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단독][취재파일] 국내 유명 석학까지…제자들 인건비 수억 가로채

경찰청 특수수사과, 이례적으로 나서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7.04.14 14:31 수정 2017.04.14 15:47 조회 재생수5,559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단독][취재파일] 국내 유명 석학까지…제자들 인건비 수억 가로채
상대적인 '갑'의 위치에서 조교들의 월급을 가로채는 일부 교수들의 사례가 종종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 레이더 기술 분야에서 명망 있는 대학 교수가 석박사 제자들의 인건비 수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토교통부는 스마트하이웨이 사업의 일환으로 ‘도로 장애물 경보 레이더 시험 시제 개발’이라는 연구 과제를 A교수에게 발주했습니다. 해당 과제는 도로 장애물을 레이더로 감지한 뒤 운전나나 교통 관리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1년 2개월 정도 소요되는 이 과제에 투입된 A교수의 제자들은 석박사급으로 모두 6명. 발주 비용은 총 4억 9천만 원이 지급됐고 이 중에 제자들의 인건비는 5천2백여만 원이었습니다. 연봉으로 치자면 1인당 8백만 원이 안 되는 돈입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66만 원 정도 나옵니다. 그런데 A교수는 이 돈의 10% 정도만 나눠주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이 가져간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취재진은 A교수가 제자들의 인건비를 어떻게 빼돌렸는지 경찰에 확인 과정을 거쳤습니다. 방법은 이랬습니다. 제자들이 통장과 도장, 현금카드를 만들어오면 A교수는 이걸 모두 자신이 관리했습니다. 그리고 인건비가 각 제자들의 통장에 입금되면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횡령해온 것입니다. 사용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최근 10년 동안 20여 건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모두 4억 9천만 원의 인건비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자들을 상대로 한 일부 교수들의 ‘갑질’은 사실 여러 번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게 얼마나 잘못되고 치졸한 일인지는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라 사람들의 비난은 상대적으로 더 컸습니다. A교수도 그동안 뉴스를 통해 이런 소식들을 접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남의 것을 슬쩍 훔치는 사람을 도둑이라고 하지요. 남의 물건을 협박해서 빼앗으면 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훔쳐가는 걸 몰랐던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협박을 받아 빼앗긴 것도 아니었지요. 그럼에도 내 것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 줄 수밖에 없는 상황, 그걸 가져간 사람을 우리는 도대체 뭐라고 칭해야 할까요.

A교수를 찾아갔습니다. 처음엔 “관행이었다.”, “살면서 교통신호 한두 번씩 어기는 사람 있지 않느냐”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지면서 A교수는 “잘못된 일이었다”며 뒤늦게 후회를 했습니다. 그는 “경찰에서도 잘못을 시인했다. 제자들 대부분 만나서 피해 금액을 돌려줬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A교수가 신분이 명확한 국내 유명 석학이고 피해 변제가 거의 이뤄진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기도록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A교수가 국내 과학 기술 분야에 기여한 공로가 상당하기 때문에 더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끝으로 제 2, 3의 A교수님들에게 당부드립니다. 아직도 ‘남의 일’로 생각하면서 ‘관행’이라는 이유로 제자들의 연구비를 가져가고 있다면 지금 당장 멈추시길 고언합니다.     
선거 주요 뉴스를 한눈에! 제 19대 대통령 선거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