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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엘시티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20)

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 권력형 비리 의혹 2: 포스코 시공사 참여 및 책임준공 약속 (상)

엘시티 공사 현장
2013년 5월 외국인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에 이어 2013년 10월 중국 CSCES 시공사와 1조 원 대 시공 계약을 체결해 이영복 회장은 위기의 한 고비를 넘깁니다. 한 전직 국회의장은 중국 시공사 본사를 방문하는 자리에 이 회장과 동행을 하는가 하면 당시 현직 국무총리는 기공식 하루 전날 총리공관에서 중국 시공사 부회장단을 총리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하기까지 할 정도로 이 회장의 사업에 힘을 보탰습니다.
 

● 엘시티 사업의 2차 위기…중국 시공사 철수, 1년 이상 사업 표류
엘시티 중국 건축 시공 계약 사진
하지만 중국 시공사와의 합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5년 12월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토목공사를 담당했던 D지질과 함께 2015년 초 토목공사 공정률 30% 수준에서 철수해 버렸습니다.
 

●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 시공사의 '책임 준공제 보장' 문제

PF 대출 금융권은 '선 책임준공 보장', '후 PF 대출'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CSCES 측은 "책임 준공 보장을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중국 시공사의 완강한 입장 고수에 국내 PF 금융 대주단도 출자를 꺼리게 되면서 사업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결국 중국 시공사는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지난 2015년 4월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중국 CSCES(중국건축공정 총공사)가 시공사로 참여하기 전인 지난 2013년에도 현대건설이 사업 시공자로 우선 선정됐지만 ‘책임 준공’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시공사의 입장에서 '책임 준공제'는 사업 규모가 클수록 엄청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계약방식이어서 특히 대기업 1군 시공사의 경우 확실한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은 한 절대로 응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반면 PF 금융 대주단 또한 리스크 부담을 덜기 위해 시행사로 하여금 시공사로부터 책임 준공 약정을 받도록 요구합니다.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거액의 금융대출을 해 주지 않는 것이 금융 업계의 관례이기도 합니다.
 
책임 준공제는 말하자면 시행사와 시공사, PF 금융대주단 3자가 초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 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국내 건설사는 물론 중국 시공사마저 포기하면서 엘시티 이 회장은 또 다시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2차 위기가 온 겁니다.
 

● 권력형 실세 비리 의혹 2 : 포스코 건설…엘시티 이 회장의 구원 투수로 전면 등장
엘시티 더 샆 성공기원 사진
그런데 기적은 또 일어났습니다. 포스코 건설이 엘시티 이 회장의 두 번째 구원투수로 전면에 등장한 겁니다. 그것도 엘시티 사업의 최악의 국면에서 말입니다. 회사 자금줄은 완전히 말랐고 국내는 물론 중국 시공사마저 철수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중국 시공사가 사업성이 없다며 철수한 날은 지난 2015년 4월 6일. 하지만 철수한 지 11일 만에 포스코 건설은 같은 달 17일 엘시티 시행사와 공사도급 약정을 체결합니다.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기 전에 대림과 롯데건설 등 국내의 다른 건설사와도 협상을 벌였으나 사업성 불투명을 이유로 모두 참여를 포기했던 터라 건설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 들여 졌습니다.
 

● 포스코 건설, "책임준공 요청도 전격 수용…매우 이례적" 평가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로 전격 참여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금융권의 PF 대출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임 준공"을 약속한 것은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현대건설은 포스코에 앞서 시행사의 '책임 준공' 요구를 거절했고 포스코와 비슷한 시기에 엘시티 시공 제안을 받은 대림산업과 롯데건설도 "사업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엘시티처럼 초대형 사업의 경우 책임 준공에 나섰다가 최악의 경우 시공사도 동반 부실해져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커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서는 "엘시티 사업 처럼 포스코가 책임 준공까지 보증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이처럼 위험성이 큰 사업에 포스코는 왜 전격 참여했을까요? 바로 여기에 권력형 실세비리의 숨은 그림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의문 1 : 포스코 건설 황태현 사장의 복귀, 그리고 역할 주목 필요
검찰 포스코 건설 사진

당시 포스코 건설 책임자는 황태현 사장입니다. 대표적인 포스코 그룹 재무통으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포스코 건설과의 인연은 지난 2004년 2월부터 건설로 옮겨와 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2008년 2월 퇴임하기까지 4년 동안 재임한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2014년 3월 17일 포스코 건설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합니다. 퇴임 한 지 6년 만에 그것도 포스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 건설 사장으로 기용됐다는 점에서 파격인사로 평가됐습니다.

당시 포스코 그룹 권오준 회장 나이가 66세 인데 반해 황 사장은 68세로 오히려 두 살이 더 많았습니다. 이를 두고 포스코 내부에서는 황 전 사장의 복귀에 대해 "전체 경영진 중에서 최고령인데다 포스코 그룹의 넘버 1 계열사에 6년을 쉬다가 건설 사장으로 복귀한 것은 너무나 황당한 인사였다."며 "황 전 사장 뒤에 누가 있나 온갖 얘기가 나돌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 의문 2 : 포스코 권 회장 등 본부장 대다수 시공사 참여 반대…그런데 왜?
 
엘시티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황 사장입니다. 사장 임명 뒤 1년 여 만입니다. 그것도 1군 대기업 건설사에서는 극히 꺼리는 '책임 준공'까지 약속했습니다.
 
1조 4천 억 원이 넘는 초대형 공사에 사장 혼자 결정할 수는 없겠지요? 포스코 그룹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SBS 취재팀의 취재 결과 당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황 사장에게 "현대건설도 못한 일을 포스코 건설이 무슨 영향이 있다고 하나. 안된다."고 반대를 했다고 포스코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또 그룹 주요 본부장은 물론 건설 관련 본부장들도 대다수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인사권자인 권 회장은 물론 대다수 본부장들이 반대한 사업을 황 사장이 독단적으로 밀어 붙였다는 이야기인데 정상적인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라면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 의문 3 : 당시 포스코, 검찰의 대대적 수사 받고 있어 신규 투자 어려운 상황
포스코 본사 2015년 압색 장면
더군다나 포스코 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하기 한 달 전인 지난 2015년 3월부터 검찰로부터 해외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을 때입니다. 해외 임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100억 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압수수색과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시점이었습니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당시 9개월 여 동안 검찰 수사를 받아 부문장 회의를 할 수 없을 지경이었고, 본부장급들이 다 잡혀 들어가 수주니 뭐니 올 스톱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포스코 내부에서도 "회사가 풍전등화 같은 상황인데 새로운 초대형 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 의문 4 : 황 전 사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단독 면담 밝혀져…왜?
황태현 포스코 전 사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SBS 취재팀은 황 전 사장이 엘시티 사업 참여를 결정하기 전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단독으로 만났다는 내부자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초 현 수석이 황 사장을 불러 단 둘이 만남을 가졌다는 겁니다. 이 날 만남 뒤에 황 사장은 시공사 참여를 결정했지만 참여 하기까지 상당히 고민했었다고 합니다.
 
포스코 건설은 지난 2015년 4월 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정식 계약은 3개월 뒤인 7월에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황 전 사장은 엘시티 사업에 참여키로 결정한 뒤에도 부산에서 이 영복 회장이 초청한 식사자리에서 현 전 수석을 한 차례 더 만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현 전 수석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습니다. 황 전 사장을 처음 만날 때는 공직 자리에 없었지만 황 사장과의 만남을 통해 포스코 건설의 시공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여론이 파다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에서도 현 전 수석이 엘시티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받아 내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의문 5 : 황 전 사장 임기 중 돌연 사퇴…이영복 회장 입김 작용 확인
이영복 회장 사진
그런데 권오준 포스코 그룹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엘시티 시업 참여를 주도한 황 사장은 임기도 채 마치지 못하고 2016년 2월 1일 갑자기 사임했습니다. 당시 황 전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정확히 3월 16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경영 실책이 없는 한 통상 한 차례 더 연임하는 것이 건설업계의 관행이었습니다. 임기 만료 한 달 여를 앞두고 돌발 사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SBS 취재팀이 단독 취재한 바로는 황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 배경에는 이영복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황 전 사장과 포스코 관계자의 말입니다.

황 전 사장은 지난해 1월 인천 송도 포스코 건설 본사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면담 자리에서 분양 대금 통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회사에 쓸 돈이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당시 분양 대금은 PF 대주단 간사인 부산은행과 시공사인 포스코 건설, 시행사인 엘시티 PFV 등 3자 합의가 있어야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황 전 사장은 이 회장의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이미 이 회장이 거액의 PF 자금을 불법으로 빼돌려 사용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찰 조사에서도 사실로 밝혀짐)
 
이에 이 회장은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면 사장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고 실제로 황 전 사장은 한 달 뒤 전격 교체됐습니다. 황 전 사장은 "회의를 하다가 교체 사실을 전화로 통보 받았다."며 "이 회장에겐 제가 불편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황 전 사장의 복귀와 전격 퇴진을 둘러싼 실체는 무엇일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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