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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검찰 수뇌부의 동생,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취재파일][단독] "검찰 수뇌부의 동생,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 김 모 씨는 인터뷰 내내 불안해 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불안한 듯 주변을 자주 두리번 거렸다. 지난 7일 저녁 SBS 보도 (▶ [단독] '검찰 수뇌부' 형 팔아 사기…공소장에 형 얘긴 없어') 이후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고 얘기했다. 현역 검찰 수뇌부의 가족과 관련된 보도가 자칫 자신에게 보복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라고 했다. 

● 피해자 김 모 씨, 과거 60억 세금 탈루 혐의로 검찰 조사

수 년 전만 해도 김 씨는 잘 나가는 치과 네트워크 그룹의 대표원장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치과 그룹은 비용을 낮춘 임플란트 수술로 환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치과 운영방식을 놓고 다른 치과 의사들의 비판도 많았지만, 환자들 사이에선 만족스럽다는 평이 높았다. 유명 중견 배우가 전속 모델로 활동했고, 한 때 치과 그룹 가맹점은 전국 40개에 달했다.

하지만 김 씨가 2013년 11월부터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에서 60억 세금 탈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이후 몇 차례 사기를 당하면서 치과 사업은 완전히 망가졌다. 김 씨는 "지금은 사실상 파산 상태."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 가운데 2014년에 당한 첫 번째 사기 피해가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세금 탈루 혐의에 대해선 "치과 그룹 가맹점 전체를 세세하게 관리하지 못한 탓이 컸다."며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지겠다."고 자책했다. 

● "검찰 수뇌부의 동생 이 씨…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김 씨가 현직 검찰 수뇌부의 친동생 48살 이 모 씨를 알게 된 건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할 때 쯤. 김 씨의 지인이 "잘 아는 형."이라며 이 씨를 소개했다. 이 씨의 형이 지방의 한 검찰청 지검장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김 씨는 "이 씨의 존재를 알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그의 형이 날 수사하던 검찰청의 수장으로 옮겨왔다."며 "이 때 쯤 이 씨가 자신이 잘 아는 로펌 변호사를 선임하고 지검장인 형에게 부탁하면 구속 수사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동시에 이 씨가 비상장 주식이 있다며 투자를 권했는데, 그의 얘기라면 뭐든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야 치과 그룹을 정상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 씨의 권유에 따라 2014년 1월 이 씨를 통해 비상장 주식 3만 주를 총 3억 원에 처음으로 매입했다. 신용불량자 상태였던 이 씨를 대신해 타인 명의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거나 현금을 직접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어 10만 주를 총 12억 원에 매입했고, 같은 해 4월 이 씨의 제안대로 10만 주를 이전보다 저렴한 3억 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이렇게 해서 김 씨는 이 씨를 통해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는 데 총 18억 원을 지출했다.

김 씨는 "처음엔 이 씨의 말대로 주식 가격이 10배 오르면 과징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처음 이 씨을 통해 주식을 매입한 직후, 시중 은행을 통해 해당 주식 13만 주를 따로 구입한 적이 있다. 김 씨는 "하지만 돈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이 씨에게 주식을 팔아달라고 얘기했다."며 "하지만 그때마다 이 씨는 주식 매입을 더 세게 권했고, 자신의 형을 들먹이면서 검찰 수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또 김 씨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2천만 원을 받아가기도 했다. 지검장인 이 씨의 형이 모 기자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며 5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 김 씨는 "주식 매입 대금으로 많은 돈을 지출해 줄 수 있는 돈이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이 씨가 지검장 형이 잘못되면 나 역시 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얘기해 2천만 원을 만들어 건넸다."고 토로했다. 차용증은 따로 쓰지 않았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 씨는 이미 유명 대형 로펌을 통해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였지만 이 씨가 제안하는 대로 새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 "주식 투자에 2천만 원까지…시키는 대로 모두 했지만 구속"

김 씨는 2014년 7월 결국 구속됐다. 이 씨에게 마지막으로 돈을 건넨 지 2달 후였다. 김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구속이 결정돼 구치소에 들어가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4달 만에 보석으로 석방돼 풀려난 김 씨는 2015년 4월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그 해 8월 이 씨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주식 매입 대금 18억과 따로 가져간 2000만 원 전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 씨가 경찰 조사에서 "지검장인 형을 들어 김 씨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이 씨가 검찰과 무관한 보통 사람이었다면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던 김 씨가 돈을 주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 이 씨를 통한 주식 매입 역시 단순히 '투자' 만을 생각하고 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인정한 것. 이 씨는 앞서 또다른 사기 범죄로 집행유예 상태로 누범 기간이었지만, 경찰 소환을 거르지 않고 응해 불구속 상태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검찰 수뇌부' 형 팔아 사기 쳤는데"…검찰 공소장엔 형 얘기 없어
 
검사장 형 팔아 사기 친 동생 공소장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동부지검은 2015년 11월 이 사건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피고소인 이 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의뢰가 이유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씨와 피해자 김 씨의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와 관련해 매우 드문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기' 사건의 경우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의뢰하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것.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기법으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강력 사건이 아닌 사기 사건은 더욱 그러하다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수사를 일시 중지하고 한 달 뒤인 12월 이 씨의 형은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담당 수사 검사가 한 차례 바뀐 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야 이 씨를 불구속 기소했지만, 공소장에 지검장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빠졌다. 검찰은 이 씨를 기소하면서 김 씨에 대한 범죄 사실에 '급히 쓸 곳이 있으니 2천만 원 빌려주면 변제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해 돈을 빌렸지만 갚을 능력이 없었다'는 취지의 내용만 남겼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씨가 형을 내세워 김 씨에게 돈을 빌린 명백한 증거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주식을 매입한 부분은 역시 투자를 위한 것으로 판단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김 씨가 과거 개인적으로 은행을 통해 해당 주식 10만 주를 매입한 점을 이유로 들었고, 이 씨와 피해자 김 씨 사이에 합의도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씨가 검찰 가족이기에 더욱 엄정하게 수사했으며, 경찰에게 넘겨 받은 혐의 외에도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피해자를 인지해 함께 기소했다고 밝혔다.

● '검찰 수뇌부' 형 "동생과 인연 끊어 모르는 사실"

이 씨의 형인 고검장은 남동생과는 오래전 인연을 끊었고 관련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과거 이 씨가 사고를 쳤을 때도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고 구속까지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앞서 2012년 사기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지난해에도 사기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지금도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김 씨는 사건이 배당된 서울동부지법 담당 재판부에 본인 의지로 합의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심리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 마치며

고위직 인사의 가족 문제, 측근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반향이 있어왔다.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까지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고위 공직자일수록 더욱이 법을 집행하는 법조인일수록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보도를 했다.

동료 기자로부터 해당 보도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SBS의 보도가 최근 불거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논란과 관련해, 경찰이 미리 준비한 여론전의 하나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는 얘기였다. 기자의 보도를 '여론전'이란 말로 호도하지 말라. 기자는 팩트로 말한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문제 제기가 가능할 경우 기사를 쓴다.

보도에 앞서 여러 법조인들에게 의견을 들었다. 물론 '검찰 수뇌부 간부의 남동생' 이란 사실은 알리지 않고 들은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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