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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87 :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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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실감 같은 걸 더 못 느끼는 거 같아요. 졸업식이라든지 그런 것도 실감이 안 나고, 여름 되고 다 초록색이 됐는데 그걸 몇십 년 만에 보는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고. 그래도 주위 사람들한테 더 잘해주려고 하고. 언제 이런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해주려고 해요.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고맙다거나 감사하다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세월호를 쫓아 진도 팽목항에서 맹골수도와 가사도, 율도, 시하도, 달리도 해역을 거쳐 저도 목포신항까지 왔습니다. 녹음하는 지금 목포에 있습니다. 팟캐스트가 업로드될 4월 9일 일요일에는 부디 세월호 선체가 육상으로 무사히 옮겨졌기를 기대합니다. 물 밖으로 꺼내면 다 된 줄 알았더니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많은 비용을 들여서 굳이 침몰한 배를 육지로까지 옮기는 이유가 뭔지는 다들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눈으로 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가 인양의 목적은 아닐 겁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대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 세월호 이후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절망입니다만,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았지요. 더 많은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훗날 있어서는 안 될 참사였으나 그 이후 한국 사회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북적북적' 세월호 특집 3번째, 이번엔 생존 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읽습니다.

"그날 이후, 두 번째 봄이 찾아왔다. 누군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있을지 모를 시간, 친구들과 재잘대고 있을지 모를 시간, 겨우내 세워둔 자전거에 몸을 실어 강변 산책을 나갔을지 모를 시간, 봄이 깊어지는 흔적조차 아플지도 모를 시간, 문득 소용돌이치는 울분을 꺼이꺼이 토해내고 있을지도 모를 2016년 봄날의 시간... 세월호에만 빠져 있을 수도 세월호를 등질 수도 없는 시간들 속에서 이들은 주저앉기도 하고 기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지점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면서도 결코 하나로 수렴될 수 없는 각각의 세계와 빛깔을 품고 있었다."

"우리도 어른이 될 거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저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두려워요. 자기가 한 일도 책임 못 지면서 자기들만 생각하고 반성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될까 봐... 그런 어른들을 싫어하면서 그런 사람이 될까 봐..."

"사람들은 그건 다 모르고 절망 속에 핀 꽃으로만 봐요. 힘든 상황에서도 예쁘게 피었네. 하지만 절망 속에 피어봤자 절망이에요. 뿌리내린 곳이 절망이라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 절망을 좀 줄이자고요. 그냥 꽃밭에서 꽃 피우게 하자고요....  나는 주저앉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발버둥 치고, 발버둥 칠 거예요."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작가기록단, 출판사 창비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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