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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취준생 두 번 울리는 입사지원서 속 개인정보

[리포트+] 취준생 두 번 울리는 입사지원서 속 개인정보
취업준비생인 김 모 씨는 지난해 하반기 여러 대기업에 지원했습니다.

김 씨가 제출했던 이력서를 한 번 볼까요.
A,B,C 기업의 이력서
A 기업의 이력서입니다.

혈액형을 묻고 있습니다. 헌혈할 것도 아닌데 혈액형이 왜 필요한 걸까요?

B 기업 이력서입니다.

김 씨의 SNS 주소를 묻고 있네요. 술을 좋아하는 김 씨는 술자리에서 찍은 사진이 많은데, 지원 전에 다 지워야 하는 걸까요?

C 기업 이력서입니다.

본적, 가족관계, 혈액형 등 적어내야 하는 개인정보가 6가지나 됩니다. 혈액형, SNS 등 김 씨의 개인정보는 기업 입사에 꼭 필요한 정보일까요?

가뜩이나 취업도 안 되는데 입사지원서에는 직무와 무관한 내용까지 적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30대 기업 중 지난 하반기 채용을 실시한 24개 기업이 평균 2.6개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직무 능력 관계없는 입사지원서 속 개인정보

고용노동부는 ▲주민등록번호 ▲키·몸무게 ▲생년월일 ▲본적 ▲혈액형 ▲병역사항 ▲가족관계 등의 항목을 직무와 무관한 인적사항으로 보고 24개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생년월일과 병역사항을 요구한 곳이 24개 기업 중 각각 22곳과 23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혈액형과 SNS를 물은 기업도 각각 1곳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무려 최대 6개의 인적사항을 요구하고 있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입사지원서에 개인정보 기입을 요구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상반기 입사 지원 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잡코리아 조사 그래프. 지난 상반기 입사지원서에 기재해 본 사항
1,681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한 명당 평균 4.7개의 개인정보를 직무와 무관하게 기재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구직자들이 입사지원서에 기재해 본 항목은 주민등록번호가 60.9%로 가장 많았습니다.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SNS 주소)을 기재했다는 응답자도 4명 중 1명꼴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직업, 자산·재산 정보까지 적으라는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 입사지원서 속 개인정보, 보호도 힘들어

그렇다면 개인정보까지 적어낸 기업에 입사하지 못할 경우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는 어떻게 될까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불합격 구직자는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 회사 측에서는 '관행적으로 서류를 돌려주지 않는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용절차법에 포함된 채용서류 반환 제도는 구직자의 채용 여부가 확정된 이후 구직자가 서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채용서류의 반환 등)
그러나 구직자의 부담을 줄이고 권익 보호를 위한다는 취지에서 채용절차법이 시행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실효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1월 조사 결과 서류 반환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은 불과 절반에 그쳤습니다.

■ 정부 가이드북 발표, 효과 있을까

고용노동부는 이번에 30개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된 조사를 발표하면서 ‘능력중심채용 가이드북’도 함께 배포했습니다.

직무와 상관없는 개인정보는 이력서에서 삭제하고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2003년 국가 인권위가 구체적 개인정보를 입사지원서에 적지 말도록 하라고 권고한 이후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꾸준히 발표됐습니다.

2016년 11월에는 행정자치부에서 이력서에는 꼭 필요한 정보만 수집하도록 하는 ‘개인 정보 수집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가이드라인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좁은 취업 문 앞에서 그리고 탈락의 아픔과 함께 찾아오는 개인 정보 걱정까지.

취준생은 두 번 울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현은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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