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응한다던 美 항모 '반대 방향' 항해…허위발표 논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서 한반도 해역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진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당초 미국 국방부 발표와 달리 지난 주말까지 인도네시아 해역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외신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칼빈슨호는 현지시간으로 18일 현재 호주 북서쪽 해상에 있으며, 한반도 해역에는 다음 주에나 진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가 잘못 발표한 것인가, 서둘러 발표한 것인가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습니다.

칼빈슨호의 한반도 해역 재전개는 지난 8일 미 태평양사령부 해리 해리스 사령관을 통해 처음 발표됐습니다.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를 싱가포르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도록 명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태평양사령부는 이 지역의 '제1위협'에 직접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북핵 위협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사흘 뒤인 11일 칼빈슨호가 '그 지역으로 북상 이동 중'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는 함대를 보낼 것이다. 매우 강력한 함대"라고 말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이 최대치로 증폭됐습니다.

미국 매체들은 열성적으로 관련 뉴스를 보도했고, 폭스뉴스는 함대가 북한을 향해 진격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와 NYT가 이날 보도한 해군의 사진은 이런 설명과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사진에 따르면 칼빈슨호는 8일 싱가포르를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15일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섬 사이의 순다해협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WP는 15일까지 칼빈슨호가 인도양에 있었다는 얘기라고 부연했습니다.

NYT는 "지난주까지도 칼빈슨호는 인도양 해상에서 호주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위해 (한반도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펜스뉴스도 칼빈슨호는 인도양에서 예정된 호주 군과의 정기훈련을 위해 실제로는 한반도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15일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태양절'이었습니다.

이 때도 미군 폭격기를 실은 칼빈슨호는 한반도에서 남서쪽으로 4천830㎞ 이상 떨어져 있었다는 셈이 됩니다.

미 국방부 관리는 18일 AFP통신에 칼빈슨호가 이날 호주 북서쪽 해상에 있다면서 "앞으로 24시간 안에 동해를 향해 북쪽으로 항해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리는 거리를 따져볼 때, 칼빈슨호가 빨라야 내주에 동해에 도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해군연구소 뉴스는 칼빈슨호의 한반도 인근 진입에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발언대로라면 칼빈슨호는 오는 25일쯤 동해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WP는 모든 정보를 종합할 때,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향하는 것은 맞지만, 많은 매체들이 추측한 것만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칼빈슨호의 이런 진로가 오해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혼동 작전'인지를 놓고서도 분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 백악관은 국방부에 물어보라며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푸단대학 한반도연구센터의 한 전문가는 "미국에 의한 정교한 심리전 또는 허세 작전"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면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의 선임연구원 로스 배비지는 "분명히 엄포 이상"이라며 "허세라면 진지하지 않은데, 내 이해로는 미 행정부는 지금 절대적으로 진지하다"고 말했습니다.

배비지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칼빈슨호의 대북 전진 배치에 앞서 중국에 약간의 말미를 주고 대북압박을 강화하도록 하는 전략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칼빈슨호의 배치가 늦어진 사실을 비꼬는 투로 환영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심하게 속았다. 남한이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는 미 항모는 어디에도 오지 않았다"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