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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토트넘, 필수 불가결 된 목표 'FA컵 우승'

[EPL] 토트넘, 필수 불가결 된 목표 'FA컵 우승'
2016/17 시즌 막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팀은 단연 토트넘이다. 승점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 시기임에도 토트넘은 4월 중순 현재 리그에서 7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홈에서는 무패다. 이번 시즌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치른 17번의 경기 중 단 한 차례도 패배가 없다. 무승부는 겨우 두번. 막강한 화력과 탄탄한 경기력으로 토트넘은 리그 부동의 1위 첼시를 어느새 승점 4점 차까지 추격하고 있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토트넘은 오는 2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첼시와 물러설 곳 없는 대결을 펼친다. 파죽지세에 올라 선 토트넘과 달리 첼시는 지난 17일 치른 맨유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하며 일격을 당했다. '스리백 신드롬'과 함께 연초까지 리그에서 14연승을 질주하던 콘테 감독의 기세도 많이 잠잠해진 상태다. 경기 장소는 공교롭게도 웸블리다.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이번 시즌 리그 1, 2위 팀이 FA컵 결승 티켓을 놓고 만나게 됐다. 리그 우승을 100% 장담할 수 없게 된 첼시 입장에서나, 몇년째 우승 문턱만 밟아 보고 있는 토트넘이나 목표는 승리뿐이다.

토트넘은 다음 시즌에 웸블리를 홈 구장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 1899년에 개장한 현재의 홈 화이트 하트레인 경기장을 새로 짓기 위해서다. 이미 신축 경기장 공사도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 2018년 여름 새 경기장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 토트넘은 이번 시즌이 마무리 되면 빠른 공사 진행을 위해 2017/18 시즌 1년 동안 아예 경기장을 비워주고 잠시 홈을 이전한다.

웸블리 입주 계획은 한 차례 공식 발표가 연기됐지만 오는 30일에는 공표될 것이란 전망이다. 토트넘은 대의명분을 떠나 현실적으로 더 이상 웸블리에서 '악몽'만 겪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전 적응 기간을 갖기 위해 이번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홈 경기를 웸블리에서 치렀던 토트넘은 야심차게 준비했던 챔스 무대에서 16강도 밟아보지 못하고 조기 탈락했다.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웸블리에서의 압박감에 대처하지 못한 것도 실패 원인의 하나로 지적됐다.

현재 6만명이 넘는 관중을 수용하는 거대 규모의 홈 구장을 새로 짓고 있는 토트넘은 스스로 빅클럽 반열에 오르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난 2014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약 3년 동안 팀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문제는 내세울 만한 트로피가 없다는 점이다. 2015/16 시즌 레스터 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할 당시 막판까지 추격 가능성을 살렸지만 '우승 DNA' 부재의 한계를 드러내며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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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은 젊은 선수들로 이뤄진 토트넘이 우승 트로피를 수집할 절호의 시기다. 리버풀 레전드이자 현역 은퇴 이후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 제이미 캐러거는 18일 자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리그를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주말 FA컵 경기가 토트넘에게는 더 관건이라 본다. 이 팀은 지난 몇 년 동안 우승 타이틀을 놓치기에는 너무나 훌륭했고 지금도 훌륭하다"며 대놓고 '편파 해설'에 나섰다.

케러거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토트넘에 특히 잉글랜드의 젊은 피들이 맹활약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팀이 2, 3년 동안 계속해서 우승 타이틀을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다. 그들은 이길 자격이 충분하고, 또 반드시 이겨야 하는 팀이다"고 압박하기까지 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EPL에서 가장 젊은 팀이다. 선발 평균 연령이 25.6세에 불과하다. 전력 핵으로 활약하고 있는 자원의 상당수가 22살에서 24살의 어린 선수들이다. 특히 공격수 해리 케인(23살)과 미드필더 델리 알리(23살)는 이미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선수협회가 선정하는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에서 시즌 20호골을 기록하며 3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 달성에 성공한 공격수 케인은 영플레이어는 물론 최우수선수상 후보에까지 동시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지금까지 3시즌 연속 20골을 기록한 공격수는 단 3명뿐이었다.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 그리고 루드 반니스텔로이다.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케인을 포함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토트넘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우승대에 올라서는 경험과 관록이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또 다른 선수는 손흥민이다. 우리 팬들은 물론 현지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또 하나의 스타다. 분데스리가에서 데뷔해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은 2015/16 시즌을 앞두고 400억원의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리그는 물론 UEFA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권을 노리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토트넘이 가장 공을 들여 영입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활약은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손흥민은 EPL에 입성한 지 불과 두 시즌만에 역대 유럽무대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 중 한 시즌 최다골 타이기록(19골)을 달성했다. 1골만 더 넣으면 차범근 현 FIFA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과 타이를 이룬 기록도 넘어서게 된다. 토트넘이 시즌 막판 파죽의 7연승 상승세에 올라선 것은 주포 헤리 케인이 잠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사이 최근 7경기에서 무려 8골 2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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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거는 "오는 22일 첼시전은 토트넘이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기 위한 마지막 난관이 될 듯 하다. 결승에 오르게 되면 아스날이나 맨시티를 만나게 되는데 이 두 팀은 현재 토트넘보다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더더욱 첼시전 승리가 중요하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토트넘은 지난 15일 치른 리그 33라운드 본머스전에서 부상에서 복귀한 해리 케인까지 골맛을 보면서 공격 자원들의 골 감각이 물에 오를 대로 올랐다. 케인이나 손흥민은 물론 2선에서 침투해 들어가는 델리 알리, 에릭센에 교체 카드로 활용되는 얀센까지 틈만 나면 골을 넣는다. 무사 뎀벨레, 완야마 같은 중원 자원들은 물론 수비수 대니 로즈까지 골맛을 볼 줄 아는 선수다.아무리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첼시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대다.

이번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웸블리를 홈 구장으로 썼던 토트넘은 대회 조기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쓴 맛을 봤다. 유럽의 내로라 하는 빅클럽들이 받는 승리에 대한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9만 명이 운집하는 웸블리에서의 경기는 토트넘에게 오히려 홈 같지 않은 홈이 됐다. 22일 치르는 첼시와의 FA컵 준결승전은 이런 오명을 씻고 명문의 자격을 입증할 절호의 찬스이고, FA컵 우승은 필수 불가결의 목표인 셈이다.

대관식은 자격을 갖춘 소수에게만 허락된다. 물론 그 자리에 올라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토트넘은 이미 이번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에서 조기 탈락했고, 유로파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2007/08 시즌 리그 컵대회가 마지막이다. 10년 넘게 트로피를 들지 못하는 팀을 명문이라 부르는 리그는 없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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