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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한국공항공사, 17억 들인 대테러장비 '사용 중지'…왜?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7.04.21 08:16 수정 2017.04.21 18:39 조회 재생수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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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단독][취재파일] 한국공항공사, 17억 들인 대테러장비 사용 중지…왜?
▲ 한국공항공사가 구매한 '휴대용 X-레이 시스템'과 유사 기종

얼마 전 삼성생명 서초사옥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군과 경찰특공대가 대거 투입됐습니다. 3천여 명의 직원들도 모두 대피해 업무가 마비됐습니다. 이처럼 ‘테러 위협’으로 잃는 기회비용은 상당합니다. 그럼에도 국가는 세금을 들여 대테러장비를 마련합니다. 그 어떤 기회비용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항은 테러범들의 잠재적 공격 대상입니다. 그만큼 유동 인원이 많아서입니다. 우리나라 공항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각 공항마다 대테러장비를 들여놓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장비가 '휴대용 X-레이 시스템'입니다. 이 장비는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X-레이 발생 장치, 영상판, 판독기(노트북)가 그것입니다. 건강검진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더 쉽습니다. 가슴을 밀착하는 부분이 영상판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방사선사가 방사선을 쏘는 장비는 X-레이 발생 장치이겠지요. 만약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되면 영상판을 그 뒤에 놓고, 앞에서 X-레이를 쏩니다. 해체 작업이라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 장비입니다.
'휴대용 X-레이 시스템' 중 X-레이 발생기한국공항공사는 이 장비를 지난 2월, 16억 8천만 원을 들여 구매했습니다. 제주와 대구, 광주 등 국내 13개 공항에 배치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도 채 안 돼 이 장비 사용을 전면 중단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유가 기막힙니다. 공항공사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A씨(무기 전문가)에 따르면 ‘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전파 인증법입니다. 이 법은 국외에서 구입한 무선기기를 국내에서 사용하려면 반드시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요 통신망을 외부의 전기적 위해로부터 막기 위해서입니다. 통신 장애와 오작동을 막기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휴대용 X-레이 시스템'은 유무선 방식으로 작동됩니다. 일반적으로는 무선을 사용하지요. 무선을 사용하면 전파가 생성됩니다. A씨는 “이 시스템은 휴대전화의 출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출력이라 전파의 세기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항공기를 타면 항상 요구하는 게 휴대전화를 끄라는 건데, 그건 혹시 모를 항공기의 오작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공항공사가 이런 장비를 전파 인증도 받지 않은 채, 그것도 공항 내에서 사용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동안 항공기 안전을 위해 기꺼이 ‘휴대전화 OFF’를 해온 대부분의 승객들만 ‘봉’이었던 셈입니다.

전파법의 처벌 조항은 가볍지 않습니다. 전파 인증을 받지 않고 기기를 판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 장비를 구매할 당시 전파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걸 몰랐던 걸까요. 계약 전반은 어떻게 이루어졌던 걸까요. 전파 인증을 받지 않은 다른 대테러장비들은 또 없는 걸까요. 따져볼 게 많았습니다. 하지만 공항공사는 벌써 3주째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내부적으로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감사 대상에는 제가 의문을 가졌던 부분도 포함돼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대로 결과가 나올지 여부는 지켜볼 일입니다. 다음 순서에서는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방식으로 시청자분들을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