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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해자 괴롭히는 성폭행 교수…여전히 수사 재개 안하는 검찰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작성 2017.04.19 14:54 수정 2017.04.19 16:51 조회 재생수286,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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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발생 (2016년 6월)

고려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대학원생 이현아 씨(가명)는 자신의 지도교수인 문 모 교수 연구실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현아 씨에게 지도교수인 문 교수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자신의 졸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학과 분위기도 군대 문화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아씨 얘기입니다.

<성폭행 피해자 이현아 씨(가명) 인터뷰>

"우리 학과에는 군대문화가 있어요. 교수가 대학원생들을 때려요. 발로 차고. 대학원생들은 자기 노예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저는 손바닥으로 머리 뒤쪽 맞은 적 있고요. 다른 애는 다리 부분을 발로 차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밥을 먹으러 가면 세 명이 갔는데도 5인분을 시켜요. 자기들은 한입만 먹고 나머지는 막내 대학원생한테 다 먹이는 거예요.

작년 4월쯤에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날 제 지도교수 문 교수가 옆 연구실에 있는 자기 선배 교수와 함께 회식을 하다가 저를 불러냈어요. “퇴근했습니다.” 했는데도 무조건 나오라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회식장소인 노래방으로 나갔는데, 그 선배 교수라는 사람이 갑자기 저한테 고려대 교가를 부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학부를 다른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고대 교가를 몰랐어요. 제가 못하니까 교가를 시킨 그 선배 교수가 “야 이 XX야, 개XX야, 00대학 나온 XX야, 너네는 머리가 안돌아가니? 너네는 상종도 못 할 XX야”라면서 욕설을 퍼붓는 거예요. 

다른 학생하고 연구원 들이 한 다섯 명 정도 더 있었는데 그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인격모독을 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더라고요. 평생 한 번도 못 들어 본 욕설을 들으니까 울음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제 지도교수인 문 교수가 노래방 마이크를 들더니, 욕설을 퍼붓고 있는 자기 선배 교수한테 “자 이제 분위기 좀 바꿔보겠습니다” 하고 랩 노래를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울고 있는 저한테 '피처링'을 해달래요. 노래를 같이 불러달라는 거예요. 저는 그때 ‘아니 자기 제자가 다른 교수한테 욕을 먹고 울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걸 시킬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회식 참가자들이 그냥 다들 쳐다만 보고 있으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요. 울면서 노래를 불렀어요. 새벽 4시까지 그런 자리가 계속 됐어요.


2016년 6월 16일 목요일. 이 날 현아 씨는 평소 잘 하지 않는 지각을 했습니다. 13분 늦게 출근을 한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현아 씨는 지도교수에게 크게 혼이 났습니다. 저녁 7시쯤, 퇴근을 했던 문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회식을 하고 있으니 나오라는 지시였습니다. 교수의 회식을 거부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다, 현아 씨는 이 날 지각을 해 혼까지 났기 때문에 안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현아 씨의 상황은 친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에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사건 당일 친구와 대화 사건 당일 친구와 대화
이후 친구의 카톡에 답장도 못 하던 현아 씨는 밤 11시 쯤, 회식 자리를 빠져나가고 싶다며 술에 취한 듯 오타가 섞인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냅니다.
사건 당일 친구와 대화 사건 당일 친구와 대화 이 이후로 현아 씨는 연락두절이 됩니다. 현아 씨가 걱정 됐던 친구는 늦게까지 간간히 괜찮느냐는 카톡을 보내지만 답장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새벽 4시. 한동안 연락 두절 상태였던 현아 씨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성폭행 당했어". 현아씨는 친구에게 경찰서로 가고있다며 자신의 위치를 알립니다.
사건 당일 친구와 대화 사건 당일 친구와 대화 경찰에 성폭행 사실을 신고한 현아 씨는 아침까지 조사와 검사를 받았습니다. 범행 피해자가 된 현아 씨의 심경도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사건 당일 친구와 대화 ● 성폭행 피해자의 10개월 만의 인터뷰

이로부터 10개월이 지난 2017년 4월, 취재진은 현아 씨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현아 씨를 만났습니다. 취재진 앞에 서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현아 씨는 취재진에게 지난해 6월 그 날 밤에 있던 사건에 대해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처음 교수에게 회식자리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을때만 해도 현아 씨는 아침에 지각을 한 것 때문에 또 혼을 내려고 부르는 줄만 알았다고 합니다. 각오를 하고 회식자리로 향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숙취해소제를 사서 마셨습니다. 엄청난 양의 술을 강권하는 문 교수의 회식 습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아 씨 뿐 아니라 다른 대학원생들도 문 교수가 주최하는 회식이 있는 날이면 숙취해소제는 물론, 약국에서 술 깨는 약까지 사먹는게 다반사였습니다.사건 당일 피해자가 구입한 숙취 해소제 영수증
하지만 숙취 해소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문 교수는 유독 그 날 따라 평소보다도 더 술을 강권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 이현아 씨 인터뷰>

제가 술을 다 못 먹어서 소주잔이 채워져 있으면요. 교수가 제 잔 앞에 소주병을 갖다 대요. 남은 술을 비우고, 새 잔을 받으라는 얘기에요. “아, 팔 무겁다” 이런 식으로. 그런 식으로 계속 주니까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고요. 그리고 그 날은 문 교수가 제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와 있던 다른 대학원생들 한테 “현아가 술을 너무 안 먹는다. 너무 내 기분을 안 맞춰 준다.” 이런 식으로 제 얘기를 해 놨더라고요. 제가 도착하니까 연구실 선배 한 명이 저를 따로 불러서 “그래도 네가 교수님 직속 제자인데 교수님 분위기 한 번 맞춰드리는 건 어떠냐” 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문 교수가 제 욕을 하면서 제가 술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 저를 부른 거예요. 그런 분위기니까 연구실 선배들도 어쩔 수 없이 다 저를 술을 먹일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결국 현아 씨는 얼마 가지 않아 만취했고, 새벽 1시가 넘어 4차 술자리 부터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소위 '필름'이 끊긴 겁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 까. 현아 씨는 어깨와 가슴이 너무 아파서 통증에 눈을 떴습니다. 눈을 뜬 곳은 술집이 아닌 문 교수의 연구실 소파 위였습니다. 지도교수인 문 교수는 다른 곳도 아닌 학교 안 자신의 연구실에서 제자를 성폭행 한 겁니다. 놀라고 무서웠던 현아 씨는 범행을 당하는 도중 무의식 중에 단축키를 눌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신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현아씨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합니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현아씨의  이 다급한 전화를 받은 친구는 놀란 마음에 당시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했습니다. 이 전화 녹취에는 당시 범행 현장의 상황이 고스란히 녹음됐습니다.

<범행 당시 현장음 녹취>

이현아: 으아아아아아앙 (울음) 아아아아아앙 흐흐흑 흑흑 (울음)
문 교수: 울지마, 현아야. 울지마. 응?
이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울음)
문 교수: 고양이 나오겠다, 고양이.
이현아: 으아아아아앙 (울음 계속)
문 교수: 누가 전화해? 응? 누가 있어? 울지마. 조용히 해. 어? 뚝!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던 울음소리는 이후 잠시 조용해지고 정적이 흐릅니다. 그리고 잠시 뒤 연구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딸깍' (문 여는 소리)
'찌이이익' (지퍼 올리는 소리)
'삐리리릭' (전자식 도어락 여는 소리)
'탁탁탁탁탁탁탁'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


범행 전후의 상황은 연구실 복도에 설치 돼 있던 CCTV에도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이 CCTV는 검찰에 증거로 제출이 돼 있습니다. 당시 CCTV를 직접 본 현아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범행 전후 CCTV 장면 인터뷰>

그때는 정확한 시간을 몰랐는데 CCTV를 보니까 새벽 2시 정도에 다시 학교로 돌아오더라고요. 아마 학교에 남아있던 제 짐을 챙겨려 했던 것 같아요.

하아... 제가 CCTV를 보는데요. 학교로 세 명이 돌아와요. 저하고, 문 교수하고, 문 교수 밑에 있는 연구교수하고. 이렇게 세 명이 실험실로 들어가더라고요. 조금 이따가 연구교수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문 교수도 실험실을 나오더라고요. 그러더니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척 하다가 복도에 사람이 없는지 슬쩍 돌아본 다음에 다시 뛰어와요, 제가 있는 실험실로. 그 다음 CCTV 장면은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는 저를 끌어 잡아당겨서 자기 연구실로 데려가더라고요.


그리곤 범행이 벌어졌습니다.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현아 씨가 도망치는 장면도 CCTV에 잡혔습니다.

어떻게 도망 쳤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교수 방을 나와서는 뒤도 안돌아보고 무조건 뛰었어요. 살아야겠다. 이 사람이 저를 죽일 것만 같았어요. 뒤도 안돌아보고 뛰었어요. CCTV를 보니까 제가 그렇게 도망치는데 교수가 뒤에서 쫓아오고 있더라고요.
멍자국멍자국● 강력 부인하던 가해 교수, DNA나오자 번복

그렇게 현아씨는 학교를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곧바로 경찰서로 향해 성폭행 신고를 했습니다. 현아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며칠 뒤 문 교수를 소환했습니다.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간 문 교수는 그러나 성폭행은 고사하고 그 시간에 현아씨를 만난 적 조차 없다며 범행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는 도중에 현아 씨에게 협박성 문자까지 보냈습니다.가해교수가 보낸 문자하지만 교수의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얼마 뒤 현아씨의 속옷에서 문 교수의 DNA가 검출 된 겁니다. 문 교수는 그러자 돌연 진술을 바꿉니다. 성관계가 있던 건 사실이지만 합의 하에 이뤄졌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현아씨에게는, 태세전환을 하듯 태도를 돌변해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하기 시작합니다. 현아씨가 문 교수의 전화를 일체 받지 않자, 이메일과 문자를 하루에도 여러 통씩 보내면서 용서를 해 달라고 빌기 시작을 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사건 발생 2달 만인 지난해 8월, '문 교수를 기소해야 한다', 즉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는 문 교수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비교적 신속하게 문 교수를 파면처리 했습니다. 원래 2년 반 걸리는 석사 과정을 1년 반 만에 모두 끝내고 논문 만을 남겨놨던 시점에 지도교수로부터 몹쓸 짓을 당했던 현아 씨에게 학교 측은 새로운 지도교수를 만나게 해 줬습니다. 박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들어갔던 학교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때부터 현아씨와 현아씨 가족에게는 더 큰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 이해 못 할 검찰 수사…2차 피해의 시작

검찰의 사건 처리는 진행이 무척 더뎠습니다. 그러는 사이 학교에서 파면당한 문 교수는 현아 씨에게 계속해서 용서를 해달라는 내용으로 합의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아씨는 합의를 해 줄 생각이 전혀 없었고, 문 교수의 이메일, 문자, 그 어떤 것에도 현아씨는 일체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몇 달이 지나 지난해 12월 부터는 문 교수도 모자라, 문 교수의 부친까지 나서 현아 씨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합니다.가해자 아버지가 보낸 문자
이 당시 현아 씨는 부모님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얘기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힘들게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칠 까봐서 였습니다.

<성폭행 피해자 이현아 씨 인터뷰>
제가 그런 사건을 겪었다는 게 극복해 내는 것도 힘들고,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이게 계속 지속 되고 심지어 자살 시도도 많이 했었고 유서도 썼었고.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부모님한테 항상 부끄럽지 않은 딸, 자랑스러운 딸 이었어요. 항상 부모님이 자랑하고 이번에 또 대학원 들어가서 공부 열심히 한다고 막 자랑하시고 그런 딸이었는데. 저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지시는 것 같아서 그게 가장 많이 힘들었어요.


부모님 몰래 변호사를 선임해 혼자 사법 절차를 밟아가던 현아씨에게 '만나주지 않으면 부모님을 찾아가겠다'는 가해자 문 교수의 아버지가 보낸 이 문자는 사죄가 아니라 협박에 가까웠습니다. 부모님 가게와 집 주소를 알아낸 것도 공포였습니다. 결국 부모님도 현아씨가 당한 일을 알게됐고, 가해자와 가해자의 아버지는 예고한 대로 현아씨 부모님 가게를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가해자인 문 교수의 아버지는 자신도 서울에 있는 명문 대학교 교수 출신이라고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에 가면 양가가 모두 불행해질 뿐이라며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청천벽력같은 딸의 성폭행 사실에 충격을 받은 현아씨 부모님은 이렇게 무작정 찾아오는 가해자 부자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오지 말라고 해도 가해자 문 교수와 문 교수의 아버지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심지어 가게를 앞을 서성이며 가게 안을 힐끗 힐끗 엿보는 일도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본 주변 상인들이 '웬 남성들이 가게를 자꾸 엿본다'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오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딸의 아픔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현아 씨 부모님에겐 가해자의 이런 행동은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급기야 현아씨의 아버지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 검찰의 '기소중지'와 가해자의 '합의 종용'…피해자 가족의 고통

심각한 2차 피해가 나날이 계속되는데도 검찰 수사는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답답한 현아씨는 뒤늦게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검찰 홈페이지를 들어가 진행 상황을 알아봤습니다. 기가막혔습니다. 대체 어찌된 일인지 현아 씨 사건은 지난해 연말인 12월 30일 부로 '기소중지'처분이 돼 있었습니다. 기소중지란 검찰이 사건 수사를 마무리해서 재판에 넘기는 것을 중지한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로, 지난해 연말부터 이 사건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검찰의 설명은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가해자의 말이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문 교수를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가 우리나라에 몇 대 없기 때문에, 검사를 하려면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 동안 기소를 중지해놓았다는 겁니다.

그렇게 수사가 중단된 동안 가해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집요하게 합의를 요구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가해자 부자는 가게 안에 직접 들어오지는 않아도, 가게 앞에 매일 편지를 두고가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 뿐 만이 아니었습니다. 가해자 문 교수는 현아씨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해 주면 직접 용서를 빌고 싶다며 현아씨의 새 지도교수에게까지 메일을 보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아씨 친구에게도 현아씨를 만나게 해 달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파면당한 가해 교수가 피해자의 새로운 지도교수에게 피해자와 자리를 주선해 달라고 보낸 메일
<파면당한 가해 교수가 피해자의 새로운 지도교수에게 피해자와 자리를 주선해 달라고 보낸 메일>

현아씨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시간이 갈수록 협박으로 들릴 수 있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이후 가해자 부자가 이런 식으로 보낸 메일만 수십 통이 됐고, 고통을 참다 못한 현아 씨는 검찰에 이런 메일을 첨부해서 조속히 수사를 진행해 달라고 탄원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현아 씨 변호사는 현아 씨 가족의 정신과 치료 내역을 첨부해 가해자를 조속히 구속 기소해 달라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찰은 요지부동이었고, 수사는 아직까지도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가해자 교수가 보낸 메일가해 교수 아버지가 보낸 메일

● 검찰은 왜 기소중지 했을까? 전문가들의 추측은…

도대체 검찰은 피해자가 이토록 고통받고 있는데 왜 이 사건을 내버려 두는 걸까? 취재진은 이번 사건에 관련된 증거 등의 자료를 들고 여러 법조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검사, 또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이 사건에서도 특히 기소중지가 된 날짜에 주목했습니다. 기소중지가 된 날짜는 지난 2016년이 끝나기 직전인 12월 30일 연말. 전문가들은 연말이 되면 검찰에선 검사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이때 여전히 진행이 되고 있는 사건은 해결이 되지 않은 '미제사건'으로 분류가 된다고 합니다.

미제사건이 많을수록 실적이 깎이기 때문에, 연말이 되면 검사들은 자신이 수사하고있는 사건을 되도록이면 많이 '기소중지'를 시켜서 미제사건에 포함이 되지 않게 털어내는 꼼수를 많이 쓴다는 겁니다. 그리고 '기소중지'를 시키는 사유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바로 거짓말 탐지기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물론 이번 사건도 정말 그런 건지는 담당 검사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만, 전문가들은 그랬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만약에 이런 전문가들의 분석이 맞다면, 검찰은 피해자가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늘 하던대로 실적을 지키기 위한 꼼수를 택한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을 겁니다.

● 아직도 재개 안된 수사…"정상적인 사건 처리라고 보기 힘들어"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번 사건은 특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또 다른 의견입니다. 왜냐하면 어찌됐든 해가 넘어가고 벌써 4월이 됐는데 아직까지도 수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 사건은 피해자가 범행 직후 곧바로 경찰서로 가 신고를 했다는 점, 가해자의 진술이 증거에 따라 오락가락 바뀌고 있다는 점, 녹취나 CCTV같은 성폭행 상황을 뒷받침 해줄만한 객관적 증거가 존재한다는 점, 또 평소 가해 교수와 피해자 사이의 철저한 '갑을' 관계를 나타낼만한 증거가 많다는 점 등 객관적 자료가 상당히 많은 사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거짓말 탐지기 결과를 기다린다고 하면서 4개월 넘게 기소중지를 해 놓았다는 것은 여타 다른 성폭행 사건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취재진은 보도를 하기 직전,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 직접 문의를 해봤습니다. 북부지검측은 기자가 전화를 하자, 그동안 그렇게 나오지 않던 거짓말 탐지기가 때마침, 공교롭게도 "어제 나왔다"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수사를 재개하겠다"라고도 밝혔습니다. 원래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이렇게 늦게 나오냐는 질문에는 통상적으로 2달이면 나온다고도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이 좀 밀려서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나오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는, 다소 무성의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많은 시청자 분들이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보도 이틀 후인 아직까지 사건을 재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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