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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토론 이후 '출렁'…TV 토론, 표심에 얼마나 영향 줄까?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7.04.19 17:39 조회 재생수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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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TV 토론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후보자의 경우 각 지역을 누비며 표심에 호소하기도 하지만 TV 토론을 통해 정책과 비전 등을 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제시하며 지지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유권자 역시 TV 토론을 통해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하고,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번 대선 토론회에 유력 후보들이 각자 개성 있는 방식으로 토론에 나서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토론회가 있는 날이면, 후보들은 유세 일정을 아예 잡지 않거나 일정을 대폭 축소하고 토론회 준비에 전념합니다. 그만큼 토론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후보자가 속한 각 당도 토론회가 끝나면 자당 후보가 가장 잘했다며 자화자찬식의 평가를 쏟아내기도 합니다. TV 토론 결과에 후보자들의 희비도 교차합니다.

■ TV 토론에 흔들리는 표심

국내에서 TV 토론의 영향력이 부각 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첫 TV 토론이었던 지난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TV 토론회가 꼽힙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토론회를 통해 기존의' 강성' 이미지를 벗고,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특유의 능변과 노련함으로 부동층의 표심을 끌어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당시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결과 1·2차 토론 이후 김대중 후보는 33.9%에서 35.6%로 지지율이 상승했고, 이회창 후보는 31.4%에서 27.9%로 하락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대선까지 이어졌고, 결국 김대중 후보가 40.27%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습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TV 토론회가 지지 후보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줬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9.8%가' 영향을 받았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사진TV 토론이 승부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됐던 사례는 미국 대선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61년 케네디 대 닉슨 후보 간 세계 최초의 TV 토론회입니다. 이 토론회 전까지만 해도, 케네디 후보는 닉슨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TV 토론회가 열리더라도 언변이 좋았던 닉슨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상과는 전혀 딴판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닉슨 후보는 토론회 내내 땀을 흘리거나 아픈 모습을 보여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케네디 후보는 잘생긴 외모와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후보는 TV 토론을 발판삼아 닉슨 후보를 역전하는 데 성공해 미국 대통령의 자리를 거머쥐게 됩니다.

■ TV 토론? 생각보다 영향 못 미친다는 평가도

반면에 TV 토론의 영향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예전보다 TV 시청률 자체가 떨어졌고,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한 사례도 많았다는 겁니다. 최근 미 대통령 선거도 그랬습니다.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후보의 TV 토론이 끝난 뒤, 토론 승자로 클린턴의 손을 들어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토론 이후 CNN의 조사 결과는 클린턴의 승리로 본 사람이 52%, 트럼프의 승리로 본 사람이 39%였던 겁니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막말 논란'을 빚은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겁니다. TV 토론을 잘하고 못하는 게 지지를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겁니다.
관련 사진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토론회의 승자는 정동영 후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당시 토론 이후 한 설문조사에서 정동영 후보 21.1%, 이명박 후보 17.6%, 이회창 후보 10.0% 순으로' 잘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토론은 정동영 후보가 잘했지만, 대통령 자리에 오른 사람은 이명박 후보였습니다.

■ TV 토론…'숨은 승자' 낳기도

TV 토론으로 승부가 뒤바뀌지 않더라도, '숨은 승자'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02년 16대 대선 토론회에서는 노무현과 이회창, 두 후보의 맞대결이 펼쳐졌습니다.

당시 1차 TV 토론이 끝난 뒤 나온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는 토론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조사에서도 10명 가운데 7명이' TV 토론 후 지지 후보가 바뀌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대선이 마무리됐지만, 당시' 숨은 승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였습니다. 대선에서는 졌지만, 권 후보는 TV 토론회 이후 대중적 스타로 부상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권 후보의 발언은 국민적 유행어가 됐습니다. 대선 이후 곧바로 이어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7대 국회 원내정당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TV 토론 덕을 톡톡히 본 겁니다.노무현 승, 숨은승자 권영길 ■ 100명 가운데 8명에 영향 준 TV 토론…과연 이번엔?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한국정당 학회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천 5백여 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한 결과, 96.7%가 한 번 이상 TV 토론회를 시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TV 토론을 본 뒤, 지지 후보를 바꿨다는 유권자는 응답자의 5.5%였고, 지지후보자가 생겼다고 답한 사람도 2.8%였습니다. 100명 가운데 8명 가량은 TV토론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관련 사진스탠딩, 시간 총량제 등 다양한 요소가 더해진 이번 대선의 TV 토론회는 과연 대선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 결과가 기다려지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황성아 / 디자인: 임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