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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석탄화력발전…전기와 미세먼지의 불편한 동거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7.04.18 10:48 수정 2017.04.18 16:34 조회 재생수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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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석탄화력발전…전기와 미세먼지의 불편한 동거
충남 서해안 지역에는 석탄화력 발전소가 밀집해 있다. 서천과 보령, 당진, 태안 네 곳에 가동 중인 발전시설은 모두 29기에 이른다. 전국에서 석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발전시설이 57기인 점에 비하면 절반이 넘는 53%가 충남 서해안에 몰려있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하면 떠오르는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하늘 높이 우뚝 솟은 굴뚝, 또 그곳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연기다. 발전소 측은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라고 하지만 배출가스가 뒤섞여 나오는 것이다.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먼지가 나온다.
[취재파일] 석탄화력발전…전기와 미세먼지의 불편한 동거-1질소산화물<NOX>은 대기 중에서 오존 등과 반응해 산성물질인 질산을 생성한다. 질산은 알칼리성 물질인 암모니아와 반응해 질산암모늄이 되는데, 이 입자상물질이 2차적 미세먼지다. 황산화물<SOX> 역시 암모니아 등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를 만들게 된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초미세먼지<PM2.5>의 원인 물질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충남 서해안 4개 발전소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은 2천 15년 기준 9만 4천 톤에 이른다. 질소산화물 5만 8천 톤, 황산화물 3만 4천 톤, 먼지 2천 톤이 대기 속으로 뿜어져 나왔다. 발전소별로 태안이 3만 5천 톤으로 가장 많고, 보령 3만 2천 톤, 당진 2만 3천 톤, 서천 4천 톤 순으로 나타났다.

발전소에서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보령과 서천, 태안에는 미세먼지 측정소조차 없다. 보령의 경우 60Km 이상 떨어져 있는 서산 지역 측정소 값을 인용해 사용 중 이다.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로 직접 재보니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11일 보령 발전소에서 반경 2km 안에 있는 마을 한 가정집에 미세먼지를 측정하러 갔다. 측정기기는 미국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환경과학원이나 환경공단 등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모델이다. 측정 당일 낮 12시쯤 에어코리아 발표 보령지역 초미세먼지 농도는 보통 규모인 20마이크로그램 가량 됐다. 서산 동문동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를 그대로 발표한 것이다. 
[취재파일] 석탄화력발전…전기와 미세먼지의 불편한 동거-2하지만 보령지역 가정집 옥상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는 보통이 아닌 나쁨 수준 농도를 보였다. 10여 분 가량 측정을 했는데 농도가 높을 때 60마이크로그램을 웃돌았고, 낮을 때도 50~59마이크로그램 사이를 유지했다.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미세먼지 발표가 현실과 사뭇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공식 측정소에서 얻은 값이 아니어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발전소 지역에 미세먼지 측정소 설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취재파일] 석탄화력발전…전기와 미세먼지의 불편한 동거-3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생활 불편과 불안감을 호소했다. 밤낮없이 뿜어져 나오는 굴뚝을 쳐다보기조차 싫다고 했다. 얼마나 나쁜 물질이 공기를 오염 시킬지도 모르면서 날마다 그 공기를 마시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보다 주민들을 더 괴롭히는 것은 발전소 저탄장에서 날아오는 석탄가루다. 창틀에는 새까만 분진이 쌓여있고, 세워둔 차량 지붕과 유리창을 물수건으로 닦아보니 검은 먼지가 묻어났다. 비가 오면 지붕에서 검은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봄볕이 화사한 날인데도 집집마다 마당과 옥상에 매어놓은 빨랫줄에는 옷가지가 별로 없이 텅 비었다. 흰 빨래는 아예 집안에서 말린다고 했다.
[취재파일] 석탄화력발전…전기와 미세먼지의 불편한 동거-4주민들이 석탄가루 피해를 호소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발전소들이 유연탄을 대부분 건물밖에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령 발전소의 경우 석탄을 쌓아두고 있는 저탄장 면적이 66만 제곱미터나 된다. 발전을 위한 연소용 유연탄 량은 60만 톤이나 된다고 한다. 발전소측은 탄가루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18.8m 높이의 울타리를 치고 살수 작업과 약품처리까지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물 안에 쌓아두지 않는 한 바람에 날리는 탄가루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취재파일] 석탄화력발전…전기와 미세먼지의 불편한 동거-5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라도 충남 서해안 발전소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감사원은 지난해 충남지역 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수도권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이 28%가량 된다고 발표했다. 대학연구팀에 의뢰해 분석한 것인데, 2010년 배출가스 자료를 바탕으로 도출된 결과라고 한다.
           
전기는 문명사회를 유지 발전시킬 필수 불가결한 자원이다. 그런데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은 대기오염과 방사선 노출 우려라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지속가능한 대기 환경과 안전을 위해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수돗물처럼 펑펑 쓰면서 우리의 숨통을 조일 것인가? 석탄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정부의 치밀한 미세먼지 대책과 함께 전기를 아껴 쓰는 생활 습관과 전기 요금 특혜 폐지가 필요하다. 그 길이 맑은 공기와 우리 건강을 지킬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