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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월 위기설' 부풀리기…여전한 '안보 팔이' 구태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4.14 07:49 수정 2017.04.14 09:35 조회 재생수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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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4월 위기설 부풀리기…여전한 안보 팔이 구태
‘4월 한반도 위기설’이니 ‘4월 27일 북폭설’이니 흉흉한 설들이 돌면서 세간이 뒤숭숭했습니다. 미국이 이 달 중에 독자적으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싱가포르에서 호주로 가려던 미 해군의 항공모함 칼빈슨이 갑자기 한반도로 변침한 것이 화근입니다. 정부나 국내·해외 전문가들은 주한 미국인들을 소개(疏開)하지 않은 채, 우리 군 도움 없이 미국의 독자적 대북 선제 타격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굽히지 않고 4월 위기설을 부풀리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미군이 한반도와 그 주변으로 전력을 급격히 증강하고 있다는 나름의 팩트를 들이밀며 미국의 4월 선제 타격 가능성이 높다고 웅변했습니다.

“미군이 일본에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5대를 보내는데 글로벌 호크로 북한을 보면서 칼빈슨으로 때리는 작전을 펼칠 수도 있다.” “미 해병대가 포항으로 전쟁물자를 나르고 있다.” “한반도 주변으로 미 항공모함 2척 또는 3척이 집결한다.” 위기설에 힘을 싣는데 한 몫하고 있는 말들입니다. 팩트는 대충 맞지만 해석은 엉터리입니다.
취재파일 4월 위기설● 글로벌 호크가 보고 칼빈슨이 때린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지난 7일 괌의 앤더슨 기지에 있던 글로벌 호크 5대를 다음 달부터 6개월 동안 일본 요코다 기지에 배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칼빈슨에 이어 글로벌 호크, 게다가 글로벌 호크는 무려 5대가 한반도 바로 옆으로 모여드니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로 집결한다고 호들갑을 떨 만도 합니다. 어떤 매체는 글로벌 호크가 북한을 정찰해 타격 목표를 확정하면 칼빈슨 항모 전단이 때린다는 작전까지 짜서 기사화했습니다.

괌 앤더슨 기지의 글로벌 호크는 거의 매년 여름 몇 대씩 일본으로 임시 전개됩니다. 괌의 글로벌 호크는 2015년에는 4대가 7월부터, 2014년에도 2대가 5월부터 몇 달씩 일본에 머물렀습니다. 이번이나 과거나 글로벌 호크의 일본 전개에 대한 미군의 설명은 똑같습니다. “여름에서 가을 사이 괌에는 태풍이 잦아서 글로벌 호크 운용 여건이 나빠지기 때문에 주일미군 기지로 옮겨 훈련과 작전을 계속 한다”입니다. 태풍을 피해 왔다지만 정찰위성급 정찰기이니 평소 찬찬히 보고 싶었던 북한 땅을 보러 다니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북한을 선제 타격하기 위해 마음먹고 오는 것은 아닙니다.

경북 포항 해안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해안양륙 군수지원훈련을 두고는 선제 타격과 관련된 전쟁물자 보급이라고들 했습니다. 전쟁물자를 전선으로 원활하게 보급하기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훈련일 뿐입니다. 2년 마다, 즉 홀수 해에는 규모를 크게 늘려서 실시하는데 올해가 바로 홀수 해입니다. 한미연합사는 한 달 전에 이미 이 훈련의 실시 계획을 각 언론사에 공지했는데도 위기설의 소스(source)로 톡톡히 이용됐습니다.
취재파일 4월 위기설● 한반도로 3개 항모 전단 집결?

항모 전단으로는 칼빈슨 뿐만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도 한반도 작전 해역에 추가 배치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은 조지 워싱턴을 대체해 2015년 10월부터 일본 요코스카의 미 7함대 기지에 배치된 항공모함입니다. 한반도 근처에 벌써 와있던 항공모함이지, 새로 오는 배가 아닙니다. 로널드 레이건이 있는데 느닷없이 칼빈슨이 오니 이상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칼빈슨이 오는데 로널드 레이건까지 올 듯하니 이상하다고 해석하면 안됩니다.

게다가 요코스카의 로널드 레이건은 현재 정비중으로 알려졌습니다. 칼빈슨의 한반도행은 그래서 대북, 대중 펀치를 강화한다기 보다는 로널드 레이건의 사실상 부재(不在)를 메운다는 의미로 읽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로널드 레이건의 정비가 끝나는 5~6월 이후에도 칼빈슨이 한반도 작전 해역에 머물면 2개 항모 전단이 한반도 인근에 떠있는 것이어서 그때는 좀 수상해집니다.

일부 매체들은 또 태평양 날짜변경선 근처에서 훈련을 마친 니미츠 항모 전단을 찾아내서는 임의로 한반도 행을 타진했습니다. 이참에 태평양과 접한 미국 서부 해안에 있는 존 스테니스, 시어도어 루즈벨트도 모두 한반도로 불러들일 작정인지...... 미군이 1개 작전 해역에 3개 항모전단을 운용한다? 북한이 지구를 침공한 외계의 최첨단 대군단의 전력을 가졌다면 가능한 소설입니다.

중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말을 거칠게 하고 전력을 과감하게 움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군의 시리아 공습에서도 볼 수 있듯이 행동으로 옮길 계획이라면 전력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작전 지역으로 보내는 법입니다. 광고하며 다니는 전력은 실전 투입용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무력시위이고 칼빈슨이 좋은 예입니다.

위기설로 그치지 않고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진짜 위기의 순간은 언제든 올 수 있습니다. 그 날이 오늘이라고 해도 한반도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때는 북측 뿐 아니라 남측도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되고 전면적인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리아, 이라크, 아프간의 참혹함을 내 가족이 고스란히 겪게 됩니다. 처절한 진짜 위기를 상정해 냉정히 부지런히 준비해야 할 처지의 나라에 살면서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가짜 뉴스에 미군 전력의 동태를 신이 난 듯 얹어 놓으며 위기감을 키우는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선거 때면 안보정국을 조성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대가 아직도 저물지 않아서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