를 상대로 또 한 번 스리백 전술로 나설 것인지 여부다.

수비진에 포백라인을 가동하는 4-2-3-1 전술을 유지할 경우 공격진에는 최전방의 해리 케인을 필두로 델리 알리, 에릭센,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토트넘 최정예 공격 자원들이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난 1월 첼시를 잡았을 때처럼 스리백으로 맞불 작전에 나설 경우 3-4-2-1 전형이 되면서 공격진 숫자가 3명으로 줄어들어 손흥민이 선발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영국 현지에서도 선발 출전 예상명단은 엇갈리고 있다. 미드필더 완야마가 부상에서 복귀했기 때문에 첼시전 필승카드인 스리백 활용이 가능해진 만큼 손흥민이 선발로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를 이룬다. 그러나 '이브닝스탠다드' 등 런던 지역지들은 손흥민 이름을 선발 명단 예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최근 7경기에서 8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손흥민의 골 감각이 절정에 올라 있는 만큼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도 어떤 식으로든 손흥민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최근 몇년 동안 무서운 속도로 팀이 성장하고 있는 토트넘은 공교롭게도 우승 트로피가 없다.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우승을 맛 본 것은 2007/08 시즌 컵대회다. 지난 2010년 독일 클럽 함부르크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손흥민 역시 아직까지 한 번도 소속팀에서 우승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을 거치며 유럽 빅클럽들이 주목하는 공격수로 성장했지만 리그, 컵대회 등 출전한 모든 대회를 통틀어 최정상에는 올라서지 못했다.

23일 새벽 펼쳐지는 첼시전은 토트넘이나 손흥민 모두에게 그토록 간절히 기다려 온 '우승'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토트넘과 첼시의 2016/17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일요일 새벽 1시 15분에 런던 웸블리에서 킥오프할 예정이다. 이 경기 승자는 결승에서 또 다른 준결승전인 아스날-맨시티전 승자와 FA컵 우승 트로피를 놓고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된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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