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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설마?"하다 '한국 축구' 잡을라

[취재파일] "설마?"하다 '한국 축구' 잡을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휘청거리고 있는 슈틸리케호가 '기술위원회의 신뢰' 속에 불안한 항해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습니다. 경질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지난 3일 '슈틸리케 유임'을 발표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변명과 모호한 논리를 장황하게 늘어놨습니다. 현재 슈틸리케호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기보다 "설마 떨어지겠어?"라는 안이한 생각 속에 갇혀 슈틸리케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실망스러웠고, 미래는 더 불안해 보였습니다.
슈틸리케 감독
이용수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한다.”면서 "우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이전에도 최종 예선에서 어려운 과정을 겪었지만, 월드컵 진출하는 저력을 보인 것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감독을 믿는다."면서 "선수들을 믿기 때문."이라는 희한한 논리입니다. "예전에도 어렵게 올라갔으니 이번에도 어렵게 올라갈 것"이라는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력으로 월드컵에 가도 망신."이라는 공통적인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기술위원회는 "월드컵만 가면 된다."는 근시안적인 안목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이 위원장은 또 "슈틸리케의 전술에 대한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여러 전술적인 것들이 잘 준비돼 왔다."며 반박에 가까운 답변을 했고, "우리랑 상대하는 팀은 2~3주 훈련하는데, 우리는 2~3일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는 상황에서 여러분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치열하게 안에서 준비해 왔다."며 슈틸리케를 감쌌습니다.

기술위원회는 감독을 선임하고, 보좌할 뿐 아니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지난 3일 기술위원회가 유임 결정을 내리더라도 슈틸리케 감독에게 강한 ‘경고’의 메시지 정도는 던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술위원회는 감독을 비호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입니다. 그 동안 언론과 전문가들을 통해 수없이 지적된 전술과 용병술의 문제를 기술위원회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이 위원장은 "최근 한 경기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종예선 10경기 가운데 이미 7경기가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원정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남은 3경기 가운데 2경기가 원정 경기입니다. 오는 6월 13일 카타르 원정까지 2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서 뭔가 충격요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카타르의 용병 국가대표 '소리아'가 경고 누적으로 못 나온다는 게 그나마 희소식일 겁니다. 이후 8월 31일 조 1위 이란과 홈경기를 벌이고 9월 5일 우리와 치열한 조 2위 경쟁을 벌이는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를 치릅니다. 지금 추세라면 마지막 경기까지 가슴을 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기술위원회에서 일단 유임을 결정했지만 카타르전에서 패할 경우 다시 경질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 위원장은 "카타르전에서 지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가능성에 대한 준비는 기술위에서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애매하게 답했습니다. "설마?"하고 있는 기술위원회에 슈틸리케가 "역시"라고 답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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