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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신연희 구청장의 ‘카톡’…사실은?

〃실명과 현재 직업을 밝혀 주셔야 됩니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실명과 현재 직업을 밝혀 주셔야 됩니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단톡방’이 화제입니다. 수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채팅방을 만든 사람은 “단체와 관련한 여러 단톡방이 있지만 이 방은 꼭 있어야 하는 사람만 초대해 만들었다”고 강조합니다. “실명과 현재 직업을 명확히 밝히고 글을 공유하라”며 운영 원칙도 강조하지요.

실제 면면도 화려합니다. 김진태, 이인제 의원 등 이번 대선에 도전한 현직 의원부터 여러 전직 의원과 구의원, 교수 등이 속해 있었습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와 정광용 박사모 회장 등 친박 성향 단체 대표들도 멤버였지요. 가장 큰 문제는 대화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파급력이 있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가짜뉴스가 태반이었지요. 그중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한 신연희 구청장 게시글의 사실 여부를 따져봤습니다.
˝문재인의 엄청난 비자금˝ 신연희 구청장이 공유한 글에서
“문재인의 엄청난 비자금” – 거짓

신연희 구청장이 공유한 글에는 문재인 후보를 ‘문죄인’이라 적고 있었습니다. ‘문죄인 비자금, 돈세탁 폭로 영상’이라며 링크를 걸어 공유했지요. 이 링크로 들어가보면 자신을 명문대를 졸업하고 한 단체의 회장이라 소개하는 정 모 씨가 나오는데 “문재인 후보가 1조 원짜리 자기앞수표 20장, 모두 20조 원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문재인 비자금’으로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이 영상 속 주장은 사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유포가 됐던 것입니다. 당시 이 주장을 했던 영상 속 정 씨는 허위사실유포로 구속됐었지요. 1조원짜리 자기앞수표라는 말부터가 비현실적입니다.

채권도 아니고 은행이 이런 규모의 수표를 발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최근까지도 이 유튜브 영상에는 문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이 꽤 달려 있습니다. 아직도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문 후보가 200톤의 금괴를 갖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 ‘엄청난 비자금’ 관련 글은 모두 아무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입니다.
˝북한 찬양 영화 <공조>, 블랙리스트의 이유˝
“북한 찬양 영화 <공조>, 블랙리스트의 이유” – 거짓

지난 1월 21일, 이 날은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불려왔던 두 사람이 동시에 구속된 날입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지요. 이 둘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수감자 신세가 됐습니다.

바로 이날, 신연희 구청장이 단체 채팅방에 블랙리스트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남북한 형사를 다룬 영화 <공조>가 그 이유였습니다. 신 구청장의 게시글은 <공조>가 북한을 찬양하는 영화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런 영화에 돈을 댄 투자배급사에 대한 불매운동도 강조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북한 형사는 잘 생겼고, 남한 형사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배우를 썼다는 것과 영화 결말에 남한 형사 역을 맡은 배우가 북한에 가는 걸로 끝난다”라는 것이었지요.

북한 사람 역할을 상대적으로 더 잘 생긴 배우가 맡은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영화 ‘의형제’와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에서 강동원, 김수현 등 이른바 ‘꽃미남’들이 북한 배역을 맡았지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한 영화적 상상력을 ‘북한 찬양’과 연관 짓는 건 황당하기만 합니다. 아직도 못 본 분들을 위해 영화 결말을 말할 수는 없지만 신 구청장이 게시한 영화의 결말에 관한 내용도 역시 비약에 가깝습니다.

블랙리스트는 나랏돈을 볼모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인을 지원 배제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비판에 더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정신을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신 구청장은 정말 블랙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내용 모르고 그냥 공유해 문제 없다.˝ 신연희 구청장
“내용 모르고 그냥 공유해 문제 없다” – 거의 거짓

신연희 구청장은 “내용을 모르고 그냥 공유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제기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선웅 서울 강남구의원이 입수한 신연희 구청장의 단톡방은 모두 두 곳입니다. 이들 단톡방에서 신 구청장은 지난 3개월동안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70건 넘는 글을 공유했습니다. 내용은 일관됐습니다. 탄핵 무효나 민주당 대선 후보 비방에 집중됐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다음날인 지난 11일, 신 구청장은 탄핵무효 태극기 집회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영상 주소를 채팅방 두 곳에 1분 간격으로 공유합니다.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곧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힌 지난 13일에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 망한다”는 글을 5분 간격으로 두 곳에 올리지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공유했는데 이런 일관된 글들만 공유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선관위가 허위사실유포와 공무원이 선거에 관여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경찰은 조만간 신 구청장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인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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