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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추천도서 : '개념'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 방송 : 평일 06:20~08:00 / 토요일 06:05~08:00
■ 진행 : SBS 박진호 기자
■ 방송일시 : 2017년 4월 8일 (토) 오전 07:05
■ 대담 : 씨네21 이다혜 기자, 한양대 교양학부 표정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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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러브FM ‘박진호의 시사전망대’는 매주 토요일마다 씨네21의 이다혜 기자와 한양대 교양학부 표정훈 교수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아래 내용은 팟캐스트 ‘SBS 전망대 컬쳐쇼’에서 더욱 생생하고 자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1. 『‘개념’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박이대성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정치언어 때문에 ‘개념’이 오염되고 있다.” - 이다혜(씨네21 기자)

 
‘개념’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요즘처럼 한국 현대사와 한국 사회, 한국인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때가 없는 것 같다.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는 사회적 도덕, 윤리와 어긋나게 무례한 사람을 일컬어 흔히 개념 없다, 고 일반적으로 말할 때와는 다르게, 한국사회에 ‘개념’ 이라는 것이 부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특히 소수자와 약자, 그리고 피해자 위치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싸울 힘을 얻어야 하는 이들이 한국사회의 ‘개념’ 없음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말하고 있다.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하고 약자는 약자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피해자가 언제나 불쌍하고 연민의 대상이어야만 도울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이 힘을 모은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불쌍해서라기보다는 옳은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세월호 유가족은 웃는 채로 사진에 찍히면 안된다는 것, 유가족의 피해보상 문제를 두고 시끄러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언컨대 피해보상은 적선이 아니고, 연대는 동정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의 사고 경위를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해 사회가 함께 힘을 보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2014년 4월의 세월호 참사, 2016년 4월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그리고 2016년 겨울부터 시작된 차마 입에 담기 수치스러운 사건까지,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외침으로 가득했다. 이 목록은 그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 공장들에서 일어난 각종 산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많은 죽음까지 헤아리면 “약자의 피를 먹고 전진하는 기계”라는 말은 결코 비유도 과장도 아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사실 자체다. 피해자의 고통을 위한 공동체의 언어가 필요하다.
 
2. 『8시간 VS 6시간』 /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지음 / 김승진 옮김
 
▶ “‘자유의 언어’와 ‘필요의 언어’ 사이, 8시간 노동은 누구의 필요인가?” - 표정훈(한양대 교양학부 교수)

 
8시간 VS 6시간
미국 아이오와대학 여가학(Leisure Studies) 교수, 벤저민 허니컷이 쓴 책이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하루 8시간 노동이 자리도 잡기 전에, ‘6시간 노동’을 시행했던 미국 켈로그사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근로시간이란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인가?”, “표준 8시간제 근로’는 과연 당연한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1930년대 초 미국 미시건주 베틀크리크의 켈로그 공장은, 회사 소유주 W. K. 켈로그와 사장 루이스 브라운이 의기투합, 기존 8시간 3교대제를 6시간 4교대제로 바꿨다. 실업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불황을 타개할 해법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노동자 측은 주급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고, 공식적인 점심시간도 없애는 데 동의했다. 경영자 측은 고용자를 늘리고, 시간당 임금을 12.5% 인상키로 했다. 또 시간외근무 수당 대신 초과생산수당제를 도입, 빨리 끝내는 대신 더 열심히 일하는 유인책을 뒀다.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났다. 사고율이 41% 감소했고 결근율은 51% 감소했다. 효율성이 높아져 단위당 생산비용이 10% 낮아지고 고정비용도 25% 줄었다. 회사 이윤이 두 배 증가했다. 생산성이 높아져 초과생산수당을 가져간 노동자들의 수입도 줄지 않았다. 6시간제를 도입하고 5년 뒤에는 도입 전 인력의 40%에 달하는 인력을 추가 고용할 수 있게 됐다. 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성공적인 대안으로서 각광받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취업자 연간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2113시간,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6시간제를 끝까지 지지했던 노동자들의 화법이다. 그들은 ‘추가적인 두 시간’에 자신이 한 일을 묘사하면서 “~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식의 ‘자유의 언어’를 주로 사용했다. 반면 8시간 노동자들은 “불가피”하다거나, “해야만 한다”라는 식의 ‘필요의 언어’를 사용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했다. 저자는 ‘표준 8시간제의 정착’을 ‘필요의 언어’가 ‘자유의 언어’를 잠식해 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필요란 곧 자본의 필요다.
 
3. 『레드라이징』 / 피어스 브라운 지음 / 황금가지 펴냄
 
▶ “SF 소설이 대체로 디스토피아를 그리게 되는 이유는, 상상이 현재에 기반을 두고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레드라이징
피어스 브라운은 1988년생으로 2010년에 대학을 졸업했다. <레드 라이징> 시리즈가 2014년에 첫선을 보였으니, 26살 때 첫 책을 쓴 셈이다. <레드 라이징> 이전에 쓴 6편의 소설이 120곳이 넘는 에이전트로부터 거절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 작품은 현재 영화화 판권이 팔렸는데, 영화 제작자들이 ‘우주에서 펼쳐지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라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제목의 ’레드‘는 계급 이름이다. 근미래의 화성이 이야기의 무대다. 이 곳에서는 색깔로 계급이 나뉘는데 레드는 최하층 계급이다. 주인공 대로우는 자신들을 둘러싼 시스템의 진실을 깨닫고 지배층인 골드로 다시 태어난다. 골드라고 해서 다 좋기만 한 것이 아니고, 교육기관에서의 철저한 적자생존 문화에 대한 묘사 때문에 <파리 대왕>의 <헝거게임> 버전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 말을 풀어 설명하자면, 십대가 주인공인 서바이벌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라는 뜻이 될 듯하다.
 
색으로 계급이 분류되는 미래의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인 ‘레드’인 대로우. 다른 동료 레드들처럼 그는 미래 세대를 위해 화성의 표면을 테라포밍하기 위한 개척자로, 화성 깊은 땅속에서 광물을 채취하며 하루 종일을 노동하며 지낸다. 타고난 재능으로 대로우는 광물을 채취하는 일꾼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헬다이버’의 지위를 어린 나이에 맡았으며, 자신의 피와 땀이 언젠가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계를 줄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기꺼이 그 일을 해낸다.
 
하지만 대로우의 희생은 잔인하게 배반당한다. 레드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숨겨진 숲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인해 아내 이오와 대로우는 잔혹한 태형을 받게 된다. 언제나 소사이어티가 가리고 있는 진실에 눈을 뜨라고 말하던 이오는 태형 중에 금지된 노래를 부르고 그로 인해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오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대로우는 시체를 처형대에 버려둬야 한다는 규칙을 깨고 아내의 시체를 끌어내려 묻어 준다. 그로 인해 자신 역시 사형에 처해지게 되지만, 반란군 무리인 ‘아레스의 아들들’이 그의 죽음을 위장하고 구출해 준다. 대로우는 그들을 통해서 이미 몇 세대 이전에 인류가 화성의 표면을 정복했음을 알게 된다. 이미 예전에 거대한 도시들이 행성 표면으로 뻗어 나갔고, 그를 포함한 레드들은 타락하고 부유한 지배계급에게 있어서 노예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정의에 대한 갈망과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기억에 지배당한 채, 대로우는 지배층인 골드 계급이 인류를 지배할 다음 지도자를 뽑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이제 그는 목숨을 걸고 잔혹한 소사이어티의 지배 계급에 맞서 경쟁하게 된다.
 
미래사회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하는 질문은 아주 오랫동안 있었던 궁금증이다. SF 소설은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과연 어떤 미래가 기다릴까를 설계하는데, 대체로 디스토피아를 그리게 되는 이유는 역시, 상상이 현재에 기반을 두고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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